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ase] 빨개면
[Brand Case] 빨개면
  • 승인 2000.12.2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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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개면 탄생신화]

면발에 고추양념한 빨간색의 라면이 드디어 한국에서 착륙하게 되었
다. 면발이 빨간 라면은 hungry라면으로 유명한 일본 일청식품에
서 "기므치"라면이란 브랜드로 일본에서 올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제
품이다.

한국에서는 현재 명동에"틈새"라는 간판을 건 자그만한 2평 남짓한 반
지하 가게에서 안성탕면에 고추가루를 가미하여 "빨개면"이란 명칭으
로 그릇당 2,500원에 팔고 있다. 명동에 가본 사람이라면, 음식에 관
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잡지 등 대중매체에서 음식에 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빨개면"이란 명칭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처음 오뚜기는 "빨개면"이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많
은 고민을 했다. 홍장군, 색라면, 홍누들, 불그면, 다홍라면 등 수십
종의 브랜드를 놓고 수십차례 회의를 거듭한 후에 결정한 최종 브랜
드 네임은 "빨개면"이었다. 그 브랜드네임은 임팩트가 강하다는 등의
장점 이면에 빨갱이(공산당 의미)를 연상시킨다는 단점도 잠재했지만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특이한 제품이고 또한 제품도 기존 라면과 월
등히 차별화 되기에 오뚜기라면측은 과감히 브랜드네임을 "빨개면"으
로 결정하게 되었다.

제품속성과 가장 잘 매치되는 모델을 찾아라!

빨개면은 제품특성상 평범한 모델보다는 캐릭터가 분명하고, 소비자에
게 쉽게 어프로치할 수 있는 모델을 필요로 했다. 이에 신인모델부터
요즘 잘나간다는 최고의 모델까지 두루 섭렵하였다. 한창 잘 나간다
는 윤다훈, 버거소녀로 알려진 양미라 등의 모델들을 주요 대상에 올
리고 검토한 결과 양미라를 제외하고는 유머적으로 소비자에게 친근
감 있고 나름의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모델을 발견할 수가 없어 양미
라를 빨개면의 모델로 최종 결정했다.

양미라, 그녀는 "빨개면"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가

2000년 7월 29일 오전 9시, 삼성동 대유스튜디오. 우리의 모델 양미라
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시에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그녀 옆엔 조직
폭력배같이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에, 핸드폰과 빨간색 평양담배를
손에 쥔 로드메니저가 붙어 있었다.
양미라와 무슨 말인가 주고받은 후 그 무시무시하게 생긴 로드메니저
의 얼굴엔 웃음이 감돌았다. 웃음을 본 순간 무섭게만 보였던 그의 모
습에서 언뜻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앞니는 약간 벌어지고, 약
간의 불량끼는 있지만 마음은 선한..... 까까머리 학생의 이미지가 떠
올랐다. 웬지 오늘 촬영은 순조롭게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조명, 카메라 등 스텝들은 물론 광고주, 대행사, 프로덕션 모두 장비
와 콘티 확인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침잠한 분위기 속에 양미라가 한
마디 말을 던졌다. 아주 어눌한 톤으로 "안녕~하세요~" 그러자 조용하
던 촬영장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양미라의 기분은 최고인 것으
로 감지됐다. 실제로 본 양미라의 모습은 174cm의 훨칠한 키에 예쁘장
한 얼굴이었다.

올해 19살의 양미라는 고등학생답지 않게 성숙한 모습이었다. 오늘 양
미라는 오뚜기 회장님께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시는 이 빨개면을 흥하
게 하느냐 망하게 하느냐의 중요한 열쇠를 지니고 있는 CM-CREATOR였
다. 과연 양미라는 자신의 끼를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

역시 양미라 - 시종 천연덕스러운 연기

촬영은 오전의 제품촬영과 오후의 본촬영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오전에 진행된 "빨개면"의 제품촬영. 하나프로덕션의 이승옥감독은 그
동안 오뚜기라면의 촬영경험을 바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촬영에 임
하였다. 당사 임동욱 PD와 함께 제품패키지 촬영에서부터,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아직 덜 익은 라면에 이르기까지 이리 저리 위치를 변경하
며 제품 촬영에 몰두했다.

