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사내하청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연균
  • 승인 2012.04.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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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의 파견 인정 판결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이번 판결로 제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내하청이 모두 불법파견인양 오도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특정 사례에 대한 판단에 불과할 뿐 제조업 전체에 대한 사내하청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이 합법적인 사내하청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정상적인 사내하청까지 불법시돼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무분별한 남소(濫訴)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파견과 합법적인 사내하청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발생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내하청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기업간 국제적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인력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노동법은 파견제도를 엄격히 제한할 뿐만 아니라 경영상 해고도 비교적 강하게 규제하는 등 기업의 유연한 인력정책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기업은 이와 같은 문제를 사내하청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사내하청은 이제 자동차산업과 같이 일부 제조업에만 존재하는 예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조선이나 철강, 전자, 서비스, 유통 등 전 산업에 걸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업체는 799개소(41.2%)이며, 사내하청 근로자는 326천명(24.6%)에 이른다는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30명 이상 제조업체 중에 23.2%가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하청 근로자수도 866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제조업의 사내하청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진행된 구조적 관행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법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파견제도를 포함해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경제환경의 가변성이 심화되고 경기변동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으로서도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사내하청이나 파견과 같은 제도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인력운영을 막다른 길로 몰고 가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 사내하청이 주로 원청과의 전속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청과 하청의 계약해지에 따른 하청근로자의 고용불안정에 대한 걱정이 많고 원청회사의 근로자와 동종 업무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이나 기업복지 등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는 등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조사나 보도에 따르더라도 실제로 사내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원청근로자에 비해서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사내하청에 대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먼저 사내하청의 확산은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실업난 해소와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이 도입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과거의 규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연화를 위한 새로운 사고와 제도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행 파견제도는 소수의 일부 업무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을 뿐 여전히 제조업의 생산공정에는 사용이 금지되는 등 노동시장의 현실적 수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 파견과 경계가 모호한 사내하청의 증가이다.

파견 수요의 억제는 정규직근로자의 채용으로 귀결되기 보다는 파견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유사 수단의 활용을 확대하고 그 결과 파견과 도급의 경계가 불분명한 사례들을 다수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견과 아웃소싱이 기업경쟁력 또는 공정경쟁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보다 더 개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이 보다 분명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아웃소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이에 대한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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