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판정 일파만파, ‘노동계 정규직화 요구 거세’
불법파견 판정 일파만파, ‘노동계 정규직화 요구 거세’
  • 승인 2005.04.2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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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GM대우에 이어 기아차까지 불법 파견문제 제기

노동계, 춘투 불법파견 문제와 연계 투쟁하기로

현대자동차, 제일모직에 이어 GM대우자동차에서도 불법 파견근로자 사용 사례가 적발됐다. 이들 대기업은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는 생산라인에 하도급으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협력업체 근로자 등을 배치해왔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최근 대기업의 이러한 불법 파견 적발은 올해 비정규직 관련 법안과 더불어 노동계는 투쟁위원회를 꾸려 불법파견 근절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수위를 높여 나갈 것임을 밝혀 춘계 투쟁의 최대 이슈로 예고되고 있다.

제일모직 파견근로자 ‘직접고용 요구’

제일모직은 위장 하도급업체를 이용하여 불법파견을 받은 사실이 노동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현대자동차가 노동부로부터 대규모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데 이어 삼성그룹 산하 기업도 장기간 동안 불법파견을 사용했다고 판정을 받은 것이어서 전체 대기업으로 노동부의 칼날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삼성그룹계열의 제일모직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으나, 해당노동자의 직접 고용은 커녕 위장하도급업체를 폐업하고 새로운 업체로 노동자들을 강제 전직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 ‘3월 16일 삼성그룹의 법과 윤리 준수 선언’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 의원은 “제일모직은 지난 3월 7일 서울강남지방노동사무소로부터 ‘우양지엘에스와 다류로부터 1백13명의 노동자를 불법파견 받았다’는 판정을 받았고, 조사가 진행되던 2월 이 두 업체를 폐업시키고 한솔CSN이라는 새로운 업체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강제 전직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현재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구로구 가산동 사업장에서 농성중”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제일모직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지 한 달이 넘어가는 현재까지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근속 기간이 2년이 넘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노동부의 조사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위장하도급 업체인 위 두 업체를 폐업시키고 한솔CSN이라는 업체와 새로운 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부에 회사가 제출한 개선계획서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 회사의 위법행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용자가 직접고용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강제 전직을 시도하고 있는데도 사용자를 처벌하기는 커녕 사용자를 고발조차도 하지 않은 채 사용자의 행위를 정당화시켜주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노동부는 노동계로부터 이번 사건에 있어서 회사에 대한 고발 조치도 행하지 않고 사용자의 일방적 개선 방침을 용인하는 등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불법파견 사건에 있어서 보다 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GM대우자동차 1000여명 불법파견 판정

현대자동차에 이어 GM대우자동차도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이에 해당기업 노동조합은 회사측을 상대로 불법파견에 대한 일전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앞서 노동부는 지난해 9월 현대차가 21개 하청업체 1800여명의 근로자를 불법파견 형태로 활용한 것으로 확인한 데 이어 지난해 말 현대차 울산공장과 전주공장 100여 개 하청업체 8000여명도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바 있다.

노동부는 GM대우자동차 창원공장 생산라인에 투입된 6개 협력업체 근로자 1000여명이 원청업체로부터 노무관리와 작업지시를 받는 것으로 드러나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원하청간 도급 계약의 경우 하청업체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GM대우자동차는 이 법 규정을 어기고 하청업체 근로자의 노무를 직접 관리하는 위장도급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5월 7일까지 GM대우와 하청업체에 대해 개선 계획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GM 대우차노조 창원지부는 지난 1월 말 불법파견에 대한 집단 진정을 냈지만 사측은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부인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창원지방노동사무소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사내 “하청업체의 업무가 경




영과 노무 관리의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며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렸다.

노동부는 GM대우자동차와 같은 날 불법파견 진정을 낸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GM대우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곧 ‘불법파견’이라는 결론을 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아차의 경우, 진정을 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화성공장 인력 1만5천 여명 가운데 2500여명이 불법 파견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도 정규직이 꺼려하는 공정에 9개 도급회사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명이 투입돼 왔다고 현지 노동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물론 정규직 노조들도 ‘불법파견 철폐’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에 불법파견이 확인된 GM대우자동차 창원공장 6개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4월 10일 비정규직 노조를 설립해 정규직화 투쟁에 나섰다. 같은 공장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 노조와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또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들도 지난 4월 7일 불법파견 투쟁과 관련한 교섭안을 현대차노조에 공식 제안했다.
한편,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불법파견 판정 지적을 받아들여 생산효율성의 저하를 각오하고 공정개선, 라인블록화 등을 포함한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노조의 전환배치 거부 등으로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규직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아울러 정부의 이번 판정은 비정규직의 전면 정규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동계는 문제를 확대하여 연대파업 등의 불법적인 노동행위를 할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원활한 공정별 배치전환 협조, 임금조정, 필요시 고용조정 등의 양보와 타협안을 제시하여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자동차업계는 “자동차업계의 비정규직 활용 및 고용 유연화는 세계적인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로 인하여 고용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못한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우 사내하도급 등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기업경쟁력 약화로 인한 대규모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정부와 노동계의 대화를 통한 합의점 도축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는 노동부가 원·하청 근로자가 동일한 공정 내에 혼재되어 있다는 이유로 불법파견으로 속단하고 있으나 2만개의 부품이 조립되어 완성차 1대가 만들어지는 자동차산업은 대량의 부품을 효율적으로 조립하고 운송하기 위하여 컨베이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각 공정별로 밀접한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어 원·하청 직원의 혼재는 불가피한 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이들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경우 경영독립성이 보장된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완성차 업체가 아닌 소속사로부터 노무관리, 인사관리 받고 있어 도급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작업형태가 혼재되어 있는 외형만으로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것은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춘계투쟁’ 최대 쟁점으로 부각

대기업들이 연달아 불법파견 판정을 받자 노동계는 올 춘투를 불법파견 문제와 연계해 벌여나가기로 했다. 노동계는 “기업들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더라도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사실은 이미 현대자동차 사태 이후에 여실히 드러났다”며, “불법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다른 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기업은 없다”고 말한다.

정규직과 파견 노동자가 함께 일하지 않도록 공정을 완전히 분리해서 완전도급 형태로 바꿈으로써 법을 피해가려 하는 게 보통이며, 이 과정에서 실제 피해자인 파견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기까지 한다고 노동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문제된 기업의 원·하도급 노동자들이 연대해 회사 측을 상대로 투쟁에 나서기로 하는 등 불법파견 문제가 단체교섭을 앞둔 노동계에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속연맹은 불법파견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산업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투쟁위원회를 꾸려 불법파견 근절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수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하는 불법파견 대책회의를 꾸려 공동대응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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