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뇌관’부유세 터지나
17대 국회의 ‘뇌관’부유세 터지나
  • 승인 2004.05.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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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에서 의석 수 확보에 성공하면서 민노당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부유세 문제가 공약
차원을 넘어 그 실현 여부를 놓고 치열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노당은 지난 5월 11일 17대 국회 핵심 의제와 실천안을 담은 ‘대국민 실천 선언’을 발표한 자리에서 비정
규직의 정규직 전환, 출자총액 제한 제도 강화 등을 경제 분야의 단기 과제로 제시하는 한편 부유세 도입
은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하지만 민노당은 “부유세를 통해 빈부 격차에서 비롯된 사회 갈등을 해소하자”
며 부유세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지난 5월 8일 전국 성인 864명
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부유세에 대해 찬성(62.3%)이 반대(26.5%)를 훨씬 웃돌았다.



민노당이 내세운 부유세는 한마디로 ‘부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민노당은 “부유세는 조세 형평과 세수
증대에 따른 사회 복지 예산 확충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노당 주장에 따르면 토
지·건물·주식·예금 등의 금융자산과 고가 자동차·선박·골프장 회원권 등의 실물 자산 총액수가 10억원 이상
(과세 표준)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10억원을 초과하는 자산 부분에 대해 종합토지세율을 준용해 누진적으
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민노당은 “프랑스에서도 8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에게 부유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부유세 부과
대상은 2만~5만명 수준으로 전국민의 0.04%에서 0.1% 정도이며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민노당에 따르면 프랑스를 포함, 스위스·노르웨이 등 유럽 8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부유세를 통해 조성되는 재원은 교육·의료 등 복지 분야에 사용,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단계적으로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주거 안정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부유세 신설로 11조원의 추
가 세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노당은 부유세 도입의 근거로 빈부격차의 심화를 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격차가 벌어져 1996
년 3.3배였던 도시가구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가 2001년에는 5.4배로 확대됐다. 소득이 어
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소득 분배의 불균형 수치인 지니계수도 1997년 0.314에 비해
2001년 0.355로 확대됐다.

현행 종합토지세와 재산세가 있기는 하지만 과세 표준이 시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토지 과세 표
준을 갑자기 올릴 수도 없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일단 부유세를 신설하고 과세 표준 현실화는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세표준 달라 이중과세 아니다”

부유세가 이중과세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노당은 “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을 상
대로 한 ‘인세(人稅)’인 부유세는 재산세·종합토지세 등 자산 보유에 과세하는 ‘물세(物稅)’와 달라 서로 과
세표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부유세는 종합토지세를 확대하는 것
으로, 토지 소유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종합토지세가 이미 부유세적 속성을 갖고 있으며, 부유
세는 토지뿐 아니라 전체 재산 보유의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현행 세제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논리
를 펴고 있다. 부유세 납부액에서 종합토지세 납부세액을 공제하도록 조정하면 이중과세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기존 세목부터 잘 챙겨야”

하지만 부유세가 입법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과세 당국은 부유세의 과세 대상이 부동
산 외에 주식·채권·특허권 등 유·무형 재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데다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개인의 자산과 부채의 증감을 국가가 일일이 챙기면서 세금을 매기
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노당은 “과세 대상 재산의 가격을 판단하는 것은 부유세뿐 아니
라 모든 세금에 있어 어려운 문제이며 부유세 고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부유세 도입의 반대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무형 자산에 대해서도 토지거래처럼 과세표준을 정하면 가치 평가가 불가능
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계는 소비심리 불안을 해소하고 침체된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유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자제돼
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지난 5
월 4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상견례에서 부유세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노 총장이 “고소득자에게 세
금을 부과해 사회안전망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부유세의 취지를 설명하자 현 부회장은 “새로운
세목을 만들 게 아니라 기존 세목 가운데 걷히지 않는 것을 잘 챙겨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노 총장은 “고
소득자의 탈루액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재차 부유세 도입 의사를 밝혔고 현 부회장도 “열심히 일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기업인도 투자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민노당이 추진하는 부유세 도입 문제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외국의 부유세 현황



사회복지 발달한 유럽 8개국 시행 .자본 해외 유출’이 가장 큰 골칫거리



부유세는 유럽의 국가들이 부의 편재를 시정하고 재산의 투기적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민
노당에 따르면 노르웨이·룩셈부르크·스웨덴·스위스·스페인·아이슬란드·프랑스·핀란드 등 사회 복지가 발달
한 국가에서 부유세를 채택하고 있다.

부유세는 빈부 격차 해소와 부의 편재성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부유세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자본의 해외 유출이다. 스웨덴에서는 2000
년에 신고 없이 해외로 빠져 나간 자금을 제대로 거뒀다면 부유세 수입이 87%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 바 있
다. 최근 발간된 프랑스 부자들의 출국 러시를 다룬 책 ‘부자의 지옥’에 따르면 세무 추적과 재산 형성에 대
한 주위의 질시를 피해 이웃 나라로 옮긴 부자가 연간 300여명에 달하고 이들이 국외로 빼돌리는 재산이 20
억유로(약 2조8400억원)에 이른다. 책에 따르면 1989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이 부유세
를 도입한 이래 국외로 유출된 재산은 무려 825억유로(약 117조3000억원)를 넘어섰으며 부자들이 정착하
는 곳은 세금이 낮은 벨기에·영국 등이었다.

집집마다 부동산, 예금, 증권, 사치품 등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객관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데 따른 행
정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덴마크·독일·네덜란드·아일랜드 등 국가들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 부유세를 폐
지했다. 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 등 부유세 시행 국가에서도 폐지·완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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