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쌀 중국 · 미국산이 대부분…값 국산과 비슷할 듯
수입 쌀 중국 · 미국산이 대부분…값 국산과 비슷할 듯
  • 승인 2005.12.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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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협상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수입쌀을 동네 슈퍼마켓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수입쌀은 쌀과자 등 가공용으로만 이용돼 왔으나 앞으로는 수입 물량의 10%를 밥쌀용으로 의무 시판해야 한다. 이는 관세화 전면 개방을 10년간 유예하면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이행해야할 국제적 약속이다.

◇ 어떤 쌀이 팔리나=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 쌀은 중국ㆍ미국ㆍ태국ㆍ호주 등 4개국별 쿼터 물량과 원산지 구분없이 국제 입찰을 통해 들여오는 총량 물량으로 나뉜다.

내년부터 시중에 판매되는 수입 쌀은 대부분 미국산과 중국산이며, 가격은 우리 쌀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주부들이 쌀을 고르고 있는 모습.

국별 쿼터 물량은 중국 11만6159t, 미국 5만76t, 태국 2만9963t, 호주 9030t으로 2014년까지 고정돼 있으나, 내년 중 2만347t으로 할당된 총량 물량은 매년 늘어나게 돼 있다.

정부는 아직 어떤 방식으로 들어오는 물량을 시중에 내놓을지 결정하지 않았으나 주요 협상 당사국인 4개국 쿼터 물량을 중심으로 시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쌀 유통가능성 거의 없어

물론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총량 물량 중 일부가 시판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품질 좋은 일본 쌀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제 입찰시 최저가 낙찰 원칙에 따라 들여오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만큼 가격도 최고 수준인 일본 쌀은 당분간 수입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쿼터물량의 80%를 넘어 가장 많이 유통될 예정인 중국쌀과 미국쌀은 중ㆍ단립종으로 쌀알의 길이가 짧고 찰기가 있는 곡종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쌀과 같은 종류인 셈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산 ‘칼로스’와 ‘그린’ 등 대표적인 미국 쌀은 품질이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려져 가정용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동북 3성이 주 생산지인 중국 쌀은 상대적으로 밥맛이 떨어져 식당이나 대형 급식업체 위주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안남미로 불리는 태국쌀은 쌀알이 길고 찰기가 없이 ‘날리는’ 장립종 안남미여서 일반 소비자들의 수요는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 얼마에 팔릴까=현재 수입 쌀 시세는 우리 쌀값의 4분의 1 가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내에 시판되는 물량은 정부의 수입이익금 부과 제도를 거치기 때문에 국




국내 쌀값을 약간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김명환 농촌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kg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 쌀은 4만~4만5000원, 중국 쌀의 경우 3만~3만3000원 정도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산의 경우 현재 고급미는 4만5000원, 저급미는 3만5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수입 쌀 시판은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정부 대행 기관이 수입 쌀을 해외에서 들여온 후 국내 양곡 도매상이나 대형 급식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공매 과정을 거쳐 시중에 나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산 쌀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수입원가와 공매 가격의 차액을 산정, 미리 수입이익금을 부과해 국산 쌀 가격에 거의 근접한 수준에서 공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이익금 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인정하는 제도이므로 시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부는 수입이익금을 농민들에게 다시 환원시키기 위해 전액 소득보전 기금으로 적립한다.

농림부는 공매 과정에서 담합을 통한 유찰 등 가격 하락 요인을 막기 위해 입찰 대상자의 범위와 자격 조건 등을 최대한 신중히 정할 방침이다.

◇ 국내 쌀값 및 농가에 미치는 영향=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수입 쌀 시판이 국내 쌀값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입 쌀 1만t 시판시 국내 쌀값은 kg당 10원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에 따르면 내년 봄 예정대로 2만2000여t의 수입 쌀이 시판될 경우 20kg 기준으로 440원 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쌀 유통업체들이 받게 될 심리적 불안감이 쌀값 하락을 다소 부추길 수도 있으나 충격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농가 영향 크지 않을 것"

박 연구위원은 “심리적 요인까지 감안한다면 700~800원 정도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정도 수준이라면 유통업체나 농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경태 농림부 식량정책과장 역시 “시판되는 수입 쌀 물량이 전체 소비량에 비해 극히 적은 물량이므로 가격 하락 요인은 크지 않다”며 “단 농가나 유통업체들이 필요 이상으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설령 쌀값이 예상 외로 많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농가 소득 손실은 정부가 도입한 쌀 소득보전직불제로 대부분 보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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