공공부문 ‘0’마진 시대 도래
공공부문 ‘0’마진 시대 도래
  • 김상준
  • 승인 2010.03.17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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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운영업계 최우량 주 ‘한전’좌초 위기
과다한 입찰 제한 업체 간 ‘가격경쟁’ 심화

고객만족 기대 힘들고 업체들간 ‘불신팽배’

최근 들어 공공부문 콜센터 입찰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너무 무리한 제안요청서에서부터 저가 가격문제, 입찰서류 제출 시 타 업체와의 계약 가격이 나와 있는 서류까지 제출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업체를 선정한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제안요청서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신규업체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는 의견과 기존운영업체의 경우 계약이 해지 될 만큼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지하고 참가자격까지 제한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했다.

또한 입찰 가격에 있어서도 선정된 8개 기업 중 가장 낮게 금액을 제시한 기업을 기준으로 가격을 협상한다는 조항 때문에 업체들 간의 운영노하우보다 서로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한 셈이 됐다.

어차피 자신들이 쓴 가격에 계약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기준이 되는 가장 낮은 가격만 피하면 가격점수도 잘 받고 업계에서 손가락질도 받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가격 눈치를 보는데 주력한 기업과 소신껏 쓴 기업과의 순위가 뒤바뀌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건보 입찰에 참여했던 A업체의 담당자는 “기업들이 써낸 가격으로 계약이 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비용을 더 들여가면서까지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만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운영능력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공부문에서 최고의 이슈로 등장했던 한국전력 입찰이 광주·전남본부를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서울본부, 전남·광주, 제주본부, 부산본부는 기존 운영업체가 재 수주에 성공한 반면 인천과 부산은 ktis와 그린텔이 새롭게 수주 했다.

입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한전입찰에 대한 여파가 남아있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는 입찰 제안에 대한 제한을 너무 높게 둔 점과 제안 업체들 간의 가격 경쟁으로 인해 수주금액이 터무니없이 낮아진 점을 들 수 있다.

한전 영업처고객지원팀 장성은 차장은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다른 공공기관에서 기술능력평가를 80점 가격평가를 20점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가격비중을 10점으로 낮췄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낮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운영을 지켜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재계약시 협의를 통해 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장 차장은 “평가기준을 지역본부마다 특징을 고려해 설계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본부마다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시정을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면 협의를 거쳐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0석 운영하는데 종업원이 4,000명 이상이어야 하나
서울본부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전체 종업원 보유인력을 4,000명이상일 때 만점을 받도록 했고 유사업무(가스·전기·수도)에 대한 경험에 대해 배점을 높게 부여하는 항목을 만들었다.

또한 고객센터 운영이기 때문에 고객센터 운영실적에 배점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전체 종업원 보유인력에 배점을 부여하는 것은 중복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제안을 하려는 기업이 줄었고 결국 3개 업체만이 입찰에 참여해 경합을 벌였다. 다른 지역의 경우 평균 6곳 이상이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밖에 지원하지 않아 업체 선정하는데 아주 편했을지는 모르나 지원하지 못한 기업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였다.

서울본부에 지원을 포기한 B업체 관계자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업무실적과 전체 종업원 보유인력 항목에서만 5점 이상 차이가 나 지원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제안에 참여해서 떨어졌다면 깨끗이 승복하겠지만 제안자체를 못할 정도로 제안요청서를 만들어 특정업체 몇 군데만 지원하게끔 한 것은 공무원의 근무태만이자 큰 업체 위주로 봐주기 식 입찰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사기준을 마련했던 한전 관계자는 “제안 요청서가 모든 아웃소싱업체를 만족시키는 현실상 힘들고 서울본부가 다른 본부에 비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회사규모도 크고 유사업무 경험이 있는 기업이면 운영하는데 노하우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적어도 15개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모든 준비를 해놨으나 3개사 밖에 지원을 안해 오히려 놀랐다”고 말했다.

또 “50일에 걸쳐 입찰공고를 내고 시정사항이 있으면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끝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2차에 걸쳐 심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1차에서 점수가 조금 낮더라도 2차에서 충분히 만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무엇보다 노조문제가 제안을 기피하는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0.8점과 바꾼 5억원
저가 가격 또한 이슈로 등장했다.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선정된 업체 중 최저가를 쓴 기업을 기준으로 가격을 협상한다고 돼 있다 보니 각 회사마다의 운영의 노하우를 살리지 못하고 적은 예산에 맞춰 서비스나 인력을 공급할 수 밖에 없게 됐고 제안점수 즉 운영노하우나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가격점수로 인해 뒤집히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이제는 ‘0’마진에 일반관리비마저 ‘0’에 가까운 실정이다.

