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타임스 창간 20주년 특집] 단가 경쟁보다는 산업을 살리자
[아웃소싱타임스 창간 20주년 특집] 단가 경쟁보다는 산업을 살리자
  • 김연균
  • 승인 2015.01.26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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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진열대 위의 상품이 아니라는 인식부터

저단가 경쟁 부추기는 ‘갑·을’ 모두 책임져야



창간 20주년 아웃소싱 산업 이미지 개선 캠페인

②단가 경쟁보다는 산업을 살리자



아웃소싱에는 필연적으로 고용과 관련된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현재 보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저가입찰제를 고의적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특히 청소, 경비, 시설관리, 제조업 등 대부분 근로자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인 사업 분야에서는 아웃소싱이 인건비 삭감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아웃소싱 업체를 교체하는 경우 기존보다 낮은 단가로 아웃소싱 받은 업체는 기존 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동의하는 근로자에게만 고용을 보장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근로자를 재고용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또한 청소 등 노동집약적 업무의 경우 일반적으로 임금이 최저수준에 달할 정도로 열악한 경우가 많아서, 이들 근로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등 집단적 행동을 하는 경우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기존 아웃소싱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근로자를 제외하는 근로자에 대한 선별적 고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아웃소싱에 따른 업체 선정 및 아웃소싱 업체의 변경을 둘러싸고 고용관계와 관련한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공공 부문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시장 경제의 원리에 비추어 보면 고객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한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지만 보편화된 아웃소싱 산업을 핵심 산업의 반열에 올리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이외에 해당 근로자의 고용 안정까지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노동은 대형 마트 진열대에서 파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책임은 ‘외주’로 돌리는 ‘갑’

‘최저임금·최저입찰’ 못 벗어나


선진 교육을 표방하던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입찰경쟁이 치열하여 현재 수준의 도급금액을 정하면 입찰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어 도급금액을 낮추었고 아울러 배치인력도 대폭 축소조정 될 수밖에 없으며 최종적으로 연세대학교와 계약이 체결된다면 인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에 회사는 선별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밖에 없으므로…

4,500여명의 신입생이 거주하는 기숙사 청소를 맡은 외주업체가 근로자들에게 보낸 공문이다. 연세대와 도급계약 체결을 위해 낮은 금액을 써냈으니, 그만큼 인원을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고객 기업(갑)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받기 원할 것이다. 값싼 상품을 사고파는 문제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인간의 노동력을 근간으로 하는 서비스는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입찰 당시 ‘제로 마진’을 써낸 외주 업체의 이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오직 근로자들의 임금과 복지가 바닥으로 떨어질 뿐이다. 특히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생활하고 있을 청소근로자들에게 ‘최저입찰제’는 이중으로 최저의 삶을 강요하는 족쇄와도 같다.

송도캠퍼스 청소 근로자 30명은 현재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에 있다.

해당 외주 업체가 고의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감축한 결과다. 그럼 외주업체가 악질이라서 문제일까? 사실은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최저입찰제를 밀어붙인 당사자는 외주업체가 아니라 원청인 연세대이다. 외주업체 역시 “학교 측의 운영비 절감” 정책 때문에 최저입찰이 시행되었다고 주장한다. 연세대는 마치 자신은 상관없는 양 점잖게 뒤로 빠져 있는 형국이다. 모든 교섭은 계약을 맺은 외주업체의 몫이 되는 셈이다.

터무니없는 입찰 조건 제시도 많아

가격평가 50%, ‘갑’사가 단가경쟁 부추겨


아웃소싱 업체들이 수용할 수 없는 입찰 조건이 걸리기도 한다.
지난해 중순쯤 롯데하이마트 콜센터 아웃바운드 위탁 입찰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롯데하이마트는 입찰 선정 기준을 제안평가 50%, 가격평가 50% 제시했다. 보통의 입찰의 경우 8대 2 비율인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조건이다.

또한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금액보다 2순위 업체의 제안가격이 낮을 경우 1순위업체 역시 2순위 업체가 제시한 낮은 단가를 적용해야한다고 공지했다.

가격 경쟁을 부추겨 ‘무조건 싼 값에 쓰겠다’는 전형적인 ‘갑’의 횡포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터무니 없는 낮은 도급비를 책정하고도 입찰 공고에는 ‘원활한 인원 수급과 전문업체의 노하우를 활용하겠다’고 당당하게 입찰 목적을 밝혔다”며 “갑의 입장에서도 보아도 아웃바운드 업무의 성과가 날지 의문”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더구나 롯데하이마트 측은 3년 계약 기간동안 동일한 금액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관계자는 “근속일수가 쌓이고 물가가 상승하면 임금상승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선결해야 할 문제인데, 이를 무시하고 3년 동안 임금상승과 물가인상을 반영해주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업계가 부담하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스스로 목 조이는 ‘저단가 경쟁’

위협 사례 모아 공론화 해야


아웃소싱사업자 간의 단가 경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연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단 계약부터 하고보자는 일부 아웃소싱업체들의 불공정 계약으로 전체 아웃소싱시장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기업 입장에서야 같은 일을 맡기는 데 조금이라도 비용이 낮다면, 기업 경영의 속성상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러한 점을 이용한 일부 아웃소싱업체들의 고손실 저단가 경쟁이 이제는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 지방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일부 아웃소싱업체들의 경우에는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에서 수년간 착실하게 아웃소싱사업을 하면서 품질력을 인정받으며 탄탄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던 A업체의 경우, 최근 주력 계약업체를 모두 빼앗겨 회사 매출과 규모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최근 재계약 시점에서 수도권에 기반을 둔 모 대형 아웃소싱업체가 도저히 상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납득할 수 없는 단가에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 K대표는 지금 사업을 계속할지 말지를 고민 중에 있다.

수도권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쟁쟁한 기업들이 입찰에 임한 가운데, 서로 일정 금액 이하는 지키자는 협의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입찰에서는 틀어져 버렸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전체적인 사업이익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용기업들도 학습이 되어 ‘더 싸게’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사업에서도 경쟁은 있기 마련이고 또 가격경쟁은 가장 좋은 수단이 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쯤 되면 다 같이 죽거나 뒤로 가자는 것이다.

업계 차원에서 하루빨리 방비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사례들을 수집하고 공론화해 시장을 위협하는 업체들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아예 퇴출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용기업들도 지금이야 낮은 가격에 비용절감 했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그 비용이 그대로 직원들한테 전가됨으로써 생산성이 낮아지고, 독과점이 형성된 후에는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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