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반기부터 떨어질 수 밖에"
"집값 하반기부터 떨어질 수 밖에"
  • 승인 2006.03.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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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세 부담 늘고 공급물량 확대…거품 '확' 빠질 것

올 들어 집값이 다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8ㆍ31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호들갑이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등 8ㆍ31 정책의 핵심 시책들이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음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8ㆍ31 정책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가볍기 그지 없다. 이제 갓 심은 나무에 대고 열매를 내놓으라니. 8ㆍ31 정책은 마법이 아니다.

보유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투기 수요 근절과 송파신도시 등의 공급 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토양과 틀을 마련한 것이 8ㆍ31 부동산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8ㆍ31 정책이 피부에 와 닿을 올 하반기부터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 집값 왜 오르나?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 1월과 2월의 전월 대비 전국 집값은 각각 0.3%와 0.5%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같은 수치는 8ㆍ31 정책 발표 이후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일 만 하다.

그러나 모든 통계가 그렇듯 계절적, 시기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1~2월은 봄 이사철 수요와 방학 이사 수요, 신혼가구 수요 등으로 연중 가장 집값 상승률이 높은 시기다. 실제로 지난 20년동안 1월과 2월 평균 집값 상승률은 0.3%, 0.8%에 달한다. 올해의 경우 1월은 평균과 같고 2월은 더 낮은 수준인 셈이다.

특히 올해 집값 상승세는 전국적이고 보편적 추세가 아니다. 강남과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 두드러진 국지적 현상이다. 실제로 서울 강북의 지난달 집값 상승률은 0.3%, 광역시 지역은 0.1%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반면, 강남은 1.2%, 성남 2.1%, 안양 2.4%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택도시연구원이 최근 밝힌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OECD) 보고서도 우리나라 주택 가격의 불안 조짐은 국지적인 현상이며, 전국적 차원에서는 안정 기조가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정보협회 박준형 실장은 “8ㆍ31 정책 발표에 따른 심리적 효과가 시장에서 가라앉으면서 강남 중심으로 수요가 붙었다”며 “아울러 판교 분양에 따른 기대감으로 분당이나 용인, 평촌 등 주변지역의 집값이 많이 오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재건축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퍼지면서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물론 ‘나도 강남에 한 번 살아보자’는 심리적 수요는 강남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기본적 이유 중 하나다.

공급 측면에서는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강남 외 지역 주택을 팔고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한 채만을 가지고 있으려는 심리가 작용해 매물 부족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똘똘한 놈’ 하나만 갖고 있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강남 불패 신화란 게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부동산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지 못했으며 8ㆍ31 정책으로 인한 세 부담에 당장 부딪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진 적극적 매도세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함 팀장은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양도세를 내기 보다는 당분간 가지고 있자는 게 현재 강남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올해 초 집값 상승은 8ㆍ31 정책 발표를 통한 심리적 충격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데다 판교신도시 분양, 계절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 “집값, 하반기부터 안정세 접어든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하반기부터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8ㆍ31 부동산 정책이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과표 기준 현실화로 인해 오는 7월 부과될 재산세 부담이 커지고, 기준시가 6억 원 이상으로 확대된 종합부동산세가 12월 부과된다. 내년 1월부터는 1세대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된다.

공급 측면에서도 올해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입주 예정 물량이 1만1000호에 달하고, 송파신도시를 비롯해 송파, 판교, 강남권 택지지구에서 향후 5년간 10만 호 이상이 공급될 예정이다. 최근 10년 동안 강남 3구 아파트 재고 증가가 1만9000호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이다.

시중 금리 상승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으며, 경기 회복과 미국 등의 금리 인상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이와 관련 주택도시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로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이라며 “특히 가격 상승폭이 컸던 강남 등 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은 빠르게 일어날 수 있으며, 하락기간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 빼 놓을 수 없는 강력한 조치다. 오는 6월부터 실거래가를 등기부에 기재하면 거품이 들어간 시세표로 투기를 조장하는 일은 발 붙일 곳이 없어진다.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재건축 아파트값 역시 이달 말로 예정된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를 통해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발부담금 부과, 재건축 승인권 조정, 재건축 연한 강화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판교 영향도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판교 중대형 분양가가 분당 아파트값보다 높은 평당 2000만 원으로 예상되면서 주변 지역 아파트값을 올렸으나, 올해는 분양가 규제를 확대해 채권액을 포함한 판교 실분양가를 분당 등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최수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시장참여자들이 확실하게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과도기로 봐야 한다”며 “하반기 들어 8ㆍ31 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강민석 연구원도 “아직은 체감이 낮지만 보유세가 매년 올라갈 것이다. 일년에 몇 백만원씩 내는 세금이 부담스럽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 또 송파신도시 등 신규 물량이 대거 공급될 것이므로 향후 집값이 안정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 보유세 버티다보면 정책도 바뀐다?

일각에서는 보유세가 올라도 ‘부동산 부자’들은 탄탄한 재력을 바탕으로 인상된 보유세를 꼬박꼬박 내면서 충분히 버틸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최근 흐름으로 봤을 때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버틸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동산 부자’는 아니지만 1가구 2주택 소유자들이 높은 보유세를 견디지 못하고 투기 수요 목적의 주택을 내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던 1가구 1주택자들이나 대출을 얻어서라도 강남권에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했던 무주택자들 역시 높아진 세 부담과 금리 때문에 주택 구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게 진전되면 부동산 부자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샀을 당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수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게 분명해지고, 보유한 주택 가격이 시시각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다 높은 세금까지 매겨지면 선택은 갖고 있는 주택을 파는 것 뿐이다.

투기 수요자들의 또 다른 ‘기대’ 중 하나는 내년 대선 정국과 맞물려 정부 정책도 변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이다. 물론 과거 경험에 비춰본 예상일테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8ㆍ31 정책은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지방교부세’ 신설이 그 핵심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세수를 지자체의 재산세 결손분과 재정 확충 지원에 투입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지자체 재원 확충을 위해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 중심으로 교부할 계획이다.

정부는 종부세 세수와 관련, 올해 1조200억 원, 2007년 1조2300억 원, 2008년 1조4900억 원, 2009년 1조8100억 원으로 매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전국 각 지자체별로 배분되는 것이다.

지자체별로 50억~100억 원까지 혜택을 보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이는 국토 균형발전과도 연계되는 셈이다. 종부세를 없애거나 완화하자는 얘기가 나와도 먹혀들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참여정부의 의지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다.

“참여정부가 2년 여 남았으니 군대 가는 셈 치고 부동산 대책을 참고 비켜가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직업군인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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