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민노총, 비정규직 문제 제기할 도덕적 자격 없다
[좌담]민노총, 비정규직 문제 제기할 도덕적 자격 없다
  • 승인 2004.05.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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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서경석(경실련 중앙위의장)
참석자 - 배일도(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역임)
최영기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비정규직 문제, 왜 생겼나?

서경석: 현재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에 대해 말씀해 달라.

최영기: 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비정규직 규모가 급격하게 늘었다. 96년에는 42%였는데 2003년도에는
49.5%로 늘었다.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 것이 우선 문제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두 가지 원인은 인건비부담
이 크게 상승하고 고용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어 기업이 이에 대
한 대응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여 인건비부담을 낮추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이유는 비정규직노동자의 임금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여 이들의 생활도 불안정하
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근로조건의 격차가 심한 점이다. 합
리적인 수준의 격차는 양해할 수 있으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평균 50%에 달한다면 이것은 문
제다.

또 사회보험 적용률도 차이가 많다. 정규직을 100%로 보면 비정규직이 25-30% 수준밖에 안 된다. 정규직
은 4대 사회보험을 다 받는데 비정규직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은 퇴직금, 잔업근로수당,
근로기준법 등 보호해주는 여러 가지 보호조항이 있는데 비정규직은 근로기준법 보호도 제대로 못 받는 경
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큰 격차가 나고 있다.

배일도: 기업의 지불능력 밖에 노동자가 존재하고 있으면서 노동자의 공급이 과잉인 것도 비정규직 문제
의 또 하나의 원인이다. 세계화 진전에 따른 외국노동자의 유입, 제대로 된 정부 정책의 부족, 그리고 그 틈
새에서 노동조합의 이기적인 형태의 힘에 의한 독점, 이런 요소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과
학기술의 발전도 노동자의 공급과잉의 한 원인이 되었다.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중심에서 이제 첨단산업 중
심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력의 이동이 지나치게
규제되고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 비정규직 규모를 크고 복잡하게 만든 근본이유다.

산업화초기 박정희 대통령 시기를 보면 기업은 한 가지라도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내세워 노동자
를 유인했다. 이를테면 휴일을 더 준다던지, 의료보험을 적용한다던지, 학자금을 더 준다든지 하는 것이었
다. 그러나 이제는 인력이 남아돌기 때문에 기업이 그러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노동자들은 과거에는 회
사를 그만두더라도 쉽게 다른 직장으로 갔는데 지금은 갈 데가 없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노동의 유연성이
경직되어 기업이동이 쉽지 않고, 기업주 입장에서도 고용과 해고가 용이하지 않게 되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많지 않아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하였다.

최영기: 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경제는 급격하게 개방경제로 나가는 추세였다. IMF가 요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외자유치를 위해서도 그랬다. 개방경제가 되면서 국제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기
업들은 자기 회사 노동자들의 협조를 받기 어려웠다. 조직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기업들이 적절히 통
제하지 못하고 요구하는 대로 임금을 주면서 질질 끌려갔다. 기업들이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진정시키는 진
정제로 임금인상을 허용하는 일이 계속되면서 15년 동안 그렇게 버릇을 들이고 말았다. 97년 이전에는 독
점적인 기업이나 공기업처럼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은 임금인상을 수용할 수 있었다지만 경쟁에 노출된
이후에도 조직노동자들의 요구가 변함이 없으니까 기업은 비정규직을 쓰는 방향으로 숨통을 틀 수 밖에 없
었다.

정부의 책임은 ?

서경석: 결국 조직노동자의 힘이 커지면서 노조가 과도하게 임금을 상승시키고 이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
된 기업은 경영합리화의 방안으로 정규직을 신규로 고용할 필요가 있더라도 아웃소싱하여 비정규직을 대
신 쓸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 결과라고 보여지는데 여기에서 정부의 책임은 없는가?

