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채권단과 노조 신경전
LG카드, 채권단과 노조 신경전
  • 나원재
  • 승인 2006.09.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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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LG카드 매각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도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매각지연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지난주부터 실시키로 한 본 실사가 이달 중으로 연기됐고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와 함께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의 임금 동결과 복리후생 중단분의 소급적용에 대한 노조의 요구와 이미 퇴직한 6000여명의 직원들마저 해직무효소송에서 승소하는 바람에 주 채권금융기관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LG카드 매각 최대 수혜자는 신한이 아닌 채권단과 산업은행”이라면서 “매각 차익에 대한 분배가 인수자인 신한은행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자칫 외환은행의 경우처럼 LG카드 매각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관련업계와 LG카드에 따르면 지난 2년 6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친 감자와 증자, 관치금융 논란을 거치며 이뤄진 LG카드 회생의 결실이 고스란히 채권단의 몫으로 돌아가자 노조가 회사와 직원들의 미래를 담보하는 요구와 그동안 동결했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매각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해 은행과 보험회사 등 LG카드의 채권단의 평균 주당 매입가격은 3만5000∼3만6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전체 매각차익은 3조∼3조2000억원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은은 보유주식 2874만주(22.93%) 중 공개매수대상 주식을 제외한 매각 대상 주식이 2432만주로 주당 1만1800원의 매각이익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 1월 말 매각대상 주식의 장부가액은 8097억원으로 투자제거차액상각 77억원, 법인세 2371억원을 차감하면 순수 매각이익은 6251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본실사에서 나타날 수도 있는 부실부분이 발생할 경우 “매각의 5%룰 때문에 6만8410원의 매각대금이 6만5000원과 6만60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 경우 매각 차익은 이보다 5%포인트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조가 요구한 40%가량의 임금 인상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며 임금인상 요구안은 결국 이익대금을 나눠 먹자는 것”이라며 “노조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노조는 “3만1650원에 매입해 6만8410원에 팔아 무려 1조477억원의 차익을 남겨 산은이 주장한 6000억원대의 이익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하고 “임금 동결부분을 소급 적용해 인상해도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 M&A 과정에서 현 임금의 20∼30%가량을 인상하는 형태로 보상한 사례가 보편화돼 산은도 이 수준 이상을 보상해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이뿐만 아니라 “농협이 5500억원, 국민 4000억원, 우리 3300억원, 신한 2890억원, 하나 1690억원 등 채권금융기관들도 돈방석에 앉아 이 수준의 보상을 용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1200억원에 달하는 복리후생비가 중단됐고 임금도 단 한차례 올리지 않은 점도 경영정상화를 앞당긴 결과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보상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재 산은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들이 직원들의 복지나 장래 보장은 뒷전으로 하고 조속한 매각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총 파업, 부분 파업을 통해 얻어낼 것은 얻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강제 퇴직당한 6000여명의 임직원들의 경우 우리사주 매입을 위한 차입금 7000만∼1억원을 퇴직금으로 상계하고 100만∼200만원의 퇴직금과 신용불량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LG 카드 매각 돈잔치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해직무효 1차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승소한 만큼 조만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복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이 같은 잠재돼 있는 문제를 인식 못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임금 부분, 해직자의 복직문제는 산은과 채권금융기관, 현 경영진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1758명에 이르는 계약직의 정규직원 전환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년 20∼30%에 해당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는 인수 후 시간을 두고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LG 카드 노조와 산은과의 갈등 문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산은이 매듭을 풀어야만 서로 윈윈하는 게임이 될 것”이라며 “이를 회피하지 말고 보다 전향적인 방향에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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