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는 지고 아마존 부상
CE는 지고 아마존 부상
  • 승인 2000.12.20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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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연 10억원에 채 미치지 못하던 우리나라 브랜드
네이밍(Naming) 시장이 올해엔 50억∼6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여러 히트브랜드를 탄생시켜 유명해진 일명 메이저급 네이밍회
사는 폭발적인 주문쇄도에 즐거운 비명이고, 이런 회사에 일을 맡기
는 것조차 힘든 형편이 됐다. 또, 올해 들어 몇달사이에도 신설 네이
밍회사가 10여개 가까이 문을 열기도 했다.

무슨 이유에서 이처럼 많은 브랜드들이 갑자기 필요해진 것일까. 그
리고 전문네이밍회사들이 만들고 있는 브랜드들은 어떤 용도의 것일
까.

최근 들어 개발되고 있는 신규브랜드의 60%이상은 인터넷관련 브랜드
들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관련 사업이 도입기를 지나 초기 성장단
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수는 2002년에 190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인터넷
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산업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
서 기존 오프라인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즉, 새로운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새롭고 다양
한 브랜드의 탄생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해동안 국내에
서 수백개의 브랜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는 유례가 없는 일이
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브랜드의 중요도가 한층 더 커졌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는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요소 중 브랜드 파워
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국내 포털서비스 브랜드만도 수없이 많다. 그렇지만 대체적인
전망은 짧은 기간 내에 두세개의 힘있는 브랜드로 통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닷컴브랜드가 자산

이것은 비단 포털서비스 브랜드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모든 분야가 마
찬가지로 카테고리별 1∼3위 브랜드로 흡수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인터넷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출현하고
또 그것들을 집어삼키는 맹수같은 브랜드 몇개로 정리되는 일들이 전
개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처럼 다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브랜드와 온라인 비즈니스의 브랜드는 무
엇이 다를까.

온라인 비즈니스 브랜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체형 브랜드라는 점이
다. 즉 회사이름-상표-도메인이 하나로 돼 있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상호는 상호대로, 상표는 상표대로 따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다음, 야후, 한별텔레콤, 옥션 등 대개가
일체형 브랜드임을 볼 수 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다. 제약없이
전 세계의 모든 정보, 모든 브랜드가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예전처럼 자신의 회사 마크를 기억시키려하고, 브랜드와 브랜드 마
크, 캐릭터나 슬로건, 그리고 도메인까지 고객에게 전달하고 기억시
키려 한다면 언어적, 시각적 요소를 단 한가지로 일체화시킨 브랜드
를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독창성과 연상성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이미 잘 알려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이다. 이 브랜
드의 사이트가 처음 오픈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환경관련단체 또는 관
광관련 사이트로 오인했었다고 한다. ‘아마존’이란 브랜드를 쓰게
된 본래 의미는 창업자인 제프 베이소스가 ‘거대한 아마존 강처럼 무
수히 많은 책들이 있는 서점’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명명함으로써 비
롯됐다.

그러나 누가, 어떤 의미로, 왜 이런 브랜드를 지었는지 알고 있는 사
람은 없다.

단지 아마존의 ‘거대한’ 이미지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책이 쌓여있는
거대한 서점일 거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인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
는 자연을 소재로 브랜드를 만든 독창성이 빛나는 것이다. 서점이름
이라면 당연히 ‘Book’과 관련된 단어들을 소재로 하기 쉽고 큰 서
점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Big’‘Great’‘Grand’ 등의 단
어들을 채용했을 법하다.

서점과 강이름이라는 매우 이질적 요소에서 ‘거대함’이라는 공통분
모를 연계시킨 독창성이 매우 차별화된 브랜드로 키울 수 있는 밑거름
이 됐다.

‘야후’라는 브랜드의 뜻은 아마존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경우다.

야후의 본래 의미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인간의 모습을 한 동물
’의 이름이다.

또 속어로는 ‘시골뜨기’란 뜻도 있어 뜻만 놓고 볼 때는 썩 좋은 브
랜드라 할 수 없다.

이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담긴 단어를 브랜드로 채택하려면 여간 찜찜
한 것이 아니었을텐데 왜 그들은 굳이 이 브랜드를 사용한 것일까.
또 이런 브랜드가 어떻게 인터넷 최고의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의 힌트는 야후의 로고디자인에서 어느 정도 훔쳐 볼 수 있
다.

만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모양의 글씨체와 ‘YAHOO!’라고 뒷부분
에 감탄부호를 붙인 것으로 보아 본래 의미보다는 ‘얏후!’하는 감
탄사 이미지를 채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명 로데오게임이라고 하는 흔들말타기를 시작할 때도 ‘얏후!’하
는 소리와 함께 시작하듯, 즐겁고 기분좋은 출발을 표시하는 감탄사
적 이미지를 ‘원하는 정보를 즐겁고 기분좋게 검색해주는 야후’의
이미지로 연결한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야후의 경우에는 독창성뿐 아니라 탁월한 이미지 연상성이 브
랜드 파워를 키워가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닷컴인기 지속된다

이 밖의 또다른 특징은 ‘텔’ ‘텍’ ‘닷컴’ 등을 붙인 브랜드가
많다는 것이다.

‘텔’이나 ‘텍’의 사용은 주로 벤처기업에서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데, 자신들이 전문으로 하는 사업분야가 어느 쪽인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코스닥의 여러 회사들이
이런 글자가 들어있는 이름으로 교체해 주가상승 등의 긍정적 효과를
본 사례가 많으므로 다소 흔해진 점은 있으나 앞으로도 자주 쓰일 것
으로 보인다.

그러나 ‘닷컴’의 경우는 기업성격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도메인의 일부분이므로 그 기대효과가 일시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는 온라인비즈니스 회사라는 것을 별로 내세울 만한 게 못되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이미 90년대말의
유물처럼 느껴지는 단어라하여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 형편이니
혹시라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사용여부를 잘 생각해 볼
일이다.

인터넷시대로 접어들면서 브랜드자산이 더욱 중시되는 이유는 거래 주
도권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이전하면서 제품 그 자체보다도 브랜드가
구매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혁명과 정보유통
촉진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방식과 가격결정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발
생했다. 그러므로 브랜드력이 없는 경우엔 ‘제살 깎아 먹기’식의
가격 경쟁을 치른 후에 패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됐고 브랜드 로열
티가 이익률 제고의 원천으로 자리잡게 됐기 때문이다.

어느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는 “앞으로의 가상사회(Virtual
Society)에서는 소수의 뛰어난 브랜드가 세계시장을 장악할 것”이
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던 브랜드들도 그 위치를 계속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이미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GE 등 지속적으로 왕좌를 누리던 브
랜드들의 파워가 차츰 약화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나고 있으며 야후,
AOL, 아마존, e베이 등 온라인시대의 뉴브랜드들이 상위 순위로 치
닫고 있다.

신경제와 구경제의 세대교체는 브랜드의 지각변동으로 가시화될 것으
로 전망된다.

이제 누가 남보다 더 훌륭한 브랜드를 개발하고 얼마나 잘 관리 육성
하느냐가 사업성패의 중핵으로 다뤄지게 된 것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시대의 다양한 브랜드들 그리고 그들의 대단한 격전,
흥미있는 관심거리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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