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임금체불없는 세상' 시스템 개발
노동부 '임금체불없는 세상' 시스템 개발
  • 승인 2005.03.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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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에 가면 임금을 받아준다고 하던데 도대체 근로감독관은 뭐하고 있는 겁니까?”

“몇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정은 파탄 직전입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노동부 종합상담센터와 지방노동관서에는 하루도 그치지 않고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고통받는 근로자들의 아우성으로 쉴 틈이 없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체불사건은 10만여 사업장에서 30만여명의 근로자들이 1조426억원에 가까운 임금을 제때에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적지 않은 제도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임금과 퇴직금은 다른 채권에 비해 최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우선변제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임금채권보장제도’와 더불어 근로자에 대해 생계비를 대부해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 매년 수십만의 근로자들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노동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인 근로자와 내부고객인 일선 근로감독관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야만 했다. 근로자에 대해서는 밀린 임금을 줄여주고, 근로감독관은 체불임금의 늪에서 벗어나 취약 근로자 보호를 위한 예방지도 감독업무를 충실히 맡아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우선 부서내 네트워킹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지난해 3월 임금정책과와 근로기준과 담당자 중심으로 ‘체불행정 혁신 태스크포스팀(TF)’을 발족시켰다.

TF는 그동안 임금정책과에서 검토한 시안을 일선 근로감독관에게 배포하는 한편 인트라넷을 통한 정책연구 동아리방에 ‘체불없는 세상’이란 대화방을 통해 일선 근로감독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와 함께 현행 제도와 행정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동부에 제기된 민원서류 내용을 검토하고 일선 노동사무소에서 근로자들과의 인터뷰도 가졌다. 이외에 노사단체 실무자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현장에서의 대화를 통한 다양한 진단결과 체불사업주에 대한 제재방법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체불임금에 대해 범죄로 규정해 3년 이하의 징역에까지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구속되는 체불사업주는 연간 10명 미만이고, 대부분이 체불임금의 10분의 1정도 또는 많아야 100만~200만원 정도의 벌금에 처해지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이는 물론 임금체불이 본질적으로 근로자와 사업주간의 채무불이행을 둘러싼 ‘사적 권리분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은행에서 돈을 빌려도 이자가 붙고 약속한 기한보다 늦게 갚으면 가산이자가 붙는데 임금은 늦게 주어도 이자가 붙지 않는 모순을 발견했다. 때문에 사업주는 벌금을 물고 버티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낳게 했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일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사법처리 과정에서 근로자와 사업주간의 갈등 심화로 실질적 권리구제와는 점점 거리만 멀어진 채 전과자만 양산하고 근로감독관에게는 수사와 송치서류 작성만을 가중되고 있다.

체불근로자에 대한 상담과 권리구제 지원체계의 문제점과 함께 절대적인 인력부족과 조직체계상의 경직성도 문제였다.

TF는 이같은 체불행정 개선을 위한 혁신방안으로 ‘지연이자제’를 도입하고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제도는 피해자인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면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면해주는 ‘반의사불벌죄’로 전환키로 했다.

노동부는 또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로자들이 취할 수 있는 민사소송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한 체불근로자 무료 법률구조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TF는 이같은 3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근로기준법과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작업을 진행,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 공포만을 남겨두고 있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체불임금 행정체계의 개선을 위해 3대 프로젝트를 별도로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가장 경제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는 상담시스템의 혁신을 위해 일명 ‘콜 센터’라 불리는 종합상담센터 설립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지방노동관서의 민원실을 대폭 보강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종합상담센터는 전국의 전화 및 인터넷 민원을 한곳에서 집중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하고, 민원실 보강은 민간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아 퇴직한 근로감독관, 미개업 공인노무사 등을 지방노동관서당 시간제로 채용해 민원상담을 전담토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3개소에서 시범실시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6개 사무소에서 실시하고 있다. 또 근로자들이 민사ㆍ형사ㆍ노동상담을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 전문가가 격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방노동관서에서 합동상담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둘째는 근로감독 행정절차를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차원의 근로감독관 인력을 1차로 140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올 상반기까지 배치를 완료키로 했다.

또 금로감독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검사의 지휘 없이 내사 종결할 수 있는 신고사건의 범위를 개인별 미청산 금품 1000만원에서 퇴직금을 포함할 경우 3000만원까지 확대하고, 근로자 편의를 위해 우편진술제를 도입했다.

아울러 새로운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노동관서 10개소에 비정규직감독과를 신설, 그동안 사법처리가 필요하면 경찰에 고발하던 근로자파견법 업무를 올해부터 근로감독관이 담당토록 했다.

셋째는 취약한 근로자의 생계안정 지원을 위해 체불생계비 대부사업의 금리를 5.75%에서 4.5%로 낮추고 도산한 기업에서 퇴직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체당금을 늘리는 한편 근로자들의 민사소송 지원을 위해 근로감독관이 발급하는 체불금품확인원 발급 근거를 마련하고 양식을 통일했다.

당시 TF 팀장을 맡았던 임무송 노동시장기구과장은 “본부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일선에 시달하던 방식을 청산하고, 고객의 목소리가 있는 현장으로 찾아간 것 자체가 사고의 혁신이었다”며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해 당사자가 반대하고 현장에서 실행 불가능한 계획이라면 유명무실한 것”아니냐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이같은 개선과제들이 차질 없이 시행될 경우 체불임금 청산률이 70% 이상 수준으로 올라가고 연간 1만명 이상이 민사소송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콜 센터는 이미 하루평균 7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에게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지방노동관서의 민원실 보강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연간 약 8만건에 대한 심층상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2003년 기준으로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도 사법처리를 받은 자와 검찰에서 기소유예로 풀려난 자를 포함 3만여명이 사실상 전과자가 되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노동부는 이같은 혁신방안에 만족하지 않고 근로자들의 신뢰를 얻고 혁신의주체인 근로감독관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혁신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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