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유연성, 시장 원리대로 움직여야
노동시장 유연성, 시장 원리대로 움직여야
  • 승인 2005.04.2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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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위해 노사정간 합심된 관계 필요

계약직, 파견근로자, 특수고용직, 시간근로자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각종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 근로자가 50%를 넘어섰다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를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파견법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규직의 과보호, 강성 노조, 국가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로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이미지를 벗기 어렵다고 한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가 노사정의 이견차이로 인해 좌초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심갑보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회 위원을 통해 노사관계에 대한 견해를 들어 보았다.

▼ 지금의 노사문제는 IMF 이전과 이후가 명확히 구분된다. 이 두 시기의 차이와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IMF 이전에는 노사관계에 있어 ‘민주화’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 당시에는 정부가 경영계를 보호하는 입장으로 군사정부가 민주화 과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노동계의 의견이 많은 부분 반영이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세계 경제질서 체제 하에서 경쟁력 문제가 대두되고 외환위기를 통해 핵심역량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슬림화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으로 상당히 힘들었던 시기였다. IMF 요구가 아니었더라도 대기업의 구조개혁은 필연적이었다. 결국, 구조조정의 문제와 노사 선진화 방안이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될 수 밖에 없는 시기였다.

▼ 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가?

그 이유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 경향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산업구조와 경제환경의 변화, 기술의 진보, 근무형태의 다양화 및 경제의 소프트화, 서비스화,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통신망 발달 등 기술환경 변화는 많은 업무의 단순화를 촉진시켰고 여성의 경제 활동인구 증가, 작업 의식의 자유화 등으로 재택근무, 파트타임 근무 등과 같은 비정규직 인력이 계속 증가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은 기업들의 당연한 논리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고용보호와 고용의 경직성 문제가 비정규직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정규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 규제가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나라다.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4대 사회보험, 퇴직금, 연월차 휴가, 모성보호 등 부가급 제도의 확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부담 격차가 확대되어 왔다. 무한 경쟁시대, 세계화 시대에서 원가가 상승하면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기업의 생존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기업측은 꼭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고는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을 수 없다.

▼ 비정규직 관련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방안은 있는가?

크게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향보다도 정규직 보호조건을 완화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동비용 격차를 줄여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는 노동계의 동의가 필요하다.

둘째, 비정규직의 30%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근무하고, 7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여건을 무시한 채, 사업주 부담의 비정규직 보호조치만 높힐 경우, 비정규직의 고용 자체를 위협할 우려가 크다. 노동계의 ‘비정규직의 정규




규직화 요구’는 경직된 국내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키고, 기업의 인력수요 감소는 물론 심각한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임을 인식해야한다.

기업이 없으면 근로자가 설 땅이 없어진다. 기업이 살아야만 노동자가 산다. 국민소득 2~3만 불 될 때까지는 성장우선 정책으로 가야한다. 결국, 우선 기업이 살 수 있는 토대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경제계는 비정규직이 신규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여 국가경쟁력 유지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인력활용에 대한 합리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기업이 많이 생겨 고용이 증가되도록 정책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기업하기가 대단히 어렵게 되어 있다. 기업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기업인의 단점보다 장점을 더 인정해 준다면 의욕을 가지고 기업활동에 매진할 것이다. 기업이 많아지고 가동률이 증가하면 많은 인력이 필요해지고 근로자의 가치가 높아지면 직장 선택은 근로자가 하게된다.

노동시장이 유연성을 가지려면,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아웃소싱은 회사와 근로자가 같이 살기 위한 방법이다. 기업이 세계화시대 무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고용형태의 다양화는 필수적이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줄이려고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

▼ 이번에 논란 중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우선, 이번 정부 원안에 대해서는 경영계의 입장에서는 미흡하지만 더 이상의 변경 없이 통과되는 것에는 찬성한다.

정부의 비정규직관련 입법안은 차별금지 및 차별구제절차의 법제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제한, 파견근로의 휴지기 도입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서, 비정규직 보호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정규직 과보호 축소를 통한 고용 유연성 확보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법안에 대해 경제계가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던 것은 법안 처리의 지연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여, 입법안이 조속히만 마무리된다면 산업현장의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이를 이용하여 정부법안이 경제계에 유리한 듯이 왜곡하고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내용의 수정이나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다. 그리고 노동계의 표를 의식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태도 변화 역시 전체적인 흐름에 크게 저해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경영계가 지탄받는 부분 중 가장 큰 부분은 기업의 투명성 문제이다. 기업의 정보 공개 및 투명 경영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들은 이러한 부분에서는 그리 떳떳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기업의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경영자와 근로자의 관계도 전근대적인 주종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로 보아야 한다. 협력·동반의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이 상당 부분 양보해야한다. 이러한 토대에서 근로자는 기업을 위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쌍방의 어느 정도 일정 부분의 자기 희생은 당연히 따를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서로간의 이해와 대화를 통해 원활하게 풀어야 한다. 노사정의 합심된 관계가 필요하다. 그런 연후에 국가 경제 전체에 관련된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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