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거래, ‘파트너십은 존재하는가’
아웃소싱 거래, ‘파트너십은 존재하는가’
  • 승인 2005.11.17 1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체 선정부터 사후관리까지 불신 팽배

파트너십 형성 위한 이해와 노력 절실

‘울며 겨자 먹기’식 입찰

산업 전반에 아웃소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아웃소싱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기술, 콜센터, 시설관리, 청소, 경비, 회계, 인재파견 등은 이미 옛말이고, 자산관리, 총무, 기술 개발, 컨설팅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사용기업의 과도한 서비스 요구와 낮은 단가와 공급기업 간의 과당경쟁 등으로 거래관계의 질적 수준은 낮은 단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급기업들의 경우, 일단 ‘따내고 보자’식의 입찰을 통해 결국은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써 사용기업과의 ‘신뢰성’ 부분이 크게 손상되고 있고 서비스의 내용보다 낮은 비용절감만 고집하는 사용기업들의 문제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사용기업들이 아웃소싱을 아직까지 ‘비용절감’ 정도로만 생각하고,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기업 ‘효율성 강화’에는 무관심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모 유통 대기업에 사무업무를 아웃소싱 제공하고 있는 A업체 대표는 “계약 연장을 오히려 서비스 단가 인하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터무니없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지금은 서비스계약을 끊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해당 사용기업의 담당자는 “어차피 기업에서는 비용 절감이 목적이기에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기업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며, “현실적 수준에서 계약은 연장해주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이제는 당연하다는 것이 아웃소싱 업계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이다. 서비스의 질과 향후 기업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은 배제한 채 무한경쟁 체제 하에서 저 단가 경쟁이 발생하는 것은 산업 발전에 역행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편, 단가 경쟁을 활용기업에서 유도한다는 이야기도 쉽사리 들을 수 있었다.

경비·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B사는 몇 달 전 외국계 PM회사의 아웃소싱 입찰자로 선정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자산관리 회사들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적지 않은 손해를 봤지만 산업 전반의 선진 관리제도를 배운다고 생각해서 그간의 적자는 ‘투자한 셈 쳤다’는 B사 대표는 최근 입찰에서 예년 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입찰 기업 간의 저가 경쟁을 유도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PM업계의 성장으로 각 업체마다 자사 관리 빌딩에 대해 경험이 있는 일정 수준의 업체들만 입찰에 응하도록 하고 있기에 마진율이 마이너스라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일부 활용기업의 횡포를 지적했다.

고객만족, 품질강화에 신경 쓸 때

“계약이 되더라도 1년은 이윤 없이 가자. 다음해를 기대하자”

소위 계약 체결 직전에 아웃소싱 기업들이 간혹 듣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일단 올해는 써보고 다음해부터 본격적인 파트너로서 일하자 라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에는 상호간의 불신이 전제한다. 공급기업도 불만이 있겠지만 사용기업도 아웃소싱 기업에 대해 “오히려 답답한 것은 우리 쪽”이라며, “조금만 일이 힘들어도 바로 그만 둬 버리고, 생각보다 서비스의 효율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고 한다.

최근 수도권 소재의 한 공기업의 경우 기존 아웃소싱 계약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주로 비사무계통의 인력을 주로 아웃소싱하고 있는 이 기업은 “안정적인 계약기간을 보장해 줌으로써 아웃소싱 기업과 상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 업계에서는 “3년 간 동일 금액으로 장기 계약을 하려는 속셈”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공기업 아웃소싱 담당자는 “최저임금이 올라간 현 시점에서 물가 상승률을 최대한 감안해 준 것은 갑과 을의 차이를 떠나 많이 배려 해 준 것”을 폄하하는 처사라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아웃소싱에 대해 이미 많은 정부 기관과 공기업에서는 점차 아웃소싱을 줄여 나가는 것이 대세”라 말했다.

중견 아웃소싱기업의 한 간부는 “국가대표 축구감독이 한국 사람이 되면 잘 안 되는 것처럼 아웃소싱 부문에 있어서는 국내기업과 외국계 기업 간의 인식 차이는 존재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내 기업은 주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선호하다보니 저비용으로 고급 인력을 선호하는 반면, 외국계 기업은 아웃소싱업무 인력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여 객관적 비용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비용절감에 따른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근시안적인 정책이 나오게 되고 주먹구구식의 무리한 인원충원을 요구할 때도 종종 발생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업 정책은 생산성 절감 효과와 기업이미지로 이어 질 수 있다. 이미 아웃소싱이 보편화 된 서구 세계에서는 아웃소싱 기업과 활용기업은 동반자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한 고객 만족, 품질 강화에 주력하고 있을 때 아직까지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가 전체 산업 발전적 측면에서 이러한 상호 불신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 질 수 있다. 아웃소싱기업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한 반면, 업체 난립으로 인한 노동, 노무, 경영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건실한 기업 중심으로 ‘양성화’ 정책이 명확히 수립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되풀이 될 것이다.

비전공유 통한 파트너십 형성

최근 삼성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의 상생협력 지원대책이 대·아웃소싱기업과 실질적 개선을 가져올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67%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의 바탕에는 ‘갑과 을’ 관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대기업 담당자들은 중소기업들의 역량이 부족해 수평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이상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경영의 키는 비전과 전략 방향에 있으며, 현대와 같은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에서는 비전 공유를 통한 파트너십 형성만이 상호간 최대 성과를 이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웃소싱 기업은 활용기업의 이미지를 만드는 최전선에서 일한다는 신념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며, 활용 기업은 아웃소싱 기업을 비용 절감을 위해 제공받는 서비스가 아니라 핵심 역량강화를 위한 방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절실하다.


이종엽 기자 seungdan@outsourcing21.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