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비정규직 차등처우’보다 ‘파견근로의 지나친 확대’를 더 우려
日, ‘비정규직 차등처우’보다 ‘파견근로의 지나친 확대’를 더 우려
  • 남창우
  • 승인 2006.11.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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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사회는 비정규직에 대한 근로조건 차별보다는 정규직을 대체하는 파견근로의 지나친 확대문제를 더 우려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1일 발표한 ‘일본의 비정규직 근로조건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젊은층의 근로의식 변화, 고령 및 여성인력 증대, 기업의 글로벌 경쟁격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파트타임(단시간근로), 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31.4%)이 10년 전(20.3%)에 비해 1.5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최근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의 단시간 근로자(주당 근로시간 35시간 미만)들은 급여를 월급이 아닌 시급으로 받고 퇴직금 및 상여금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노동조합 가입에 제한을 받고 불경기에 가장 먼저 고용조정의 대상이 되는 등 근로조건 및 고용안정 면에서 정규직과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통설 및 판례의 입장은 이러한 격차를 위법사항으로 간주하지 않고 고용 및 인사제도상의 정당한 차이로 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관련, 지난 ’96년 정규직과 근로시간이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정규직의 80%를 밑도는 경우에는 ‘균등대우의 이념’에 반하여 ‘공서양속(公序良俗)’에 위반이 된다는 일본 지방법원의 이례적인 판례가 나와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긴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를 지지하는 판례가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등처우가 용인되는 것은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계약직과 파견직이 20%에 불과한 반면 파트타임 근로자가 48.5%에 달하고 있다는 점과, 파트타임 근로자의 69.3%가 여성근로자이고, 이들은 가사생활과 병행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파트타임 근로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조건의 균등보다는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 등이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일본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부양하는 배우자의 경우 근로시간이 정규직의 3/4(주30시간) 미만이고 연간수입이 130만엔 이하이면, 후생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 스스로가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근로시간을 조정하기도 하는 등 사회보험제도 면에서의 허점(虛點)도 근로자들의 파트타임 근로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고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 상한선을 늘리는 것에 대해 일본사회가 불안정 고용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기보다는 정규직과 단기계약직 사이의 중간형태라고 볼 수 있는 중기(中期) 고용을 활성화하는 조치로 평가하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실제로 일본 노동법은 최근 근로계약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하고, 전문기술과 경험을 가진 근로자 및 60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서는 5년까지 계약기간을 허용하는 등 근로계약기간에 대한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와 관련해서는 노동기준법 상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고 판례법상 해석에 따르고 있는 현실이다.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갱신 반복되어 계약기간의 의미가 희박해진 경우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보아 사용자의 갱신거부를 해고로 간주하여 이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근로자 파견업종을 원칙적으로 자유화하고 파견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는 한편, 제조업에 대해서도 1년을 기한으로 파견을 허용하는 등 근로자파견법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단행하였다. 그러나 근로자파견과 관련해서는 직접 고용에 의한 고용기회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하면서 파견기간이 종료된 후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소개예정파견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접 고용을 유도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일본의 경우 고용형태 및 근로시간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법.제도적 환경조성을 통해 기업의 유연한 인력관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 계류 중인 비정규직 관련법안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일 우려가 크므로 비정규직 활용에 따른 제약을 줄임으로써 경제 전체의 일자리를 늘리는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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