배일도: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고 어느 나라도 비정규직 문제
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 비정규직이 커진 데에는 노조의 책임이 크지만 정부의 잘못도 크다. 97년 IMF 사
태 이후 정부가 초기에 적절한 제도적 견제장치를 마련해 비정규직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
데 그 시기를 놓쳐 버렸다. 그래서 문제가 상당히 커진 다음에 시정하려다보니 기업도 부담이 커지고 정부
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우리나라 기업처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도 드물다. 노사분규, 정부규제, 부패 등으로 심각한 고비용 저효
율 구조다. 물건 만드는데 재료비는 못 줄이니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데 노동자한테 임금을 많이 주어야 하
니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그렇다고 노동자가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도 죽을 맛이
다. 더욱이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에 저임금의 불만을 호소한다. 또 학자금, 퇴직금, 가족수당 등 외국에서
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을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4대 보험도 마찬가지다. 현재 4대 보험
의 삼분의 일은 기업주, 삼분의 일은 노동자, 삼분의 일은 정부가 내는데 사실 기업주는 세금을 내고 노동
자도 소득공제를 당하는데 또 돈을 내는 셈이 되었다.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을 기업과 노동자에게 넘긴 것
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사회보장 영역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부
담을 낮추는 제도를 만드는 일에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최영기: 정부가 기업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비, 교육비 등을 해결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하지 못했
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있는가?

서경석: 민노총이 과도한 교섭력을 발휘해서 임금을 상승시킨 것이 오늘날 비정규직이 양산된 이유라면 민
노총이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향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
점이 과연 정당한가? 오히려 국민 앞에 죄송하게 생각하면서 침묵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배일도: 대기업 노동자가 비도덕적으로 행동한 것이 사실이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노조가 기업에 압력을
넣어 임금을 올리면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단가를 낮추어 버린다. 결국 노동진영 내에서 서로 이해가 상충
하여 하청노동자 임금을 대기업 조직노동자가 가져간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임금은 167만원
정도인데 대기업 노조원 1년 연봉이 4500만원이 넘는다. 민노총과 같은 대기업 노조가 강한 힘으로 기업에
압박을 가하여 자기 배만 불린 셈이다. 또 우리 사회도 이를 방치했다. 정부는 포퓰리즘에 이끌려 이를 방
치, 내지는 조장한 셈이 되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임금을 깎
아야 하는데 노조는 그 얘기를 하지 못한다. 민노총이 임금을 낮추지는 못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
하기만 하는 것은 립서비스만 하는 것이다.

최영기 : 민노총은 조직노동자 중심인데 임금인상은 민노총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민노총이 원인제
공자인 셈인데 이제 와서 민노총이 해결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패러독스다. 사실은 노동자 측 내부
를 보면 민노총 조합원들도 비정규직이 회사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비정규직이 들어오
면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비정규직부터 해고되기 때문에 자기들은 고용이 안정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
다. 정부가 일정한 선을 그어주고 노동자도 스스로 연대해서 이러한 유혹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옳은
데,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게 되었다.

산별노조가 해답인가?

최영기: 그동안 노동조합은 계속 산별노조를 주장해왔다. 기업단위 노조를 협상대상으로 하면 대기업노조
는 기업으로부터 최대한으로 많은 것을 얻어간다. 반면 교섭력이 극히 약한 하청기업 노조, 비정규직은 많
은 것을 얻을 수가 없다. 노동 쪽만 생각한다면 기업별노조를 산별노조로 전환해서 노조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노조의 조직범위를 확대해주고 노조가 지나치게 행동하는 부분은 정부가 법적 조치로 대
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경총, 전경련, 뿐만 아니라 일선 기업경영자도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노조가 정치집단화되고 산업
전체를 파업으로 몰고 가 큰일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산별노조로 되지 않으면 기업 측이 주장해 온 “정
규직이 스스로 독점구조를 깨달아야 한다”는 논리가 먹히지 않게 된다. 어느 노조위원장이 자기기업 조합
원들에게 비정규 하청노동자 임금을 올려주기 위해 우리의 임금을 동결하자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서경석: 과연 대기업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것을 지지할 것인가는 의문스럽다. 아마도 경영자측보다
노동자가 훨씬 더 반대할 것이다. 산별노조가 되면 대기업 노조원은 임금을 20-30% 깎아야 하고 하청기업
노조원들은 임금이 30-40% 오를 텐데 어느 대기업 노조가 자기들의 임금이 깎이는 제도를 찬성하겠는가?
처음부터 산별조직이었다면 모르되 이제 와서 산별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
로 노조의 조직형태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이 이기심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배일도: 민노총의 2대 목표가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다. 이 두 개를 따로 볼 것은 아니고 산별노조를
이루어 정치세력화 하자는 말이다. 산별노조를 만들면 물리적 힘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명
분은 노동자가 평등하게 잘 살자는 것이지만 이는 위에서 끌어올리는 평등이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회
적 평등은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보더라도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대기업노조와 힘을 합쳐서 열심히 하
려고 하는데 대기업 노조는 따로 하려고 한다.

