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64% 공장 헐고 차라리 모텔 짓겠다
中企 64% 공장 헐고 차라리 모텔 짓겠다
  • 승인 2003.10.06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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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생산업체를 경영하는 Y사장은 요즘 모임에 나가면 좌절감을 토
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고 말한다.

"주5일 근무제, 고용허가제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상대적인 박탈감
을 느낍니다. 솔직히 대기업도 크게 벗어난 얘기는 아니지만 중소기
업은 특히 일본보다 기술은 떨어지고 중국과 가격경쟁에서 이겨낼 도
리가 없어요."

Y사장은 "기업할 의욕" 상실감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친구 중 한 명이 최근 기업을 정리하고 40억원짜리 모텔을 인수해
월 400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리는데 부러워요. 꼬박꼬박 현금 들어오
죠, 무엇보다 모텔 운영을 모두 부인에게 맡기고 골치 아픈 일 없이
골프장에 나가 운동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중소기업들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중소제조업 10곳 중 4곳은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 "버틸
수 있는 생존연한은 2년"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종업원 20인 이상 433개 중소제조업 최고
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1%가 "현재 경제 상황이 지
속되면 앞으로 버틸 수 있는 생존연한은 2년"이라고 응답했다.

생존연한을 1년 이내라고 밝힌 CEO는 10.9%, 3년 이내라고 응답한 CE
O는 25.6%였다.

다시 말해 3명 중 2명(64.7%)은 "현 경기침체가 3년 동안 지속된다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 CEO들이 느끼는 경제불안 심리지수는 36.3으로 위험수위
(40 .0) 아래로 떨어져 "심리적 허탈" 상태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적 허탈"상태는 CEO 433명에 대한 심리정도를 1(매우 불안)~5점
(매우 안정)으로 나눠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것으로 지수 36.3은 "
매우 안정(161~200)", "심리적 안정(111~160)"의 지수에 비하면 바닥
수준이다.

중기 CEO의 36.7%는 "경제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가장 기
업하기 싫다"고 밝혔고, 33.1%는 "최근 노사관계 불안은 중소기업 근
로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생산성 저하를 유발시킨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23.5%는 대기업의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분을 중소기
업 납품단가 인하로 전가했고, 11.9%는 화물연대 파업이 자체 물류수
단을 구비하지 못해 물류비 상승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기협중앙회는 "상당수 중소제조업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ㆍ저물가로 특
징되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염려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
했다.

이 같은 심리적 공황 상태는 중소제조업의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25.9%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계획"(기협중앙회 조사)
이라고 밝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소기업(29.8%)"이 "중기업(17.5%)"보다 높게 나
타났고 업종별로는 "경공업(27.8%)"이, 업력으로는 "10년 이상
(27.7% )"된 기업이 업종 전환을 더 많이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제조업 포기에 대한 이유로 L사장은 "새 정부 들어 성장보다 분배를
너무 강조하다보니 중소기업인들이 당황해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비
교해 모든 것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이 사장을 보는 눈이 예
전 같지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 다.

해외이전 역시 가속하고 있다.

기협중앙회가 최근 375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조사한 결과 37.9%가 "이전 또는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특
히 해외이전 계획 업체의 61.7%가 1~2년 이내에 옮길 것이라고 응답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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