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는 아세아시멘트(주)가 최대 주주(11.83% 소유)로 사실상 ‘아세아그룹’의 지배관계에 놓여 있다. 금융감독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륭전자는 지난 2003년에 당기 순이익이 81억, 지난해에는 220억에 달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는 상태이며 임원 4명(이사 및 감사)에게 지급되는 공식적인 보수가 연간 4억5천만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기륭전자에서 월 60~70시간(노동부 조사)의 초과노동을 이겨내며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은 임원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난 7월 노동부 조사를 보면 기륭전자 생산직 노동자 320여명 가운데 조장 등 핵심인력 15~2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계약직(50여명) 및 사내하도급(250여명)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직 노동자 9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또한 생산과 포장라인은 원청 조장의 관리 감독 하에 같은 장소에서 정규직, 계약직, 하도급 노동자들이 동일한 작업을 혼재해 수행하는 등 명확한 불법파견 형태를 보였다.
임금을 보면 정규직(조장급)은 기본급 최저 100만원에 상여금이 700%, 계약직은 기본급 70만원에 상여금 200%, 파견노동자들은 기본급 65만원만 지급받는 등 고용형태별 격차가 상당했다. 조사 당시 노동부 관계자는 “계약직의 경우 계약기간을 1년, 6개월, 3개월 단위로 한 뒤 반복해 고용하고 있었다”며 “(기륭전자) 회사 관계자들이 노동관계법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난 6월30일 불법파견 진정 이후 7월5일 기륭전자에서 일하는 정규직, 계약직, 파견노동자들이 금속노조로 가입하는 등 노조가 결성됐다. 지난달 19일 노사 상견례가 이뤄졌지만 곧 이어 현장 내 CCTV 설치, 조합원 부서 이동, 계약해지 등 노사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태다.
지역공대위는 “기륭전자 회사쪽이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해 노동부 판단과 지침대로 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면서 “노동부는 즉시 ‘정규직화 직접고용’ 시정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노동계는 기륭전자 문제가 디지털산업단지 내에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한다. 지역공대위는 “150여명의 단지 내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서면조사 결과, 신규채용 생산직의 70%가 불법 파견노동자로 조사됐다”며 “불법파견은 디지털산업단지 2,500여개 사업장 대부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추가 조사, 진정 접수 등을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전체 노동자 3만4천명 가운데 생산 및 생산지원 종사자 50% 이상이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노동자로 추정하면서 16일부터 최저임금 위반, 불법파견 등 집중단속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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