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급증, 실상은 중장년 ‘생계형 취업’
취업자 급증, 실상은 중장년 ‘생계형 취업’
  • 이준영
  • 승인 2014.03.18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업자 수가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최근 두 달간 ‘고용 서프라이즈’에 고무돼 정부가 연일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50대 이상과 여성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고용시장에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비경제활동인구 감소에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직장에서 퇴직한 50대, 남편소득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주부, 대기업·공무원시험에 떨어진 취업준비생들이 생계형 취업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살림살이가 빡빡해지면서 고용의 질이 심각히 악화되고 있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방하남 장관 주재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고용 동향 및 고용률 70% 로드맵 점검’ 회의를 열어 “최근 고용호조세가 비경제활동인구의 대폭 감소 등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취업자 수는 76만7000명 증가해 200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회복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취업자 수 반등(rebound)과 달리 이번에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노동부의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55만2000명이나 감소했으며 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실업자도 13만4000명 늘었다.

특히 30~50대 여성이 구직 활동에 나서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줄었으며 전체적으로 보면 50~60대의 취업자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 또 자영업자에서 임금 노동자로, 임시·일용직에서 상용직으로 취업자 증가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노동부는 “급속한 인구 구조 변화와 고용률 70% 정책의 추진 효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취업자 수 증가를 질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부정적이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으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데, 남아 있는 이들의 일자리 질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2월 여성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저부가가치 서비스 영역인 도·소매업과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부문”이라며 고용의 양적증가와 대조적으로 질적인 하락을 우려했다.

그는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자영업 창출이 활성화되지 않는 한 ‘자영업자 증가-경쟁 심화-자영업자 재조정’이라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는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10.9%로 2000년 1월 이후 1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부분에 대해 주목했다.

민주노총은 “청년층의 취업자와 실업자 수가 동시에 늘어난 것은 청년 실업이 점차 한계상황에 놓여 저임금 일자리라도 들어가고 보자는 움직임의 결과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일자리 증가에 따른 잇단 낙관적 전망에 대해서도 “고용의 질을 도외시한 채 박근혜 정권의 고용 정책 수치 홍보에 초점을 맞춘 일면적 평가가 아닐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