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내일 판결, 기업 초비상
통상임금 내일 판결, 기업 초비상
  • 이준영
  • 승인 2013.12.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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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로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그로인해 기업들은 초비상 상태다. 지금까지 판례추이를 살펴보면 대법원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은 법률상 정의가 없다. 1982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정의 규정이 도입됐을 때 현장에서는 산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고 정부는 1988년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만들었다.

행정지침은 1임금지급기(1개월)을 초과하거나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근로자에게 생활보조적, 복리후생적으로 지급하는 통근수당, 차량유지비, 가족수당, 급식비, 교육수당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지침은 현장에서는 이미 사문화됐고 법원 판결도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유지돼 왔다.

1996년 대법원은 1개월을 초과하더라도 일정 기간마다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체력단련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노동의 대가 외에 '생활보장적 임금'이 있다는 임금 이분설을 폐기했다.

분기별, 반기별 지급하는 상여금에 대해 법원 하급심 판결은 이미 정기성을 1임금지급기(월급 기준)로 한정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라도 정기적이기만 하면 정기성을 인정해 왔다.

최근 통상임금의 범위를 두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부분 고정성이다.

18일 선고를 앞둔 사건에서는 상여금 지급 조건이 신규입사자, 2개월 이상 휴직자, 복직자에게 근무 일수를 구간별로 나누어 지급비율을 달리 정하고 있다.

근무태도(무단결근횟수)에 따라 상여금을 일정비율 감액하는 규정도 있다.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는 때도 점차 고정적 임금으로 인정하는 경향이지만 반대 사례도 있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근속기간, 근무일수에 따라 달리 지급하는 상여금까지 포함한다면 고정성의 개념은 더 확대된다.


따라서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현재 임금체계는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폭넓게 인정한다면 통상임금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기존 대법원 판례의 큰 흐름은 정부의 행정지침보다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왔다.
정부도 학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임금제도 개편을 논의 중이다.
위원회는 그동안 노동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삐거덕거렸지만, 대법원이 기준을 정하면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재계는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38조5천509억원에 이르는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통상임금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국회에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한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통상임금 문제가 복잡한 임금체계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은 노사정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경제개발 시대에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자 정부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피하려 기업과 노조가 기본급 인상 대신 각종 수당 지급에 합의한 결과가 관행처럼 굳어진 게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다.

어쨌든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대개 기본급보다는 수당, 초과근로가 많은 곳이다. 주로 대기업이다.
당장 임금 체계를 대폭 뜯어고치기는 어렵겠지만 수당 대신 기본급을 올리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갈등도 예상된다. 대법원 판결 내용에 따라 기업들이 임금 체계를 손대기 시작하면 내년 봄 임단협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7일 "임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직무 성과가 가미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며 "그 과정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최대한 대화와 타협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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