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이 주무르는 취업규칙, 통상임금 축소에 악용 우려
사쪽이 주무르는 취업규칙, 통상임금 축소에 악용 우려
  • 이준영
  • 승인 2014.01.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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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 지도 지침’이 논란을 빚는 가운데 ‘취업규칙’이 올해 상반기 통상임금 관련 노사관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 산정 방식 등 노동조건을 적은 문서임에도 노사가 합의하는 단체협약과 달리 회사 쪽이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탓이다. 정부는 심지어 취업규칙도 노사 합의 문서로 보고 신의칙 적용 대상으로 못박아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지침에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던 특정 임금 항목에 (지급 당시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재직 요건 등을 추가할 경우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므로 (노동자에게는) 불이익 변경이고, 이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취업규칙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근로기준법(94조)을 근거로 사용자의 통상임금 개악 시도를 막을 사실상의 유일한 수단으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 가입률이 10.3%에 불과한 현실을 외면한 ‘헛구호’에 가깝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자 열의 아홉은 취업규칙보다 강한 단체협약의 적용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취업규칙 개정 때도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의 노동자 1750만명이 회사 쪽의 취업규칙 변경 절차 위반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건수는 46건에 불과했다. 2011년 41건, 2012년에도 48건에 그쳤다.

이는 실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김준영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연맹의 불이익 변경 상담 건수만 한 해 100건이 넘는다. 무노조 사업장은 더 많을 수밖에 없는데 진정까지 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취업규칙에 동의하지 않으면 취업 자체가 안 되고, 이후 재직하는 동안 법적으로 회사에 맞서기는 더 어렵다. 진정은 거의 퇴직자가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지침에서 취업규칙에도 신의칙을 적용해 노동자가 통상임금 소급분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두고는 무리한 조처라는 비판이 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의 박경수 노무사는 “상여금 등의 구체적 지급 방식은 취업규칙 하위의 시행세칙에 있고, 이 세칙 변경 시 회사는 고용부에 취업규칙 변경 신고 자체를 안 하는 게 상례화돼 있다. 향후 기업들이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취업규칙을 신의칙에 포함해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한 소송을 제한한 것도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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