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안 엇갈린 시각…견해차 줄이기 힘들 듯
비정규법안 엇갈린 시각…견해차 줄이기 힘들 듯
  • 승인 2006.03.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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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지방선거 눈치에 법안 오리무중...오락가락 비정규법안 피해자는 근로자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최대 쟁점 부각

여·야 4월 임시국회 법안처리 가시화

밀고 당기던 비정규직법안 2월 국회 처리가 결국 4월 처리로 ‘작전상 후퇴'했다.

환노위가 민노당 의원들의 집단 반발을 무시하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통과된 비정규법안은 3월 2일 본회의에 상정돼지 못한 것은 정치권의 미묘한 ‘파워게임'으로 분석된다. 당정은 이미 수 차례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다 할 것을 천명했으나 야 4당의 법안 연기에 동의하여 4월 임시국회 초반에 처리하기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법안이 수정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를 의식해 또 다시 연기 될 소지가 있지만 정부는 4월 처리에 ‘올인' 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4월 총파업을 통한 ‘실력저지'를 나설 예정이며, 재계 또한 불만은 이미 극에 달해 있다. 3월 이후 불어닥칠 법안 후폭풍에 대한 각계의 시각을 살펴보자.

최대 핵심은 2년 뒤 ‘정규직화'

수년 간 논의된 비정규법안의 핵심 쟁점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문제다. 기존제도는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반복갱신 제한이 없었다. 즉, 사용기간 제한 규정이 없어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했지만 환노위 의결안에는 각계 의견을 받아들어 나름의 근로자 보호장치를 만들었다. 내용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으며, 2년 초과 사용 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한다'는 것.
즉, 조문대로라면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간제 근로자도 2년 뒤에는 ‘정규직화'가 법제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노동계는 비정규법안이 ‘악법'인 이유로 가장 대표적인 조항으로 손꼽는 것이 바로 ‘기간제근로자 사유기간' 문제라 지적한다.

지난 2일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법안은 사용자가 사용기간인 2년이 지나기 전에 해고를 가능토록 했고, 다른 노동자를 기간제로 사용할 수도 있도록 했다"며 “비정규직은 더욱 양산되어 1000만 시대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단 의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최근 경총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경총은 “기간제 근로 2년이 지난 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느냐"는 자체 설문조사에서 단 11%의 응답자만 ‘정규직 고용을 검토하겠다'고 답해 현장 근로자 90%는 2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사용사유 제한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모든 기업은 최소의 정규직만 남기고 모든 비정규직을 계약기간 종료와 함께 해고할 것"이라 주장했다.

우 위원장은 “정규직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되든지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파산하게 될 것"이며 “대부분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게 될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대량실업 사태가 올 것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안되면 지방선거, 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어느 정치세력도 예민한 이 문제를 처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며 민주노동당을 겨냥했다.

파견업종 확대는 ‘기정사실화'

파견대상업종에 대한 해석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했다. 이번에 환경노동위에서 통과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중 개정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제 5조는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파견대상업무를 현행 포지티브 방식대로 유지하되, 구체적인 업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논란의 대상이다.

법안 통과 다음 날, 주요 일간지에서도 파견업종에 대한 구분이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가 혼용이 되어 있을 정도로 혼선이 일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논란의 핵심은 파견법 제 5조에 ‘업무의 성질'이라는 것이 추가되면서 발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를 근거로 단병호 민노당 의원은 “지금까지는 기술, 전문직에 한해서 파견업종이 허용되었지만, 주관적 판단을 고려해 파견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전면 허용"이라며 “정부여당은 업종 26개를 그대로 두되, 내용별로 중분류, 세분류, 세세분류로 나눠하던 것을 통일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분류 하나에 30∼40개 정도의 세세분류가 포함되어 있어 이것이 통합되면 업종은 26개로 되어있지만, 현재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명백한 파견직 확대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이러한 주장에는 그간 정부 발언에 상당히 많은 점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지난달 15일 국회 환노위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세계적인 추세가 파견직에 대해서는 개방적으로 유연성을 인정하는 방향인 것으로 안다"며 “정부도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면서 한편에서 유연성도 고려하자고 해서 파견법의 규제를 완화하려고 네가티브 방식을 도입하려고 했는데, 노동계와 국민들의 반대가 있어서 철회했다"고 답했다.

이어 “포지티브로 가더라도 노동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시행령을 현실에 맞게 고쳐보려고 한다"며 “파견업종 부분은 유연하게 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견업종 문제에 대해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단연 아웃소싱기업들이다. 파견협회의 한 임원은 “파견업종 확대는 이미 정부의 기본적 안"이라며 “점진적 수준에서 업종확대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 밝혔다.

이미 파견업종의 확대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도 올해 신년연설에서 “파견근로의 범위는 현실화 하되, 감독을 한층 강화해서 법적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지만 각 주체들 간에 합의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대목을 넣으려다 연설 시간 부족으로 최종 연설문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재계, 노동계 주장 반영은 대량 실직 예고

이번 법안에 대해 재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마디로 ‘재계를 무시한 대가를 보여 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경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노동계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향후 기업 인력운용의 심각한 제한은 물론 일자리 축소를 가져와 실업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재계는 정부안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고 이로 인해 실업률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수용 불가입장을 밝혀왔지만, 지루한 논의진행으로 인한 노사정간 갈등과 경제·사회적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정부안의 수용했다는 것이 일반적 논리였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에서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은 재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정부법안보다 더 후퇴한 것은 정부가 노동계의 눈치를 보며, 지방선거를 의식한 ‘표심 다지기'로 보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차별구제신청을 할 경우 사용자에게 차별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하여 차별구제신청의 남발을 부추긴 것은 오히려 경영 악화로 이어 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또한 비정규직의 사용기간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사용업주에게 직접 고용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사용자 측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국회 환노위에서 정부안을 노동계 주장과 요구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대폭 수정하고 이를 통과시킨 것은, 실업난 완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이익보다는 노동계의 표와 인기에 영합하려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그는 “국회 법사위 및 본회의에서 경영계 의견의 적극적인 반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상황속에 민주노총은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관련한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4월 3일부터 14일까지 비정규직법 처리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결의했다. 전 조직이 나서 이른바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을 벌여 4월 임시국회를 염두 해 정치권에 대한 기선 제압을 시도하고 있어 향후 법안 추이가 주목된다.

법안처리로 ‘근로자 권익 보호' 나서야

현재 법 처리가 미뤄진 만큼 노동계가 원하는 대로 4월 국회에서 법안 내용이 다시 고쳐질 확률은 상당히 희박하다. 법안은 현재 법사위 자구심사와 본회의 처리만 남겨두고 있다.

법사위 자구심사에서는 환노위 수정안의 본질적 내용을 손대지 못하며, 본회의에서도 환노위 수정안에 대한 찬반토론과 의결만 거치게 돼있어 사실상 법안 내용을 고칠 단계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재개정이다. 의원 10명 이상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환노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있지만 재개정을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전제가 뒤따른다. 우선 4월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에 노사가 공동으로 국회에 재개정을 요구하거나, 노동계의 외압을 통해 정치권에게 재개정을 압박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노동계 파업에 대한 재계도 ‘맞불 작전'을 나설 태세여서 정치권이 쉽게 움직일 수 없을 전망이다.

결국, 혼전을 거듭하면서 가장 혼란한 것은 비정규직근로자들이다. 법안 추이에 따라 향후 고용 문제가 매듭지어 질 수 있기에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법률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누구나 만족할 수 없다'는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처럼 근로자의 권익에 노사정 모두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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