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원어민 강사도 근로자… 퇴직금·수당 지급해야"
대법원,"원어민 강사도 근로자… 퇴직금·수당 지급해야"
  • 이준영
  • 승인 2015.07.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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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강사도 근로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국 원어민 강사에게 판결을 적용하면 일시적으로 부담하는 추가비용만 최대 5000억원이 넘을 수 있어 학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청담러닝의 원어민 강사 24명이 학원을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청담러닝은 국내 최대 원어민 영어강의 학원 체인인 청담어학원을 운영하는 상장사다.

청담어학원에서 2009~2010년께 영어강사로 일한 A씨 등은 학원이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퇴직금 등을 주지 않자 2011년 소송을 냈다. 이 사건 2심 재판부는 “학원은 교습 방법, 수업 시간 및 장소, 강의 교재 등을 결정해 통보했고 수업 태도 감독, 복무규정 제정 등도 했다”며 “원고들은 학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3심 재판부는 “원심에는 법리 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고 봤다.

학원 측은 “원어민 강사들은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일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가 청구한 임금은 합계 약 4억6500만원이며 지연이자까지 합하면 9억2100만여원이다. 소송을 내지 않은 다른 사람들까지 적용하면 수십억원이다. 청담러닝의 직영 학원 14곳에서 일하는 전체 원어민 강사는 331명(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가맹점까지 합하면 전국 청담어학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가 다니는 April어학원의 원어민 강사 수는 약 1300명이다.

학원가에서는 지금까지 원어민 강사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아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각종 수당을 주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회화지도 비자(E-2) 발급자는 1만7157명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해외 동포는 E-2비자를 받지 않아도 학원강사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합치면 국내에는 2만5000~3만명의 원어민 강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판결을 원어민 강사 전체에 일괄 적용하면 지연이자를 제외하고도 최대 5800억원이 넘는 추가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학원업계는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강사 비율이 높은 일부 학원을 중심으로 강사의 근로계약 조건을 재확인하거나 줄소송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외국인 강사비율이 약 20%에 달한다는 한 학원 관계자는 “최근 불경기로 학원 경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외국인 강사들이 퇴직금 등 각종 수당을 달라고 할 경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담러닝 관계자는 “이번에 소송을 낸 24명은 특수한 사례이기 때문에 전체 학원 경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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