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8.6% “납세자소송 도입해야”
국민 88.6% “납세자소송 도입해야”
  • 남창우
  • 승인 2006.10.0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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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세금보다는 세금낭비가 더 문제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이하 투명협, 집행위원장 이학영)는 전국의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납세자소송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하였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8.6%는 공무원의 예산낭비를 견제할 수 있는 납세자소송의 도입에 찬성하였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납세자소송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국가의 발전에 필요하다면 현재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 수 있다는 국민도 51.6%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수의 국민들이 세금의 높고 낮음보다는 세금과 국가재정의 건전한 운용에 더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특히 납세자소송에 대한 이러한 국민들의 90%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는 지난 9월 18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가 의견수렴을 이유로 국민소송제를 포기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다.

국민 10명중 8명, 정부 예산운영 잘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납세자소송에 대한 높은 지지는 정부의 잘못된 예산운영과 예산낭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과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운영과정에서 시행되는 각종 공공사업에 대하여 정부의 일들이 잘못되고 있다는 인식은 76.9%로 잘되고 있다는 인식(15.9%)을 훨씬 상회하였다. "생활주변에서 예산낭비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답변(85.3%)이 그렇지 않다(8.5%)는 답변에 비해 열배나 높았다.

잘못된 예산운용과 예산낭비에 대한 인식과 경험은 납세자소송의 지지여부와 무관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납세자소송의 도입에 대해 반대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공공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운영이 잘못되고 있다는 인식이 83.1%, 생활 주변의 예산낭비 사례에 대한 인식도 87.3%로 높게 나타났다.

유리지갑은 납세자소송을 원한다

납세자소송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국민들의 79.8%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납세자소송의 효과는 소득과 직업에 따라 커다란 편차가 있었다. 150만원 미만의 소득자들의 경우 납세자소송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평균미만인 73.1%에 머무른데 비해, 250만 원 이상 소득자의 경우 84%가 넘어 납세자소송의 기대수준에 대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또한 납세자소송이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농업과 임업 종사자들이 가장 낮은 지지율(73.5%)을 보였으며, 화이트칼라의 경우는 가장 높은 85.4%가 이에 동의하였다. 이렇게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화이트칼라층의 납세자소송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것은 샐러리맨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과세시스템을 세금운영이 제대로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여진다.

소송남발은 기우

중앙과 지방정부의 예산낭비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납세자소송에 대한 참여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다수인 54.6%가 참여하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관심은 있지만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40%에 달하였다. 실제로 본인이 예산낭비 사례를 목격하였을 때 "정부 혹은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13.9%)하거나 "언론에 고발"(11.6%)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보다는 "그냥 넘어간다"(38.6%)는 방관형과 "주변사람들에게 알린다"(33.8%) 소극적 대응형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납세자소송에 대한 지지와 기대효과가 높은데 비하여 실질적 참여와 적극적 대응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실천에 따르는 여러 가지 예상되는 부담으로 인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는 납세자소송법 혹은 국민소송법을 도입하면 소송의 남발이 우려된다는 납세자소송반대논리의 근거가 박약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납세자소송은 그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천에 따르는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투명협은 설문결과에 대해 "사개추위가 국민소송제 입법추진을 포기하고 정책건의에 그치기로 한 것은 이번 설문에서도 보이듯이 민의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더욱이 사개추위의 시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납세자소송법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소송절차를 도입하여 소송남발의 우려가 없는데도 남소라는 이유로 입법추진을 포기한 것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봉쇄하는 것엔 다름 아니다. 이미 현 정부가 공약한 사항이고 여야를 불문하고 범정당적 공감대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 납세자소송법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을 적극 노력하여 국민여론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9월 19 ~ 21일 3일간 실시되었으며, 표본오차는 ±3.1%이다.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http://pact.or.kr/)는 지난 2005년 3월 9일 공공부문, 정치부문, 경제부문, 시민사회 등 총 4대 부문의 주요 대표자가 모여 투명사회협약에 서명함으로서 출범한 기구로, 현재 시민사회의 주도아래 반부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3월 서명 이후 건설, 보건의료, 금융, 교육 등의 분야별 협약과 부산, 경남, 대구, 충남 등의 지역협약 등이 체결되었으며, 현재 지속적으로 추가협약을 추진하면서 사회의 반부패 투명성 문제개선을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투명사회협약 체결 이후 각 부문의 적극적인 협약이행 노력으로 부패방지법과 정치자금법 등 10여개 주요 반부패 관련법들이 제·개정됐으며 한국사회의 투명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투명사회협약 등의 뒷받침으로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도 10점 만점에 3-4점 대에서 머물러 있던 한국의 투명도는 지난 해 5.0점으로 대폭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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