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경영 시대 “요약보고하기의 축지법”
스피드경영 시대 “요약보고하기의 축지법”
  • 남창우
  • 승인 2006.10.23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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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 적, 핸드폰이 없던 시절. 친정 엄마와 아버지는 남대문 시장만 다녀오면 싸움을 하셨다.

싸움의 이유는 두 양반의 걸음걸이의 속도 차이 때문이었는데, 복잡한 시장 통에서 엄마의 빠른 걸음을 따라잡지 못한 아버지는 마누라를 놓치고 미아가 되어서 홀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나 역시, 엄마를 따라 큰 시장에 가는 날이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되었다. 엄마는 장사치들의 외침과 온몸으로 밀려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귀신같이 필요한 물건들만 척척 사고 사람들 사이를 미꾸라지 빠져나가듯이 빠져나갔다. 복잡한 시장 통에서 자신의 볼일을 효율적으로 보기 위해, 엄마의 머릿속에는 축지법(縮地法)의 네비게이션이라도 달린 듯했다.

축지법은 지형지물에 관계없이 땅을 줄여서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홍길동이 축지법을 써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던가? 빨치산도 하룻밤 새에 믿을 수 없는 거리를 이동했다고 한다. 남들이 열 시간 걸릴 거리를 두세 시간에 주파한다면 그것도 축지법이다. 축지법을 쓴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복잡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갈고 닦은 내공을 이용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데 있다.

축지법에서의 핵심은 ‘Time’이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경영환경에서 현대 기업의 축지법은 스피드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 운다. 스피드경영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스피드경영의 일환으로 보고의 절차도 형식도 시간도 줄이라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2장의 보고서 양식에 맞추기 위해 ‘글자크기 줄이기’ 식의 편법까지 동원한다고 하니, 돌려 말하면 그만큼 요약 보고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시간도 줄이고 정확하게 보고할 수 있는 ‘요약 보고하기’의 축지법(縮地法)의 핵심방법 몇 가지만 익혀보자.

1. ‘척 하면 삼천리’를 만들어라. - 한 문장으로 줄여라

대부분 기업의 계층구조는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있다.
윗사람보다는 아랫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고 바꾸어 말하면 상사는 아랫사람을 일일이 상대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조선시대 후궁들이 팔자가 바뀌려면 임금의 눈에 쏙 들어서 합방 후 아들을 낳아야 했듯이, 상사의 눈에 들도록 보고를 잘 하는 힘이 나의 경쟁력임을 알아야한다. ‘척하면 삼천리’라는 속담이 있다. 한눈에 보고도 전체적인 것을 파악해서 빠르게 일처리를 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우선 상사가 척 보고 입맛에 당겨 읽어보게 하는 게 우선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읽히지 않는 보고서가 40% 에 달한다고 하니, 내 보고서라고 꼭 읽히리라는 보장은 없다. 애써 쓴 내 보고서가 뒷방 후궁노릇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보고서는 ‘척하면 삼천리’가 되게끔 써야하고, 보고할 때는 상사의 한귀에 쏙! 들어가도록 보고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고하는 전체적인 내용을 잘 파악해야한다. 여기서 파악한다는 의미는 꿰뚫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가 보고의 내용을 꿰뚫고 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보고하려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주제문을 정리할




할 수 있으면 된다. 한 문장이 될 때까지 보고의 내용을 줄이고 또 줄여라.

2. 발을 놓을 위치를 판단하라. - 핵심 단어를 뽑아라.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최근에 태어났다는 둘째 아이 탯줄 자른 이야기로 자기소개를 일관한 한 사나이를 보았다. 한마디로 자기보고하기의 헛 다리를 짚은 사례이다. 겨울 산행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산을 잘 내려오는 방법은 발을 놓을 위치를 잘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보고도 마찬가지다. 보고에서 꼭 필요한 요소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에게 보고하기 전에 이번 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단어를 10개만 뽑아보아라. 10개의 단어만 인지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보고를 할 수 있다.

3. 입맛을 당겨라. - 제목이 반이다.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 왕의 남자’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왕의 남자’의 성공요인은 복합적일 것이나, 우선 제목을 잘 정한 것과 스피디한 생략의 전개방법이 아마도 중요한 성공 요인 중에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왕의 남자’의 제목을 만약에 ‘광대의 길’, ‘왕과 광대’, ‘연산군과 공길’ 등으로 정했다면 이만큼 히트하지는 못했으리라.

‘왕의 남자’는 제목에서부터 동성애적 분위기를 띄고 있다.
이러한 제목은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객에게 미리 알려 주면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왕의 남자’처럼 결론부터 말하고 호기심 당기는 제목을 쓰는 게 중요하다.

4. 9시 뉴스를 전해라. -새 소식인가 살펴보아라.

기업에서 ‘요약보고하기’ 의 과정을 강의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강사님 매일 똑같은 일의 연속도 보고하기가 필요하나요? 같은 프로젝트를 계속 하고 있는 데요.” 무슨 말씀, 상사가 보고를 받는 이유는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다. 상대방이 아는 소리의 반복은 잔소리일 뿐이다.

보고는 ‘뉴스의’ 성격을 띤다. 항상 그 사실을 염두에 두어라. 어제와 같은 뉴스를 들을 시청자는 없다. TV의 뉴스 앵커가 뉴스를 시작할 때마다 “시청자 여러분 큰 일 났습니다.” 하고 시작을 한다면 어느 누구도 그 뉴스를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던 프로젝트 계속하고 있습니다.”는 보고가 아니다. 왜냐? 새로운 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A프로젝트는 지난주 금요일까지는 25% 진척 되었고,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35% 진척되었습니다.” 보고의 내용이 새로운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있는지 생각하라.

결론적으로 ‘요약 보고하기’방법은 이번 보고에서 새로 등장하는 10가지 핵심 단어를 뽑아서, 제목을 정하고 주제문을 만들어라. 간단하지 않은가? 상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면 ‘요약 보고하기’로 상사의 가려운 곳을 콕! 집어서 보고해 주어라.

기록에 의하면 축지법(縮地法)을 쓴 홍길동도 병법과 무술을 익혔다고 한다.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 ‘요약 보고하기’의 병법을 몸으로 익혀라. 그러면 서자인 홍길동이 민중의 영웅이 되었듯이, 어느 날 조직 내에서 나의 위상이 높아져 있는 것을 느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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