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파견법 공방 후끈 달아오른 한달
근로자 파견법 공방 후끈 달아오른 한달
  • 승인 2000.12.2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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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기업현실 전혀 반영 못해...세계적 추세 따라야"
-노동계:"파견업체에 의한 중간착취... 탈.불법 사례 근절을"
-파견업체: "사용업체70%가 정규직 전환 불가...제도개정 마땅"
-정부:"개정시기상조..."근로자 보호"법취지에도 안맞아

근로자파견 기간만료를 앞둔 지난 6월은 재계 노동계 파견업계 등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목소리의 수위를 한껏 높인 한달이었
다.
대한상의는 ‘파견근로자 사용업체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난 98년 제
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기업현실에 맞도록 전면
개편할 것을 촉구하는 반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근로자파견법 철폐와 파견노동자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특히 대한상의 간담회에는 파견근로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전자·통신
·금융업계의 사용자들이 주로 참석해 파견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들
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려는 노동부의 방침은 업계 현실과는 너무나 동
떨어진 이야기라며 2년이 한도인 현행 파견기간에 대한 법적인 경과조
치를 마련해 대량해고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
다.
또 현행법을 정부가 계속 고수할 경우 기업의 편법적 인력운용을 야기
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고용관계 형성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
혔다.
한국인재파견협회도 ‘파견근로활성화 및 노동시장유연성 제고를 위
한 토론회’를 갖고 파견기간 제한과 대상업무의 자유화를 요구했다.
한편 노동부는 7월 파견근로자 제도 시행 2년째를 맞아, 파견기간을 2
년으로 제한한 규정으로 실직될 위기에 처한 파견근로자들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7월10일까지 특별 행정지도 및 점검을 실시키로하는
등 현행 제도를 정착시키기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행정지도를 통해 한 사업장에서 2년 넘게 일하면서 장기간 업무
에 종사할 필요가 있는 파견근로자의 경우 해당 사업장이 정규직이나
계약직 등으로 직접 고용토록 유도하고 파견업체에 대해서는 파견기
간 만료로 일자리를 잃는 파견근로자를위해 새로운 사용업체를 적극
발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각계의 주장과 요구사항을 들어 보았다.

재계

◆현행 파견법은 기업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토록 유도할 계획이나 현실
적으로 기업에서는 파견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법이 사문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파견근로자, 파견업체, 사용업체 어느 주체의 입장도 전혀 반영이 안
된 현행법을 가지고 7월을 맞이하게 될 경우 다수의 범법자가 발생할
것이며 이는 결국 기업들을 편법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다.
◆현행법상의 2년기간 제한 규정으로 인해 숙련이 축적된 직원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데 따른 업무 공백이 심각하다. 컴퓨터 상담원
의 경우 효과적인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약 1년 가량이 소요되고 2년
가량 현업에서 근무하면 숙련도가 많이 향상된다.
그런데 현행법의 기간제한 규정 때문에 숙련된 인력을 본격적으로 활
용할만한 시점에서 이들 인력을 내보내는데 따른 업무공백으로 기업
경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며 경제사회 전체적으로 막대한 낭비를 초래하
므로 현행 2년 기간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파견근로자, 사용업체, 파견업체 모두가 동의하는 경우 기간제한 규
정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현행 파견법의 기간제한 규정은 직업선
택의 자유에 관한 개인의 기본적 권리를 중대히 침해하고 있기 때문
에 국민기본권에 관한 헌법소원 제기를 고려해 봐야 한다.
◆파견업종을 26개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파견업은 단순보조직이라
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파견근로자들은 일종의 취업대기자로서 행
동하고 파견사원이라는 신분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사업체도 파견근로자에 대해 그리 높은 성과를 기대하
지않게 되고 따라서 파견근로자의 질적 수준이 더욱 저하되는 악순환
이 발생하고 있다.
◆파견인력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중에는 숙련이 필요한 업무가 많
이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26개로 제한된 파견업종을 대폭 자유화해서 단순
보조직 뿐만 아니라 숙련직에 대해서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적시에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파견근로자
수준의 질적 향상이라는 선순환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노동시장의 유연성제고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도 정부가 현실
에 맞지 않는 법에 얽매여 있는 것은 경영여건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
라 파견근로자를 실업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파견기간을 한시적으로 1년 연장해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고 궁
극적으로 세계적 추세에 맞게 파견기간을 자율화하고 파견업종을 네거
티브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등 파견법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한다.

