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12일 발표한 ‘2014년 노사관계 전망’ 설문조사에는 산업계의 이런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32개 조사 대상 기업 중 76.3%가 ‘올해 노사관계가 작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2.7%에 불과했다. 노사관계 불안을 우려하는 응답 비율은 복수노조가 시행된 첫 해인 2010년(88%) 설문조사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노사관계 불안 요인은 각종 노사관계 법·제도 변화였다. 경총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20.2%가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노사 갈등’을 올해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작년 12월18일 통상임금 논란에 대한 판결을 내놨다. 그러나 ‘상여금 소급 지급 조건’ 등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새로운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만들겠다고 했는데, 판결 이후 한 달이 지났는데도 노사정위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18.3%)과 ‘근로시간 단축’(13.6%) 등을 노사관계 불안 요인으로 꼽은 기업도 많았다. 이와 관련, 정부와 정치권은 작년 하반기 60세 정년연장법을 통과시켰지만 임금피크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법안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외풍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61.4%의 기업이 ‘6월 지방선거가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이 노동계·시민단체와 손잡고 노동계 편향적인 입법을 추진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다. 이런 악재들이 많은 탓에 65%의 기업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은 3~4개월 이상 장기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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