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3년 유예 따른 기업의 노무관리
복수노조 3년 유예 따른 기업의 노무관리
  • 남창우
  • 승인 2006.10.19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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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산별노조 전환 등 시급한 문제

3년 간의 공백, 달라지는 것 없을 듯...각 기업들 대응책 강구에 분주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이 지난 2003년 9월 논의를 시작한 뒤 꼬박 2년 만에 지난 9월 11일 민주노총을 뺀 노사정 3자가 전격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노사정은 우선 기업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중단은 조건 없이 3년 간 미루기로 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산별노조 전환이 노무관리에 가장 큰 골칫거리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9일 민주·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노조원 12만 명에 이르는 공공연맹이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소속 노조별로 산별전환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 다음달 30일쯤 현행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한 현대차노조 등이 포함된 금속연맹도 다음달에 산별노조(금속노조,14만 명)로 정식 출범키로 하는 등 노동계의 산별노조 전환이 올 연말을 전후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현재 전체 조합원 77만 9000여명 가운데 53만 여명이 산별노조에 가입해 68%의 산별노조 전환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말까지 산별노조 전환율을 9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한국노총은 산별노조 전환율이 현재 16.2% 수준(12만 6000여명)에 그치고 있지만 연말쯤에는 50%대 초반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기업에서는 이러한 산별노조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원만한 노사협상에 차질이 우려하고 있으며, 노무관리까지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 A사 인사담당 임원 Y 씨는 얼마 전 CEO로부터 “현재의 노조 외에 다른 노조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라”는 지시를 받고 고심 중이다. Y 씨는 “복수 노조 허용이 3년 간 유예가 됐지만 기업이 노무관리에 대책을 세우기에는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니다”며, “3년 후 복수노조 허용이 통과되면 근로자들의 이해가 충돌해 갈등이 생기면서 현재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것은 비단 A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삼성, LG, 현대 등 상당수 대기업은 노무관리 인력을 늘려 직원들의 불만 사항을 세세히 점검하면서 대책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최근 “복수노조를 대비해 기업 내에 노무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관련 부서 담당자들의 노무관리 자격증 및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지시를 했다. 삼성의 관계자는 “복수 노조가 허용될 경우 그동안 지켜왔던 기조가 깨질까봐 노무관리를 강화하는 등 긴장했으나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존 강성 노조를 대신할 온건 노조의 등장을 기대했던 현대차는 다소 실망하는 눈치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칙대로 로드맵이 시행됐다면 18년째 반복돼 온 파업 문제에도 해결 실마리가 생길 것으로 봤는데 아쉽게 됐다”며 최선의 대응책을 찾기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LG그룹도 LG전자를 중심으로 공장에 노무관리 전문인력을 추가 파견해 직원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인사노무관리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한 예로,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규모의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등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놓고 노동계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복수 노조 허용은 당연하며 다른 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봐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각 기업들은 복수 노조 허용으로 노사교섭 과정에서 다양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노조 간 갈등과 근무 분위기 악화로 노무관리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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