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노동계 회고와 전망
2005년 노동계 회고와 전망
  • 승인 2005.12.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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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법안 둘러싼 勞-勞 갈등 갈수록 심화

양대노총, 조기 입법화 문제로 통합 의견 불발

2005년은 노동계 입장에서 볼 때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한 해였다. 연초부터 터져 나온 취업비리 문제부터 비정규 법안, 노조 전임자 구속, 총체적 도덕적 해이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한 것은 아무래도 비정규 관련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수 년째 끌어오면서 회기 내 수십 차례에 걸친 노사정과의 대화마저도 결렬될 정도로 치열한 공방을 펼친 것이 바로 비정규 법안이다. 이 문제가 결국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선 차이에도 크게 작용했다.

연내 입법 처리를 위해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는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내홍의 분위기 마저 일고 있다. 결국 법안처리 협상의 파트너로 정부와 한국노총이 한 테이블위에 오르게 됐고 민주노총은 여전히 장외 투쟁을 고집하고 있어 당분간 노사관계 로드맵을 포함한 다양한 노동문제 해결에 통일된 노동계의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아울러 내년 초 일부 개각에 노동부 장관도 포함이 되어 있어 향후 노동관계 문제에 많은 이목이 집중된다.

노조가입률 10.6%, 사상 최저치

양대 노총의 심각한 대표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노조가입률은 10.6%다. 1989년 19.8%를 정점으로 1995년 13.8%, 2000년 12.0%로 계속 하락세다. 전체 임금근로자 1,510만명 중 노동조합 조합원은 고작 154만명에 달하지 않는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힘든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의 가입률이 1%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전체 근로자의 10.6%에 불과한 노조에게 전체근로자의 대표성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전체 노조원의 70%를 직원 수 500명 이상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임금근로자의 6∼7%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 운동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유럽 지향주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지극히 유럽적 모델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노조문화는 현재 유럽 지역 대다수 국가의 노조가입률이 떨어지는 것과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노동계 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최근 들어 강성노조의 원조인 유럽, 그것도 서유럽에서 이러한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영국 노조 조직률이 20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프랑스는 10 % 이하, 강성노조의 원조인 독일에서도 노조 가입율은 이전 35%에서 최근 2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노조 조직률이 53년 36%를 피크로 매년 낮아져 2004년에는 12.5%를 기록했다. 분규 건수도 82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를 유지했으며 2003년에는 14건의 분규만을 기록해 사상 최저건수를 기록했다.

노동연구원의 관계자는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는 것은 국제경쟁 격화 등에 따른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나라 산업구조 변화와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 등도 노조 조직률 하락 이유지만 단기간에 노조 조직률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속하게 하락한 원인은 노동운동 방향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최근에 불거진 몇몇의 노조 관련 사건을 보더라도 국가경제보다는 노조 이기주의로 흐른 탓이 크다. 그 결과 한국 노조는 경제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으며, 노동자는 물론 국민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勞-勞 갈등 해결책 요원

최근 노동계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으로 조직의 수장인 위원장들이 잇따라 중도 하차하면서 투쟁 노선을 확립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내부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대화와 투쟁'의 병행을 주장하며 온건노선을 견지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이수일 위원장과 민주노총 이수호 전 위원장이 강경파의 반발로 사퇴하면서 일은 더욱 꼬이는 양상을 나타냈다.

현재 민주노총은 이수호 전 위원장 사퇴 후 강경파인 범 좌파가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지만 정파 간 갈등으로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비정규직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민노총과 한노총은 내부분열로 크게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민노총 전당대회에서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와의 내부분열이 본격화되었고 잇단 노동계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분열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 11월 30일에 한국노총 비정규연대회의가 비정규법안 수정안에 반발하면서 ‘전국비정규연대회의와 함께 투쟁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12월 민노총 총파업에는 현대, 기아자동차 등이 빠진 상황에서 전체노동자 중 10%만 참여하는 등 반쪽짜리 파업이 이어지면서 해묵은 내부 분쟁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 9일 처리될 예정이었던 비정규직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임시국회로 넘어가면서 한노총의 지도력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여기에는 민주노총과의 정책 노선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양대 노총간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상당기간 한국노총과의 접점은 찾기 어려울 것"이며, “그동안 노동계의 양축으로 활동해 온 지난 시간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한국노총 정책본부 관계자는 “민주노총과는 다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며 “향후 정책 협조에 보다 긴밀한 체제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비정규 법안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산적한 노동문제가 쌓여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두 단체 사이의 접점을 곧 형성되리라는 것이 한국노총의 입장이다.

하지만 외부 분위기를 보면 그렇게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하여, 한국교원노동조합,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이 (가칭) 새로운노동조합총연맹 준비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제 3의 노동조합의 창립을 공식 선언하는 등 노동단체들이 독자행보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계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노-노간의 갈등은 더욱 거세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상존하고 있다.

비정규법안 둘러 싼 내홍 조짐

비정규법안의 53개 쟁점 가운데 42개가 이미 합의되었다. 이는 비정규공대위가 입법청원을 제출한 것이 2000년 10월의 일로 노동계 추산에 따르면, 2000년 8월 당시 758만 명이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005년 8월 현재 82만 명이 늘어난 840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총액 비율은 2000년 8월 53.7%에서 2005년 8월에는 50.9%로 훨씬 더 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의 상태를 방치할 경우 비정규직 규모는 머지않아 900만 명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기국회에서도 무산된 입법과정은 현재 임시국회에 넘어 가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노사정간 합의에 의해 상당부분 합의가 되었지만 연내 타결을 위해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는 다른 입장을 제시해 노동계 내부 갈등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물론,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지난 달 30일 비정규법안 수정안의 국회제출을 놓고 내부적인 진통을 앓았다.

당시 전국비정규노동자대표자 연대회의 소속 회원 40여 명은 한국노총의 비정규직법안 수정안 국회 제출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비정규직을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소외시킨 결과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양대 노총에 반목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법안의 조항은 ‘기간제 사유제한 도입'과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 적용'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 사유제한이 꼭 필요하며,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과 현실적인 차별시정제도가 필요함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불법으로 판정된 파견근로는 안정된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고용의제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연내입법화를 통한 현실타협적인 ‘실리주의'를 택한 것이 민주노총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특히, 불법 판정된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도 기본 정부안과 같은 고용의무안을 최종안으로 택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현안 문제에서도 한국노총이 제시한 상반기에 입법화 방침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진 시점에서 입법화 논의는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노동계 내분을 통해 자칫 기존 노동 운동이 ‘나홀로 투쟁'으로 비춰질까 우려하는 반응이 노동계 내부에서도 높다.

1월 개각, 노동장관에 이목희 의원 유력

1월에 단행될 개각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 하마평이 무성하다. 특히, 노동부 장관자리에 대해서는 이목희 의원을 김대환 장관 후임으로 천거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정권 출범 초기에는 ‘노동자를 위한 정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갈수록 ‘노동자 탄압 정권'으로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불식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양대 노총은 비정규법안 문제, 농민 시위 문제 등 꾸준하게 현 김대환 장관의 퇴진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상태여서 일각에서는 이미 조기 퇴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노동계와의 마찰을 염두해서 최근까지 노사정 위원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이목희 의원이 후임으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후임이 거론된다면 이목희 의원에 대해서 경영계도 그다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내년에는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고 하니 쉬운 자리만은 아닐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노동계 한 관계자는 “김대환 장관의 퇴진은 투쟁과 교섭의 차원에서 꾸준히 제기한 부분이었다"며 “개각이 단행된다면 노동계를 반목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이가 필요할 것"이라 전했다.


이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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