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문제 해결 없이 내수 활성화 불가능
비정규 문제 해결 없이 내수 활성화 불가능
  • 승인 2004.12.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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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 김진억 국장


노동계와 경영계가 노동부의 비정규직 입법안을 놓고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만 하고 있는 가운데 타협의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급기야 민주노총은 지난 11월 26일, 정부의 비정규직 입법안 저지를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이다.

당초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환경을 보호하고 고용안정을 꾀하고자했던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노 ? 사 양측의 극명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노동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노동부의 입장도 강경태세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노동계가 이번 법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변하면서 “이번 개정 법안은 노동행정을 한단계 발전시킬수 있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이를 담보로 할 장치가 마련되므로 2~3년 뒤에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으며 경영계는 ‘기업의 환경을 무시하고 고용유연성을 저해하는 법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좀더 구체적인 노동계의 주장을 들어보고자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정규직 사업실 김진억 국장의 말을 들어보자.

▼ 정부 입법안의 저지를 위해 ‘총파업’을 선언했다. 입법 저지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노동부의 비정규직보호법안은 ‘보호’라는 탈을 쓴 비정규직 확대 법안이기 때문이다. 기간제 사용기한을 3년으로 연장하면서 기업은 예전보다 더욱 자유롭게 비정규직 인력을 늘릴 수 있으며 신입사원의 경우 처음부터 정규직 진입이 어려워 질 것이다.

그리고 파견노동대상이 전면 확대되면서 파견노동자의 수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 해고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기업은 얼마든지 그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 휴지기제도 또한 3개월간 계약직으로 전환 후 다시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법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기간제와 파견근로를 더욱 양산하고 합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 노동위원회에 비정규직 차별시행기구를 둔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혀 노동현실을 모르는 가운데 이번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증거다. 차별발생시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측의 탄압을 견디면서 노동위원회를 찾아가 차별시정을 요구하기는 힘들다. 설사 살아 남았다해도 사측은 그것을 이유로 계약 만료시 바로 계약 해지를 하면 그만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노조결성 자체가 힘들다.

원청은 그들과 교섭할 의무가 없다. 그들과 교섭상대는 힘없는 하청업체다. 만약 조금의 문제소지라도 생기면 원청은 해당 하청사와 다음 계약시 계약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만약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을 요구한다면 그 노동자는 더욱 힘든 고용불안만 겪게된다.

▼ 노동계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상시고용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 제한적인 임시고용이 필요한 곳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불법파견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파견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는 파견법은 폐지돼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임금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제가 시행돼야 한다. 이번 법안에는 빠져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도 보장돼야한다.

정부는 밀어붙이기식 법안 통과보다는 좀더 개선된 안을 내놓고 노동계와 대화를 시도해야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총파업을 결정하게 됐다.

▼ 경영계에서는 노동계의 주장대로 한다면 막대한 추가 임금비용이 발생하고 그 부담의 직격탄은 중소기업에게 떨어진다. 중소기업의 경영악화는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 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 경제가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내수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국내 78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달에 100만원 내외의 월급으로 살아간다.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도 빠듯한 임금이다.

이런 상황에 내수 활성화는 있을 수 없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와 소비자를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하는데 잘못된 관점이다. 수출은 잘되지만 고용없는 성장의 연속이다. 다수 국민의 소비능력이 상실된 마당에 내수가 살아날 리가 없다. 따라서 비정규직 확산이 결국 기업의 내수침제로 직결된다는 것을 기업인들은 알아야 한다.

▼ 앞으로 민주노총의 계획은 무엇인가?

정부가 이번 개악된 법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이 곧 경기침체와 맞물려 있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정부가 개선된 법안을 들고 노동자와 대화할 의지가 없는 한 총파업으로 맞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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