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과 건설업 양극화가 무슨 상관?
BTL과 건설업 양극화가 무슨 상관?
  • 승인 2006.03.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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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제기한 양극화 해소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언론에서 다양한 분야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원인진단과 처방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단편적인 사실이나 잘못된 인식을 근거로 논리적 비약을 하거나, 획일적인 기준으로 정부정책을 왜곡하는 사례도 있는 것 같다. 매일경제신문은 ‘학교 등 민자사업 대형업체 싹쓸이’(2월28일자)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임대형 민자사업(BTL)의 확대가 대형 건설업체와 지역중소업체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범이라고 보도했는데, 무리하게 양극화 잣대를 적용한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중소업체 참여 계속 늘어날 것

먼저, 대형 건설업체가 BTL사업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BTL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중소업체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중소업체의 출자·시공비율에 대해 평가시 우대하고 있으며, 학교시설이나 하수관거 사업의 경우 30~40%의 시공비율을 지역중소업체가 맡도록 하는 의무시공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BTL사업은 대형·중견·중소업체가 서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공동 참여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50개 BTL사업의 경우 359개 지역중소업체가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지역중소업체의 시공물량은 평균 46%를 상회하고 있다. 금년에는 자금력이 부족한 지역중소업체의 사업참여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제안 탈락자에 대한 제안비용보상제도를 시행하고, 기본설계나 기초조사를 정부가 사전에 제공함에 따라 지역중소업체의 BTL사업 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새로운 공공투자 물량 제공

BTL사업 시행으로 그동안 중소업체 전유물이던 소규모 재정사업이 축소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재정투자 물량을 보완해 중소업체 수주기회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하수관거 사업의 경우 매년 1조 원의 재정투자 외에 BTL사업을 통해 작년에 1조 원, 금년에는 2조3000억 원의 추가 수주물량을 제공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작년에 3조8000억 원, 올해에는 8조3000억 원의 신규 투자물량을 BTL사업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학교시설의 경우 재정사업의 발주규모 축소와




맞물려 이러한 오해가 있는데, 이는 어려운 지방교육재정 여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작년도 현재 지방교육청의 기채규모가 3조 원이 넘는 등 의무적 운영경비 충당도 어려운 상황에서, BTL사업은 학교시설 확충 및 건설물량 공급에 있어서 사실상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BTL사업이 건설업 양극화의 주범이란 보도와 관련해 BTL사업의 궁극적인 추진목적을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BTL사업은 국민편익을 앞당기는 동시에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종래의 단순 공사비 입찰에서 벗어나 전생애주기 비용의 관점에서 민간에게 건설과 20년 간의 운영책임과 위험을 넘김으로써, 재정사업에서 빈번한 총사업비 증액 및 공기지연을 원천차단하고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이다.


국민편익·재정투자 효율성 높이는 수단

BTL사업의 민간사업자는 이러한 책임과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종래의 운(運)찰제 하에서 적응된 건설업계의 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견실한 중소업체는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중소업체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건설업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발전의 혜택은 모두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70여 개국이 BTL사업을 도입하고 사업범위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BTL사업은 국민생활에 긴요한 교육·문화·복지시설을 조기에 같이 향유하게 함으로써, 지역간, 세대간 교육·문화·복지서비스의 격차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고, 이는 곧 사회양극화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어느 정책이거나 고유한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고 기존의 이해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무조건적인 평등이나 기존질서 유지가 양극화 우산 밑에서 보호돼야 할 절대가치가 될 수는 없다. 언론이 하나의 정책이나 사회현상을 분석함에 있어서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종합적인 시각을 독자에게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모든 정책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모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종욱 기획처 민자사업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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