최영기: 기업규모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커지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그렇지만 대기업 노조에게 비도덕적이면 안 되니까 임금삭감을 하라고 말한다고 해서 과연 대기업노동자
가 그 말을 들을 것인가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그렇지만 기업도 노조가 산별노조를 주장하는 것을 받아쳐
서 산별노조원끼리 연대임금을 정해보라고 말할 수도 있을 터인데 왜 그런 생각은 못하는지 모르겠다.

서경석: 산별노조를 하자고 하면 그 순간 대기업노조는 다시 입장을 바꾸어 기업별노조로 그냥 있자고 할
가능성이 크다. 정규직 노조가 스스로의 임금을 깎아서 하청계열 노조와 동일한 노동조건이 되는 일은 기
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기업노조가 정말 산별노조로 갈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비정규직을 위해 임금
동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의 문제이므로 대기업노조가 이기심을 절
제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도덕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 정말로 산별노조가 해결책이라면 현재의 기업
별 노조를 그대로 두면서도 산업별 회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각 산업별로 기업자 대표, 노조 대표가 모여
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최영기: 현재 한국노총 금융노조가 산별노조인데 이용득 위원장이 올해 임금 인상안을 내면서 임금을 2년
간 동결하자는 제안을 했다. 정규직 임금을 2년간 동결하는 대신 그 재원으로 신규 인력을 뽑고 비정규직
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의견은 은행 지부장들에 의해 거부되었다. 민주노총의 이수호
위원장도 정규직 임금 인상율을 하향조정해서 그 재원으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자는 제안을 공개적으
로 표명한 바 있다. 실제로 노조 지도부는 생각을 옳게 하고 있지만 노조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다.
그래서 사회지도층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도덕적으로 설득한다고 해서 노동자가 과연 받아들일지 의심스
럽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산업별회의에 정부도 함께 참여하여 조합원과 개별기업을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대책

서경석: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내놓고 있는 대책은 바람직한 것인가?

최영기: 정부 방침이 정확하게 표명된 바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발표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첫째는 현행
틀 내에서 개선할 부분을 충분히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법파견과 같은 명백한 불법은 시정하겠다
는 것이다. 둘째는 공기업이나 공공부분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개선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공공부분 비정규직 개선책은 사실 갑자기 내놓은 것이 아니고 여러 차례 예고되었
던 것이다. 공공부분 비정규직 3만2천 명가량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3만9천여 명은 정규직과의 지나친 격
차를 줄이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정규직 전환은 그 직무가 없어질 직무가 아니라면 굳이 비정규직
을 쓸 것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화라 해서 꼭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
다. 계약직이라 해도 계약을 반복해서 하는 경우 계약 기간을 장기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화하는 것
이므로 민간기업이 우려하듯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 화하는 것은 아니다. 유연한 성격의 직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이런 직무에 대해 부당한 차별을 줄여 나가는 쪽으로 정부가 방향을 제시했다.

또 직업 중에도 비정규직 성격이 맞는 직업이 있다. 그렇지만 기업이 생산성이나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봤
을 때 정규직으로 가는 게 맞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비정규직을 다 정규직화해야 하는 것
은 아니다. 비정규직도 괜찮으면 된다.