노동계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6조 제3항에서 “사용
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
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
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용사업체가 이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파견계약기
간 2년이 다가오는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적 해고 및 배치전환을 강요
하고 있다.
◆근로자파견제의 적정한 운영과 파견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표방하
며 제정되었던 파견법은 사용사업체와 파견사업체에 대한 규제의 측면
에서는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면서, 근로자파견제를 사회적으로 용인하
도록 만드는 기능만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에 대한 실제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파견업
체간 교체파견 등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미봉책을 제시하기에 급급하
고 있다.
◆사용사업체는 파견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해고·배치전환을 즉각 중
단하고, 2년 이상 사용한 파견·용역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파견근로기간이 2년이 되어가는 노동자들을 계약해지하고 동일한 업무
에 새로운 파견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파견법 위반이다. 또
한 파견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악용하여 파견기간의 연장, 파견업무
의 확대 등 법개악을 꾀하고 있는 재계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
다.
◆파견법을 악용한 사용자들의 불법행위가 이미 예상되었던 사안임에
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량실업사태를 막기에 급급하여 파견업체간 교
체파견, 단기간 계약해지 이후 재파견 등등 탈법적 방안을 권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정부는 사용사업체가 법규정대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도록 감독하
고, 파견노동이 기업의 상시적 업무에 활용되는 것을 규제해야만 한
다.
◆정부와 학계는 파견법 도입의 필요성 중의 하나로, 불법적인 파견
을 규제하고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바 있
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파견법의 테두리 밖에서는 다
양한 유형의 불법 파견이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의 사내하청 노동
자, 유통업의 판촉사원, 시설관리노동자, 위장노무도급 노동자 등 불
법파견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데, 정부는 불법 파견 및 위장노무도급
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근로자파견제는 파견업체에 의한 중간착취를 구조화할 뿐만 아니
라 고용 및 노동조건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쉽게 회피할 수 있도록 하
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반사회적·반인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파견제에 대한 법적 규제는 파견노동을 원칙적으로 제한
하면서 파견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파견법 시행 2주년을 앞두고 발생하고 있는 불법·탈법적 사례들에 대
해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가가 파견법제의 정당성 여부
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파견업계

◆현재 파견시장에는 장기파견의 수요와 공급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
는데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파견기간을 일률적으로 2년으
로 묶고 있는 것은 명백한 공익적 이유가 없는 만큼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한국인재파견협회의 실태조사 결과 파견근로자 사용업체의 70% 가량
이 파견직을 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전환할 의사가 없다고 답하고 있
는데 이는 ‘2년이상 파견은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부
의 입장이 현실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만일 이러한 입장이
견지되려면 도급근로자도 전부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파견기한의 완전철폐가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다만 단기파견시장의
육성을 위해 장기파견에 제한을 둔다는 입장에서 ‘근로자, 사용업
체, 파견업체의 합의가 있을 경우에 기간연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함이 바람직하다.
◆파견대상업무의 현행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국제적으로 오직 우리
나라에만 있는 규제조항으로 객관성 타당성이 인정되는 극소수의 업무
를 제외하고는 완전 자유화가 바람직하다.
◆파견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은 기본적으로 시장기능에 따라 조종
돼야 할 문제로 사용업체에서는 다른 보수체계가 적용되는 정규직과
파견직을 동일한 업무에 종사시키는 행위를 자제하고 파견업체도 파견
스텝의 전문성제고를 통해 서비스단가를 높여나가야 한다.
◆고용권과 관련 사용업체는 부당하게 파견업체의 파견사원 선발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파견계약의 중도해지에 따
른 책임문제 있어서도 파견근로자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최소화 되도
록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정부

◆법이 시행된지 2년에 불과한데 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은 법적 안정성
을 심히 저해하는 성급한 주장으로, 제정된 법을 제대로 시행도 안
해 본 상황에서 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정부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작년말 현재 5만3000여명에 달하는 파견근로자중 7월로 사용기간
이 만료되는 근로자는 10%안팎으로 그리 많지 않아 대량실직 등 문제
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파견근로제의 정착을 위해특별 지도·점검
을 실시, 이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재취업이 원활히 이뤄지도
록 하겠다.
◆일부에서는 파견기간의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이는 장기파견
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므로 이를 반영하여 파견기간을 제한하지 말거
나 파견기간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맹점이 있
는 것이 우리의 파견제도는 법률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파견근
로자 보호’에 주안점이 있는 것이다. 파견은 본질적으로 일시적인
(temporary) 인력수요에 대응하자는 것인데, 파견기간에 제한을 두지
말자는 것은 ‘파견’ 제도와 상치하는 것이다.
◆파견기간을 현재의 최장 2년에서 더, 예컨대 3년으로 연장하자는 주
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 가운데는 최근의 시점을 이용
하여 법이 파견 근로자들의 실직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
이 있다. 그러나 이 주장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다.
왜냐 하면 3년으로 연장하면 3년이 되는 시점에 문제는 똑같이 발생하
는 것이다. 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해두는 것에 불과
한 미봉책일 뿐이다.
◆파견근로제도에 대한 논란은 파견근로자 보호를 둘러싸고 이루어져
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란 그들의 고용안정, 근로조건의 보호를
포함한다. 고용안정은 기간의 연장 또는 폐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파
견업체의 다른 사용업체로의 파견, 새로운 사용업체의 개척, 정규직
·임시직·계약직·일용직 등 사용업체의 직접고용으로 이루어져야 한
다.
◆무엇보다도 파견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보호에 힘써야 한다. 파견근
로자들의 임금은 겨우 월 84만1,550원에 불과하다. 동일한 직종에 정
규직과 파견직이 혼재하며 근로하는 경우가 없어져야 하고, 만약에 동
일한 업무를 파견직도 수행하고 있다면 정규직과의 보수 격차가 커서
는 않된다.

200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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