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공급망 리스크와 자립정책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공급망 리스크와 자립정책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2.08.01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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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2021년 10월 국내 요소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디젤차량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가 11월 초순부터 국내에서 바닥나기 시작했다. 요소수가 없으면 디젤차량 운행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대형 화물차 등이 멈춰 서면 물류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요소수는 디젤차에 탑재된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쓰이는 제품이다.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NOx)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바꿔준다. 트럭과 버스 등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 디젤차에는 SCR가 의무 장착된다. SCR 장착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제한된다. 

요소 및 요소수 품귀 현상은 10월 11일 중국의 관세청인 해관총서의 고시에서 비롯됐다. 이날 해관총서는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키로 했다. 10월 15일부터 그동안 검사를 받지 않은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총 29개 비료 품목에 대해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중국 해관총서가자료를 검토한 후 승인이 나기 전까지 수출이 전면 제한됐다. 

작년 봄 호주가 중국을 겨냥해 코로나19의 발원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하자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와인, 보리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보복조치를 발표했고, 작년 10월에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석탄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세웠지만 기대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으로 석탄 채굴이 줄면서 전력난을 겪었다. 석탄 가격상승과 재고 감소, 전력난으로 요소 생산이 줄자 10월 15일 요소 등 비료 품목의 수출제한에 나섰다. 

◆국내 요소가격이 급상승하고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중국당국은 중국 내에서 쓸 요소도 부족해지자 서둘러 수출을 제한했다. 수출제한 이후 불과 2주 사이에 국내 요소수 가격이 10~15% 오르고 사재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우리사회 전반에 혼란이 일어났다.

국내 요소수 제조사들은 2010년경 부터 요소의 국내생산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단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은 전체 수입량의 66%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와 카타르 등에서도 수입은 하고있지만 세계 요소 생산의 30%를 책임지는 중국이 수출제한에 나서면서 요소 부족 현상은 도미노처럼 다른 국가로 번지고 있다. 

업계는 요소수 부족으로 수백만 대의 중대형 트럭과 건설장비, 항만과 공항하역장비 등 국내 물류와 화물 운송이 마비되면 산업전반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다행히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범정부차원에서 합동으로 대응하면서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는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에 계약됐던 중국 수입 물량이 수출 허가가 나면서 들어오기 시작했고, 호주와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지에서 요소수와 요소를 모은 노력 덕이다. 

주간경향 1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11월 16일 기준 5대 주요 요소수 업체의 생산량은 96만L를 기록해 하루평균 사용량인 60만L를 넘었다. 하지만 정부가 하루 2번씩 공개하는 중점유통 주유소 차량용 요소수 재고 현황을 보면 18일 12시 기준으로 주유소 125곳 중 16곳이 재고 200L 미만을 보이고 있다. 수 개월 분량을 확보해 숨통은 트였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20개 품목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9월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단일국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은 3941개다. 

산업연구원이 1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관심 품목’은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을 포함해 1088개이다. 전체 중국 수입품목의 5분의 1 수준이다. 리튬과 마그네슘은 우리의 주력 산업인 화학과 이차전지, 반도체 등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유사시 이들 품목의 공급이 끊길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전략 물자도 아닌 범용 물자에 가까웠던 요소수 사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글로벌 밸류 체인(GVC) 안전망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는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20개 품목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대외 의존도가 높은 3,000~4,000개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 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경제 안보 핵심 품목 200여 개를 선정하고, 이중 시급성이 큰 20개 품목은 우선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국내 생산 역량을 높이는 한편 비축량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처 소재ㆍ부품ㆍ장비 수출규제로 불거진 338개 소부장 품목뿐만 아니라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은 원료까지 글로벌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은 좀처럼 안정되지 못하고 교란상태에 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산과 물류의 지체 현상,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 에버그린호의 수에즈운하 좌초사건,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각국을 휩쓴 자연재해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은 지속적으로 교란을 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과 리스크는 각국 정상들이 직접나서서 공급망 자립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EU 등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등의 핵심 부품과 소재의 주도권을 자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자국산업보호와 경제안보 차원에서 글로벌 산업 생태계 변화를 가져올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관련해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500억 달러 투자 계획 발표에 이어 4월에는 반도체 인프라 투자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발의 계획을 밝혔다.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인텔은 2022년 3월 2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 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인텔 CEO 팻 겔싱어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리적으로 균형 잡힌 공급이 필요하다”며 “세계는 혼란과 도전에서 벗어나 더 균형 잡힌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에 반도체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 안보 및 경제 보좌관들은 2022년 4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GM 등 자동차 테크 기업 관계자들을 화상회의로 초청했다. 바이든은 화상회의에서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는다"며 공격적 반도체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TSMC는 이미 2020년 120억 달러를 투입해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이자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도 2021년 11월에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유럽 내 공급망 자립 움직임은 EU집행부에서 산업계까지도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투자 경쟁에 유럽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유럽은 반도체 자립론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산업의 ‘쌀’이 된 반도체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멈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차량용 반도체 칩 후공정이 주로 이뤄지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조립라인이 멈춰서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를 포함, 전세계 자동차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유럽연합(EU)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이르는 가운데 핵심 부품 공급 지연에 따른 타격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 및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공급망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유럽은 200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설계 기술에서는 미국에, 제조 기술에는 대만과 한국에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유독 약품에 의한 환경 오염과 근로자 건강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회적 반발도 컸다. 유럽 최대 전자기업이었던 필립스는 지난 2006년 반도체 사업부를 해외 사모펀드에 83억 유로에 매각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대두됐다. EU는 현재 세계 시장의 10% 내외인 유럽산 반도체 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EU 회원국 반도체 산업에 총 430억유로(약 56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유럽 반도체법’을 제안해 현재 EU 의회와 회원국이 검토 중이다.