이번 비정규직 대책 재원규모가 5년간 1600억이라고 한다. 이 비용은 부처단위로 기획예산처와 협의해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방침에는 노사가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기업이 비정규직을 해결
하도록 노력하고, 그러한 것을 정부가 나서서 합의를 유도하는 것과 같은 부분은 빠져있다.

배일도: 이번에 정부가 내어놓은 비정규직 대책에는 재원 계획이 빠져 있다. 그래서 시민에게 부담을 시키
면서 노동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런 식으로 대처하면 오히려 비정규직이 더 늘어날 수
도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지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이번 정부대책은 우는 아기에게 젖을 더 주는 것과 비슷하다. 천육백억 재원을 쓴다고 했는데 사실 이 돈
은 임금으로 지불할 경우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행정자치부에서는 공기업에게 구조조
정 계획을 내려 보낸다. 예산절감액에 맞추어 구조조정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공기업은 결국 인원을
안 뽑는 것으로 대응한다. 신규인력을 뽑지 않으니 조직이 노후해지고 당연히 청년실업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청년실업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를 대처하는 것을 보면 항상 미봉책이고 땜질식이다. 사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더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업은 장사 잘해서 세금만 잘 내면 되
는데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기업에게 넘기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 규제만 강화되고 기업은 노동계
에 치이고 정부에 치이면서 부도덕한 존재로 비쳐지게 된다. 그리고 기업가를 무조건 매도하는 포퓰리즘
이 난무하게 된다.

서경석: 기업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실업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아기보기(babysitter)와 같은 일은 인건비가 싸야하고 당연히 비정규직이어야 한다.
만일 베이비시터의 임금이 정규직임금처럼 높아지면 아무도 베이비시터를 두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비정
규직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고용확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실업률도 높고 비정규직보다 훨씬 더 어려
운 사람들도 많은데 비정규직문제가 너무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대책도 표피적이고 분위기에 끌려가
는 측면이 크다.

노동조합의 생각

서경석: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나?

배일도: 민노총의 주장은 장기 근속자는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단기계약을 두 차례 이상 갱신, 일
년 이상 한 사람은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임시노동자는 자동 정규직화하고 동일노동 동일
임금을 법제화하자는 주장이다.

최영기: 노동조합도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노동조합의 주장이 다양하지만 원칙적 입장 표명에 그친 면도
많다. 몇몇 사업장들, 현대자동차를 예로 보면 신규 정규직 채용 인력의 40%는 기존 비정규직에서 뽑아 올
린다는 규정이 있다. 그것은 시행되고 있다. 회사도 경험이 많고 유능한 사람을 뽑으니 이익이 된다. 이러
한 노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또 정규직이 성과급으로 500만원을 받으면 비정규직도 250만원은 받는 일
이 작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회사입장에서는 정규직이 받을 것 다 받고 비정규직에게도 주라고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 인건비 관리 차원에서 보면 정규직에 갈 돈이 줄어드는 것이다.

서경석 : 비정규직 노조는 어떤 입장인가? 민노총에 화살을 겨누고 있나?

최영기 :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사이에 갈등이 있다. 초기에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 창설
을 막아 비정규직 노조는 울분을 쌓였었다. 이 사람들이 정규직 노조에 들어가려 무척이나 애썼다. 요즘에
는 정규직노조의 이기주의에 대한 사회적 압력 때문에 정규직 노조들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
한다.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사람들의 얘기 들어보면 정규직 노조가 그렇게 하
는 것은 그야말로 입막음 수준이고 체면유지,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배일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조직 노동자보다 훨씬 많은데 오히려 대기업, 조직 노동자가 큰소리치며 정의
실현 집단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 기업이 지불능력이 있는데도 이익을 더 취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
린다면 마땅히 기업에게 질타를 가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한계에
와서 기업이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민노총을 향해 제대로 비판을 하지 못
한다. 인터넷에서 집단적으로 공격을 받아 매장당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정한 해법인가?

서경석: 이제부터 무엇이 진정한 해법인가를 토론해 보자.

