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OEM제품보다 이름있는 브랜드가 필요
얼굴없는 OEM제품보다 이름있는 브랜드가 필요
  • 승인 2001.01.18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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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켄’하면 맥주, ‘아이보리’하면 비누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맥도널드 햄버거, 질레트 면도기, 나이키 운동화 등 세계는 온
통유명 브랜드가 휩쓸고 있다.

코카콜라는 전세계적으로 1초에 4만병씩 팔려 하루에 무려 30억병이
소비되고, 소니의 워크맨은 지난 20년간 2억3천만대나 팔았다. 인텔
은 8년동안 무려 34억달러를 투자하여 ‘인텔 인사이드’라는 메시지
를 부각시킨 결과 브랜드 가치에서 세계 제 4위를 차지했다. 세계적
인 브랜드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장되는 온라인 망이 세계를 하나의 거대
한시장으로 만들어감에 따라 브랜드의 무한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규모가 크다거나, 수십년의 명성을 쌓았다는 것이 곧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브랜드 파워를 유지
하지못하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만다.

브랜드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는소비자에게 꾸준한 신뢰를 심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온 초일류 브
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브랜드의 힘은 바로 디자인에 의해 강화된다는 사실을 간과해
서는 안된다. ‘브랜드’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눈으로 볼 수 있고, 만
질수 있는 실체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마음’이라고 한다면 디자인은 바로 ‘얼굴’이다. 이같은
관계를 잘 나타내주는 예로는 단연 코카콜라를 들 수 있다. 브랜드가
치 725억달러로 세계 1위인 코카콜라가 독특한 맛으로만 지금의 지구
촌 브랜드가 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심벌마크는 물론 독특한 형태의 병에 이르
기까지 디자인이 바로 브랜드 파워의 원천이다. 20세기 최고의 디자인
으로평가받고 있으며 여성의 몸매를 닮은 병의 형태는 창사이래로 수
없이 변신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졌고, 심벌마크의 디자인도 시대의 변
화에 부응하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전략적으로 개선되었다.

심벌마크에 사용되는 빨간색인 코카콜라 레드(red)는 포장디자인은 물
론이고 홍보물이나 배달차량까지 일관성있게 적용되어 ‘빨간색은 곧
코카콜라’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지금도 올림픽이 열리는 개최도시
를 온통 기업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물들여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이렇듯 코카콜라는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 치밀하고도 체계적인 디
자인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유수 기업들은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하여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세계 수십개 국가에 수출하는 미국의
한 비누회사는 각국 사람들의 피부특성과 문화와 취향 등에 맞춰 그
나라 사람들의 구미에 가장 잘맞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부단히 노
력하고 있다.

주방가구를 생산하는 업체는 오랜 동안 주방에서 주부의 손놀림 하나
하나까지를 관찰, 분석하여 제품의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고객을 디자인개발에 직접 참여시키는 추세이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개개인의 요구에 부합되도록 디
자인해주는 맞춤형 조립(Build to Order: BTO) 생산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한 가전업체에서는 주부들로 팀을 구성하여 디자인개발에 참여시키
고있고, N세대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아직도 고유브랜드의 비중이 낮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섬유, 신발,
가구,가전, 자동차 등 세계적인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가진 산업에서
조차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이 적어 고부가가치 창출에 걸림돌이 되
고 있다.

금년에 우리 기업으로는 최초로 삼성전자가 52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
를인정받아 세계 100대 브랜드로 선정되었지만, 아직도 가까운 장래
에 그와 같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지
난 9월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와 관련지어 월스트리트저널은
“취약한 브랜드와 재무구조를 가진 한국 대기업을 소유할 필요가 없
다”는 언급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브랜드의 육성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브랜드 파워
가경쟁력과 소비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가 상품의 겉모양이 좋거나 가격이 싸면 통하던 시대였다
면,21세기는 개개인의 감성이나 개성, 그리고 문화적인 가치까지 고려
하여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만 살아남는 냉혹한 시대이다. 경제적
인 여유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상품자체가 가진 기능
보다 이미지를 구매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더 이상 OEM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고유 브랜드와 독
창적인 디자인의 개발을 서둘러야한다. 디자인이 세련된 세계 일류 브
랜드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며, 브랜드파워와 경쟁력을 높이려
면 디자인에 투자해야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디
자인 스타를 양성해야한다.

피에르 가르댕, 아르마니, 루이뷔통, 크리스찬 디오르 등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며 사들이고 있는 브랜드는 다름
아닌디자이너의 이름이다. 잘 키운 디자이너 한 명이, 세계적인 초일
류의 브랜드 하나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커다란 국익을 가져
다 준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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