2021년 9월 15일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연례정책 연설에서 반도체 공급안정화와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역내 반도체 자급자족 생태계 조성을 언급했다. 이어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마련하고, ▲EU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 20%달성, ▲2나노급 생산설비확충, ▲역내 R&D역량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EU는 물론, 회원국도 개별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최소한의 ‘반도체 자립(自立)’ 기반 만들기에 나섰다.

2022년 7월 프랑스는 이탈리아 합작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손잡고 프랑스 서남부 그르노블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총 57억유로을 투자해 선폭 18나노미터(nm)의 공정을 적용한 생산 라인을 여러 개 만들 예정이다. 18㎚ 공정은 자동차·가전제품·산업 장비용 반도체 제작에는 충분한 기술이다.

독일은 2022년 7월 미국 인텔의 반도체 공장을 북동부 마그데부르크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인텔은 이곳에 170억유로(약 22조5000억원)를 투자해 CPU부터 메모리까지 다양한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최대 8개의 생산라인을 만든다. 2023년 상반기에 공장 건설을 시작, 오는 2027년부터 본격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독일은 대만 TSMC와도 독일 내 반도체 공장 건립을 논의 중이다. 독일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키로 한 자금은 총 140억유로에 달한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는 2021년 5월 신산업전략을 발표하고 EU가 수입하는 5,200개 제품 중 역외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하는 민감 품목이 13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민감 품목의 대다수를 중국(52%)과 베트남(11%)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밝히며 주요 산업분야에서 전략적인 자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도 내년 경제정책 목표를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산업망과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의 핵심 반도체 기업인 SMIC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자국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기업의 접근 통로를 줄여가고 있다. 이에 중국은 독자적인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해 독자 발전 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경제정책의 중요 목표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산업망과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산업망·공급망 통제 능력 향상’을 8대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제시했다. 

중국지도부는 “산업망과 공급망은 안전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이는 새로운 발전 패턴을 만드는 기초”라고 했다. 아울러 기초 부품과 기술, 소재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급망 자립은 '공급망지도'와 ‘공급망 대체·우회·복구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최근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 공급망 병목, 봉쇄와 단절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대륙 간 존재했던 공급망 불균형 문제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가시화된 것으로 평가되면서 글로벌밸류체인(GVC)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특정 품목과 지역에 대한 높은 의존성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힘을 받으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공급망 자립정책도 부상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행정명령 1401호를 통해 핵심 공급망을 100일간 점검해 보고서를 내라고 했다. 2021년 6월 그 결과물로 나온 '공급망 100일 보고서'는, 반도체·배터리·광물·의약품 4대 핵심 물자 공급망 지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 외국 기업들이 추가로 제출한 자료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했다. 

EU도 회원국 반도체 산업에 총 430억유로(약 56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유럽 반도체법’을 제안해 현재 EU 의회와 회원국이 검토 중이다.
중국 정부도‘산업망·공급망 통제 능력 향상’을 8대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제시했다. 

2021년 요소수 대란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 '공급망지도'였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2020년 2월 이후 코로나19 공급망 단절 사태관련 대책회의 때도 필자가 계속 주장했던 것이 주요 산업별, 국가별, Port(항만, 공항)별 ‘공급망 지도 작성’과 ‘공급망 대체·우회·복구방안 수립’의 필요성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요소가 어느 나라에서 얼마만큼 생산되는지, 어느 국가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지 알수 없었다. 제대로 된 공급망 지도 하나 없이 호주·베트남 등지로 요소를 구하러 다녀야 했다.

중국과 호주간의 정치적 문제가 발단이 된 석탄->암모니아->요소->요소수로 이어지는 공급망 리스크처럼 누군가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공급망을 무기화하거나 공급망에 혼란을 주는 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요소수 대란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공급망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꼼꼼하게 공급망을 점검하고 지도를 작성해둘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급망 대체·우회·복구방안 수립도 꼭 필요하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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