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압박에 신규 채용부담
통상임금 압박에 신규 채용부담
  • 이준영
  • 승인 2014.01.1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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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55%, “채용 계획 없다”
통상임금 판결도 기업 입장에선 부담인 상황이고 경기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무조건 채용을 늘릴 수는 없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다.

새해 들어 정부가 연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고용 확대를 기업들에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선뜻 고용을 늘리겠다는 기업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엔화 약세 같은 글로벌 변수, 통상임금 판결 등 노동 이슈가 기업들의 신규 채용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증권사 등의 올해 채용 규모를 보면 고용 사정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0대 그룹 가운데 채용을 늘리겠다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겠다는 그룹도 있었다. 상당수 그룹은 아직 불투명한 경제 상황 속에서 투자는 물론이고 채용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채용은 지난해보다 1300명 정도 늘어날 예정이지만 절반 정도인 553개는 경력단절 여성 등을 주로 채용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공기업 중에선 지난해 신규 채용이 예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던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만 다소 늘어날 뿐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지난해와 채용 규모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 거래 부진으로 수익이 줄어든 증권사들도 채용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10개 주요 증권사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10년 940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1년 870여 명, 2012년 380여 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신규 채용은 270여 명에 불과했다.

또한, 중견·중소기업 채용 시장은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500대 기업 대상 조사에서 매출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 중 채용 계획을 확정한 10개사의 올해 채용 계획은 2만219명으로 지난해의 2만189명보다 0.1% 늘어났다. 하지만 31∼100위 기업은 채용 규모가 지난해 대비 8.9% 감소했다. 201∼500위 기업들도 대부분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최근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원 수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164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채용 계획을 확정한 기업 중 올해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45.1%였다.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올해 직원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전수봉 조사본부장은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상당수 중견·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3.4로 3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 미만이면 다음 달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되는 정년 60세 연장도 기업들의 신규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정기상여금을 각종 초과근무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한 법원 판결로 야근이나 특근수당이 많은 자동차, 부품산업 등 제조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우리처럼 통상임금 이슈가 문제가 되는 기업들은 고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들이 이미 해외에 생산공장뿐 아니라 연구개발(R&D)센터까지 갖고 있는 요즘엔 기업들의 실적이 좋고 투자가 늘어도 국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30대 그룹의 일자리는 우리 경제 수준에서 이미 포화상태”라며 “기업들에 무조건 지난해보다 더 채용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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