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성과 노동시장 유연화 조화시킨 ‘비정규법’
고용 안정성과 노동시장 유연화 조화시킨 ‘비정규법’
  • 승인 2006.04.06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합리한 차별시정… 근로자 보호 기대

그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양극화 현상중 하나는 비정규직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정규법이 지난달 27일 여야 합의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1년부터 노사정위원회에서 2년여간 100여 차례의 회의와 토론회를 거치고, 국회차원에서 26차례의 노사정 대화를 거친 바 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법이 통과 될 경우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고용과 차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비정규직의 규모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3을 넘어서는 548만명으로 증가하였으며, 임금수준도 정규직에 비해서 62.6% 수준 밖에 되지 않았으며, 사회보험 가입율도 40%에 지나지 않는다.

비정규 실태가 이렇게 열악한데도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더 이상 비정규직의 차별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비정규직 문제를 제도권내에 흡수하여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법률이다. 비정규관련 법이 통과 될 경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차별금지제도’가 도입되면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함으로써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기업이 비정규직에 대하여 임금, 기타 근로조건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여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는 차별을 받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설치될 『차별시정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차별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지며, 기업이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까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둘째,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만약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도록 했다. 현재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여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상시적인 업무에도 기간제 근로자를 무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합리적으로 제한된다.

셋째, 파견근로와 관련해서 ‘파견기간 초과’, ‘대상업무 위반’, ‘무허가 파견’ 등 모든 불법파견의 경우에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의무를 부과하였다. 현재까지는 파견대상업무 위반, 무허가 파견 등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 규정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다.

앞으로는 동일한 파견근로자를 2년 초과 사용시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의무를 부과하고, 아울러 파견기간 초과 이외 파견대상업무 위반, 무허가 파견 등 모든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사용한 경우 직접고용의무를 명문화하였다.

단, 금지업무 파견시는 파견 즉시 고용의무가 부과된다. 또한 사용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1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하였고,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과 함께 3천만원 까지 과태료도 부과된다.

넷째, 파견대상업무는 기술진보, 업종의 다양화 등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여 확대할 필요가 있으나, 노동시장의 충격을 고려하여 현행법과 같이 대상업무를 열거하는 방식(Positive list)은 유지하되, ‘업무의 성질’상 파견이 필요한 분야는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렇듯 비정규관련법이 통과될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바로 잡을 수 있으며, 비정규




근로에 대한 적정한 보호를 통하여 고용안정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조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독일, 영국 등의 EU국가와 일본은 비정규직을 이미 새로운 고용형태의 한 유형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고용창출을 위한 중요대책의 하나로 단시간근로 및 파견근로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규제완화와 적정한 보호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 ‘기간제한’보다는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유제한 방식은 소위 ‘진입제한’을 통하여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억제 측면에서만 보면 보다 강력한 수단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간제 근로를 사용사유로 제한하게 되면 현재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하고 있는 노동시장에 너무 큰 충격을 주어 고용이 감소하고 사내하청, 용역으로의 전환 등 부작용도 우려될 수 있다.

독일,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등 대부분의 선진국도 사용사유대신 사용기간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하나의 쟁점은 노동계는 파견대상업무가 확대되어 파견근로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파견대상업무가 26개 업무에만 한정되어 기업의 인력수요를 반영하지 못하여 불법파견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파견근로를 노동시장에서 꼭 필요한 업무까지 제한하기 보다는 산업기술의 변화, 인력수요 등을 고려하여 대상 업무를 합리적 수준으로 확대·조정할 필요가 있다.

추후 시행령 개정시 노·사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예정이므로 대상 업무가 불합리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 일부는 현재고용의제를 고용의무로 바꾼 것은 근로자 보호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행 법률은 파견기간 초과의 경우 “당해 파견근로자를 사용사업주가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고용의제 규정은 행정기관의 직접 제재가 어려워 실효성이 적다.

또한 파견대상 업무 위반 등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고용의제를 적용한다는 명문 규정이 없어 파견근로자 보호에도 미흡하다. 아울러 고용의제는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에 의해 바로 근로계약관계가 맺어지므로 사적자치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개정 법률은 고용의제를 고용의무로 변경하면서 파견기간 초과(2년) 이외에 대상업무 위반, 무허가 파견 등 모든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됨을 명문화하였다.

아울러 고용의무 미이행시 과태료(3천만원 이하)를 부과하여 파견근로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혔으며, 불법파견시 사용사업주에 대한 벌칙을 파견사업주의 수준으로 강화(3년 이하의 징역)하여 불법파견에 대한 근절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한편, 경영계에서는 비정규직 법안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크게 저하시킨다고 하나 이 주장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있고, 선진국의 입법례를 감안할 때 차별금지, 기간제한 등 보호의 내용도 합리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야합의로 국회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은 현재의 문제점을 최대한 해결하고자 만든 최선의 법안이라고 여겨진다. 노사 모두 자신의 주장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하여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비정규법은 대다수 비정규직의 고통을 덜어주는 희망의 법이 될 것이다. 이제는 차별 없는 일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