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규제 완화, 제조업 투자보다 중요
서비스업 규제 완화, 제조업 투자보다 중요
  • 승인 2005.12.2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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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대상과 방법에 논의를 더욱 진전시키기 위해, 이와 같은 담론을 설정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답은 ‘아니다’일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경제의 현 위치가 과거 개발연대와 비교해볼 때 현격히 성숙되었기 때문입니다. 장하준 교수도 제조업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제조업 투자가 만병통치약임을 주장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숙단계에 진입할수록 잠재성장률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입니다. 자본축적이 많아지면,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자본의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입니다.

그렇지만 경제현상은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생산함수 자체가 아래 그림에서 예시했 듯이 상향이동한다면, 자본축적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계속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자본생산성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되어 왔습니다. 최근 자본생산성은 1970년대의 3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숙도면에서 우리보다 분명히 앞선 경제인 미국의 경우, 자본생산성이 오히려 우리를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언뜻 미국이 기술혁신면에서 우리보다 앞서기 때문이라고 쉽게 답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의 기술혁신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90년대 후반 이후 정보통신 부문의 기술혁신이 두드러지고 지적재산권 특허 등 연구개발성과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만약 기술격차가 한·미 간 자본생산성 역전현상의 주요인이라면, 지금보다는 우리의 과학기술발전이 늦었던 과거에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어야 할 것입니다.

* SCI 논문 발표 건수(03년) : 세계 14위 (증가율은 18.1%로 세계 2위)
* 미국특허 등록건수(03년) : 세계 4위 (증가율은 4.2%로 세계 1위)
* OECD의 IT Outlook(04년) : IT제조업의 국제비교지수 세계 1위


저는 그 답을 기술혁신의 성과가 우리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가로막는 우리 경제현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그림에서 예시한 생산함수의 상향이동을 경영학적 관점으로 풀이해 보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수익모델은 동일 분야에서의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지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일반적인 형태는 어느 한 분야에서 개발된 신기술이 새로운 분야, 새로운 업종으로 접목되는 유형일 것입니다. IT기술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통업, 금융업, 관광·레저업 등 다양한 업종에 파급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수익모델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생산성은 제조업에 비해 비제조업이 낮고 이러한 현상은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나, 보다 근원적으로 비제조업에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서비스업에는 업종별로 크고 작은 진입장벽이 잔존하고 있습니다. 외부자본 참여를 사실상 제약하는 이러한 진입 장벽들은 기술혁신의 성과 확산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기술혁신은 자본투자와 함께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규제들은 나름대로 환경보전, 공공성 중시 등 나름대로 목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규제완화가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은 분야를 그대로 방치하고 제조업만으로 승부하려 한다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비스업 부문의 규제완화는 제조업에 대한 투자증대 이상으로 우리경제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 외국계 자본, 국내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

장 교수가 제시했던 담론 중의 하나가 투자에 있어서도 국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솔깃한 주장입니다. 특히 최근 국내기업을 인수했던 외국자본 중에는 투자자금을 조기회수하기 위해 무리하게 인력을 줄이거나 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고액배당과 유상증자 등을 실행하며 심지어는 세금을 회피한 사례도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 이러한 부작용 사례가 나타났다고 해서, 이를 외국계 자본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 또한 우리경제 발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최근의 투자부진을 외국자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 대비 평균 투자율이 외환위기 이전 차입에 의존했던 투자에서 이제는 내부잉여 내 투자로 한층 신중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투자로 재활용되지 않은 영업이익은 주식배당(10~15%)에 사용되거나 자사주 매입 또는 부채상환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렇듯 신중해진 우리기업의 투자 자세는 외환위기의 아픈 경험에서 나온 교훈일 것입니다. 주식 배당금이 높아진 것도 ‘주주중시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오히려 바람직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외국계 기업에서 무리한 고배당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외국계 자본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지난해의 경우 2.8%로서 국내 무위험 채권 수익률(3.31%, 통안채 1년 기준)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금융권의 기업대출도 외환위기 이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업의 보다 신중한 투자 자세로 인해 대출 수요자체가 줄었던 점이 보다 큰 원인입니다. 금융기관 경영이 단기실적주의로 변모되고 있는 것도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는 금융권 전체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서 은행권에 투입된 외국자본 때문만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경제현실을 직시하는 균형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SK사태(2003년 2월), 중국의 경기과열 우려(2004년 4월) 등 대형 악재 발생 시에도 외국자본 이탈규모는 전체의 1~2%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외환증대, 국내투자와 자본형성에 따른 수출 및 고용효과, 무엇보다도 주주 중심 경영 등의 모범규준(best practice) 도입 등 외국자본의 긍정적 역할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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