콜센터 운영업계에서 공공부문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자리 잡았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른지 불과 4년만에 ‘피바다’로 변했다.

이번 한전 입찰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인천지역의 경우 1위와 2위의 제안점수 차이가 0.2점으로 근소했으나 제안점수(90점)에서 0.2점 뒤진 기업이 가격점수(10점)를 잘 받아 최종적으로 순위가 뒤 바뀌었다.

제안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서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업체선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1위로 선정된 기업은 2년을 운영하고도 이직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퇴직충당금과 연차수당을 거의 다 지급하고 상담사 1명 인건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5천만원 정도의 수익을 낼 것으로 파악된 반면 2등한 기업은 5억원 정도로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한전에서는 상담사와 행정사무원까지 모든 직원들에 대한 급여테이블을 제시해줬기 때문에 상담사의 임금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관리비와 마진을 합해 최대 12%까지 제시할 수 있게 했다. 일반관리비 5%와 이윤 7%를 보장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1%에 가까운 마진을 써냄으로써 평균 8%이상이던 업계 마진이 ‘0’마진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출혈이 가능한 규모가 큰 기업들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바뀌어가고 있다. 더 문제인 것은 올해 실시되는 6개지역 중 처음 입찰에서 저가 가격문제가 대두되면서 나머지 5개 입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가격점수의 최대 점수 차는 1.5점으로 제안점수에서 1점 이상으로 1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은 가격을 예가에 거의 가깝게 제시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0’마진에 가깝게 가격을 제시하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따라서 이같이 ‘0’마진에 가까운 가격을 냄으로써 결국에는 한전의 고객만족을 보장할 수 없게 됐으며 운영업체는 빠듯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한전에 집중하기보다 제 몸 추스르기에 바쁠 것이란 것이 참가자들의 분석이다.

■한전이 가격 점수 폭을 0.5점으로 줄여야
한전 김쌍수 사장은 “고객중심의 서비스 실천으로 고객만족 구현을 최우선으로 하고 믿음을 주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고객만족이 가격이 높다고 높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다. 이번 입찰에서 모든 본부에 가격이 낮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본부의 경우 1위를 차지한 기업들이 대부분 가격을 97%이상에서 계약을 체결해 무난하다는 평이다.

일부 제안점수가 타 업체에 비해 낮은 기업이나 레퍼런스가 없어 매번 떨어지고 있는 기업은 “마진을 포기하고서라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역마진이 나더라도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서 가격을 낮게 제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용업체에서 어느 정도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

한전에서는 과도한 가격 경쟁시 상담인력에 대한 급여수준의 현격한 저하로 우수 인력 유지 및 신규 인력수급 등이 곤란해져 본 사업의 고유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기술능력 평가를 90점, 입찰가격 평가를 10점으로 하고 있다.

입찰가격평가는 10×(최저입찰가격/당해입찰가격)로 되어있어서 유효한 입찰자중 최저입찰가격을 써내는 기업은 가격점수를 만점을 받고 나머지는 점수가 깎기게 된다. 이중 직접비와 간접비, 경비가 전체 예가금액의 88%를 차지하고 나머지이윤과 일반관리비가 12%를 차지하게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가격을 가장 낮게 써낸 기업이나 높게 써낸 기업은 입찰에서 배제시키는 방법을 택해 적정가격을 써내게 하고 있다. 한전의 경우 현재는 최소가이드라인이 88%정도인 것을 최저 가이드라인을 예가의 95%로 선으로 제시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그렇게 되면 이윤과 일반관리비를 합해 최소 7%선이 보장된다.

현재는 예가의 88%~100%범위에서 쓰게 끔 하기 때문에 88%를 써낸 기업이 생겨나게 된다. 최저가격을 95%로 선으로 맞추면 가격점수가 0.5점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가격으로 인해 업체가 바뀌기란 현재보다 힘들 것이고 어떤 업체가 수주를 하더라도 최소 7%로의 마진이 보장되기 때문에 콜센터 아웃소싱을 통한 우수한 서비스 제공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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