특히 임동욱 PD는 2본부 내의 CM 제작을 도맡다 보니 지난 3개월동안
거의 거르지않고 밤샘작업을 한지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함에도 불구하
고 빨개면에 워낙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완벽한 CM을 위해 마지막까
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어느덧 시계는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
다.

간단한 점심식사와 휴식후 오후 모델 촬영에 임하였다. 오후엔 오뚜
기 라면의 김승희이사, 광고팀 최광명과장 등 광고주쪽에서도 현장에
나와 상황을 체크하였다. 40여분의 메이크업을 마 치고 나온 양미라
는 촬영에 임하기 전 관계자들과 스냅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러던
중 "자! 이젠 본 촬영에 들어가니 각자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라는 이승옥 감독의 말과 함께 양미라가 연기하는 진짜 빨개면
의 촬영은 시작되었다.

드디어 첫 모델촬영. "앗! 어머니 라면이 빨개 보여요 어어엉~" 양미
라의 눈이 금새 휘둥그레졌다. 촬영콘티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
동안 CM모델로, 방송MC로서 활동을 한 양미라는 이미 프로 근성이 몸
에 배어 있었다. "양미라"라는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
력했다. 분명 방송 연예인으로서 기질을 타고 났음에 틀 림없다. 고3
의 여고생답지않게 영상시대에서 자라온 그녀의 끼를 마음껏 발휘했
다. 라면 식용 시즐이 있기 전 양미라는 배가 출출한지 라면을 한 젓
가락 한 젓가락 야금야금 먹었다. 그 모습을 본 촬영 감독이 한 마디
던졌다. "미라씨! 너무 많이 먹지마. 있다가 많이 먹어야 돼".

그러나 양미라는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빨개면이 맛있다"며 자꾸 먹
었다. 다행히 감독의 우려와 달리 "엄마, 라면이 빨개보여요"라는 멘
트로 시작된 촬영 컷에서부터 라면을 먹는 시즐 컷에 이르기까지 그녀
는 NG를 거의 내지 않으면서 다양한 포즈를 연출했다. 촬영콘티를 다
찍은 후엔 양미라의 애드립컷의 촬영이 있었다. 먼저 천자문을 읽는
톤으로 "양념 양, 맛 미, 라면 라, 양미라네"라고 말하며 웃는 연기.
천자문을 읽는 톤이 어색한지 양미라는 분장한 얼굴 뒤에 쑥쓰러운 표
정을 감추고 있었다.

다음은 새빨간 고추를 만지는 컷. 프로덕션측이 선별한 작고 도톰한
고추를 먹어보고 양미라는 "안 맵네"하며 NG를 내고... 그러다 진짜
매운 고추를 만나고서야 "어허허~ 정말 매워" 한다. 스탭들은 모두 웃
음바다. 감독이, 고추를 쓰다듬으면서 "너 땜에 입맛이 산다. 살
아"를 해보라는 액션을 요구하자 양미라는 말을 못알아들었다는 식의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스텝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여고생답다.

모델도 반한 "빨개면"

시계는 어느덧 7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촬영은 거의 끝났다. 감독은
몇 분간 촬영하고 있는 척 하며 양미라에게 계속 다른 포즈를 의뢰했
다. 촬영에 몰입한 양미라는 이런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
다. 감독은 미안하듯 그제서야 "미라야, 집에 안가?" 하자 양미라
는 "촬영 중인데 집엘 가다니"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스텝들이
조명스위치를 내리자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웃으면서 스텝들을 향
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분장실로 들어갔다.

분장실을 나온 양미라. 주위를 살펴보면서 "빨개면 어디 있어요? 저
라면 좋아해요. 저 좀 주세요"라고 말하며 주위에 널려 있는 빨개면
을 주섬주섬 챙겼다. 역시 "빨개면" 모델답다.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 기분좋게 제작된 "빨개면" 광고.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이 제품
이, 최고의 모델 양미라를 선봉에 세워 최고의 히트제품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 같은 예감이다. 버거소녀 양미라는 이제 빨개면 소녀
로 애칭이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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