최영기: 비정규직의 문제의 대책 중에서 노력을 안 해 본 것이 있다. 정부대표와 노사의 최고 지도자들이
만나 비정규직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노조의 임
금요구가 강한 상황에서는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일정 부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벗어나
려면 정규직 노동자도 기업에 협조해야 하고 정부도 주택비, 교육비를 낮추어서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
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자동차나 조선, 은행 등 노동운동을 주
도하는 몇몇 주요 업종에서 노사와 정부부처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업종별 노사정회의를 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정해가면서 최저임금을 정한다든가 명백한 불법 파견은
시정한다든지 하는 것을 회사 측이 말해야 하고 노조도 임금안정에 합의해 주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전국
차원, 업종별 차원에서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정규직 상위 20%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임금을 동결하고 하위 20%의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정책이 내부 임금격차가 줄어들 때까지 몇 년 간 계속
될 필요가 있다.

배일도: 근본적으로 정부가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이 잘 될 수 있는 정책을 정부가 내야 한
다. 무조건 노동자 개개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또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을 위해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
다. 현실적 해결책은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 즉 각 업종별회의를 해서 상위 몇 프로는 임금을 동결하
고 그 돈을 비정규직을 지원하는 데 쓰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임금이 연령, 근무 시간에 따라 다른데 근무시간에 맞추어 통일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
제한만 시킬 것이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 정책도 실시해야 한다. 노동조건은 노동시간과 임금인데 이 두 가
지를 다 건드리지 않고는 해결책이 잘 안 나올 것이다. 좋은 예가 소방서다. 소방서가 불 끄는 일만 할 때
는 인원이 만명이었는데 각종 긴급대처서비스를 실시하니 인원이 4만3천명까지 늘었다.

그리고 사회보험의 경우 정부가 삼분의 일만 부담하는데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몫을 기업
가와 노동자에게 돌리면 기업은 그 비용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자리문제도 정부가 기업에게 일방적으
로 강요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떨어지게 된다.

서경석: 사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재계의 주장은 옳다. 재계의 말대로 비정규직의 발생원인은 정규직의
임금이 높고 고용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계의 말이 지당함에도 불구하고 재계
의 말이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 반면에 민노총의 목소리는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임에도 불구하고 옳
은 주장인 것처럼 비치고 있다. 언론이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데 언론노련이 민노총 소속이어서 그런지 잘
안되고 있다.

기업부터 변화해야 한다. 기업이 전혀 도덕적이지 못하니까 노조의 비도덕적인 부분을 시정할 수 있는 사
회적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이제부터 투명경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에게 기업이 어려우
니 기업이 희망이 보일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을 중지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기
업에 사외이사로 참여하여 투명경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전문성을 가지고 감시해야 한다. 이러
한 일련의 기업개혁의 틀 안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이 찾아져야 한다.

배일도: 기업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노력이 기업을 위해서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나 꼭 필요하다고 본
다. 그리고 현재 정당하게 기업을 하려고 해도 부당한 방법이 아니면 안 되는 조건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세금문제다. 아무리 기업경영을 잘해도 절세를 하지 못하면 이익을 낼 수 없다. 이런 불합리를 시정하
는 일에 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

최영기: 이번 17대 총선은 정치권과 재계의 유착관계를 단절시키는 큰 전환점을 이루었다. 이제는 기업이
변화해야 한다. 기업은 먼저 국민을 향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세
레모니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도덕성을 가지고 노조에게 강하게 얘기할 수 있다. 이런 변화된 모습
을 보이지 않고 정규직에게 임금을 동결하라고만 하면 노조와 싸우자는 얘기 밖에 안 된다.

서경석: 오늘 토론에서 비정규직문제를 푸는 바른 해법이 제시되었다는 느낌이다. 오늘의 토론요지를 중심
으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조합에게 올바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사회성명을 <업코리아>
가 조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산업별회의를 통해 상위 20%의 임금을 동결하여 하위 20%의 최저임금을
상향시키는 일을 수년간 계속하는 것, 그리고 충분한 지불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비정규직을 쓰는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투명경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민노총에 대해서도 정직하게 문제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바른 말을
하는 것을 겁낸다. 그러다보니 민노총은 자꾸 성역화되고 있다. 이것은 민노총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오늘 좋은 토론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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