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노무공급체계 100년만에 바뀐다
항만노무공급체계 100년만에 바뀐다
  • 남창우
  • 승인 2006.11.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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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항운노조에서 독점 공급하던 부산항의 항만노무인력이 100년만에 하역회사별 상시고용체제로 바뀐다.

부산항운노조는 17일 상용화 대상인 북항 중앙과 3, 4, 7-1 부두, 감천항 중앙부두에서 일하는 항운노조원 1022명중 97.8%인 1000명이 투표에 참가해 77.1%인 777명이 협약서에 찬성(반대 226표, 무효3표)해 협약서안을 통과시켰다.

협약서가 항운노조원의 찬반투표에서 통과됨에 따라 각 부두회사와 노조지회는 구체적인 임금수준과 후생복리, 작업형태 등을 확정하기 위한 개별협상을 벌여 내년 1월1일부터 정규직인 하역회사별 상시고용체제가 본격 도입된다.

또한 현재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인천항과 평택항 등 타 항만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부산항의 항만인력공급체제개편 작업은 지난해 12월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이 제정된데 이어 지난 6월 같은법 시행령이 제정돼 그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됐다.

이를 근거로 지난 7월 부산항 인력공급체제개편위원회와 실무개편협의회를 구성하고, 세부 협상의제에 대해 노·사·정간에 15차례에 걸친 협상을 거쳐 지난 9일 노·사·정 대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세부협약서를 체결했었다.

노·사·정은 협약서에서 상용화되는 인력에 대해서는 완전고용과 정년(만60세)을 보장함으로써 특별법 상의 근로조건 보장사항을 구체적으로 재확인하고, 상용화되는 인력에 대한 임금수준은 올해 4월~6월 3개월간 월평균임금으로 하고 월급제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다.

또 현행대로 반별 순번제와 현 작업장을 유지키로 해 상용화 초기 체제 개편으로 인한 노·사 양측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퇴직금 지급기준 조정, 항만현대화기금을 통한 지원, 대체부두 제공 등 상용화 인력의 후생복리 및 고용안정을 위한 지원방안도 마련된다.

아울러 상용화 체제의 안정적인 정착과 상용화 인력의 고용안정을 위해 필요시 부두임대기간 연장, 부두임대료 감면 등 부두운영회사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은 “항운노조 역사 100년사에서 이번 협약은 항만노무공급 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일대 혁신”이라며 “노조에게는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고, 하역회사는 부두운영과 투자 결정에 자율성을 확보함에 따라 항만시설 확충과 장비현대화를 촉진할 수 있게 돼 우리 항만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항운노조 상용화 의의, 추진상황 및 기대효과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항운노조 상용화란 = 현재 전국항만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하역업체 소속의 근로자와 항운노조 소속의 근로자 등 2원적인 구조로 공급되고 있다. 항만근로자 약 2만2천명 중 약 절반수준 약 1만1천명은 하역업체 소속으로 장비운전이나 현장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나머지 절반정도인 약 1만1천명이 항운노조 소속으로 단순 노무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을 하역업체가 고용하기 위해서는 항운노조측에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건마다 수시로 요청해야 한다.

항운노조가 조합원에 가입해야만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사실상 항운노조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인력공급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법률상으로는 복수 항운노조 설립도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존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 등으로 지난 1897년 청진항에서 노조가 결성된 이후 100년간 이같은 노무공급체계가 유지돼 왔다.

이처럼 철저히 항운노조에 귀속된 일용직 인력을 노·사·정 합의를 통해 항만운송사업자가 정규직으로 고용토록한다는 것이 바로 ‘항만노무인력 상용화’다

◆ 상용화 왜 필요한가 = 현행 항운노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효율성이다.

현행 항만노무공급체제는 상용화된 컨테이너전용터미널 등 일부 부두를 제외하고는 항운노동조합이 사실상 독점적인 노무공급권을 행사하고 있어 항만물류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권이 제한되고 합리적인 경영이 곤란한 상황이다.

또한 항운노동조합의 우위적 지위로 합리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되지 못해 신설부두에 대한 노무공급권·손실보상금 주장, 현대화 및 자동화를 위한 장비 도입 시 실업보상금 요구 등 비합리적인 관행이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항만의 현대화 및 기계화가 지연되고 과잉인력이 하역작업에 투입됨으로써 우리 항만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 항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키고 외국자본의 투자매력도를 떨어뜨림으로써 외국선사 및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해양부는 영국과 대만 일본 등 우리나라에 앞서 상용화를 도입한 나라에서 평균적으로 운영인력이 50% 정도 줄었고, 우리나라에서




도 부산과 인천만 상용화를 도입해도 30%의 인력감축과 연간 약 5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상용화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나 = 이번 항만노무공급체제의 개편은 항만물류기업이 항운노동조합원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상용화)으로 진행된다.

상용화 대상은 항운노동조합 업무영역 중에서 항만분야로 한정해 추진하고, 철도·농수산시장·보세창고 부문은 이번 상용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 항만에 상용화 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나 주요 항만인 부산항과 인천항부터 실시하고 그 외의 항만에는 물동량 추이, 항만인력 운영여건 등 항만별 상용화 여건에 따라 노·사·정간의 협의를 통해 상용화 논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상용화에 의한 대규모 실업 등 사회적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노조원을 고용하고, 기존 정년 및 임금수준을 보장하며, 항만물류기업에 고용되지 않고 퇴직을 희망할 경우에는 생계안정을 위한 지원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러한 전반적인 개편방안은 근로조건 보장사항, 재정지원근거 등을 담은‘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을 근거로 추진된다.

◆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 현행 항만노무공급체제는 항만생성 초기부터 자생적으로 정착된 것으로 법률상 사용자가 없어서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개혁 추진이 불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다.

정부는 상요화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물류비 절감 및 국가 경쟁력 강화 등 그 효과가 국민경제 전반에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정지원을 통해서라도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상용화 과정에서 실업 등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고 항만근로자의 생계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국고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의 항만노무 개혁사례를 보더라도 항만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국가에서 필요한 재원의 50%이상을 부담했다.

국내에서도 항만분야는 아니지만, 석탄산업 합리화(1989)시 석탄산업 종사자에 대해 퇴직금과는 별도로 정부에서 근로자 대책비 형식으로 보상한 사례가 있다.

◆ 외국의 사례는 =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주요 선진국가들은 1980년대 말부터 항만노무 관련 개혁을 통해 상용화를 도입했다.

영국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1989년 ‘항만노무법(Dock Labour Act)'을 제정한 후, 항만노조 위주의 노무공급 체제를 폐지하고 상용화를 실시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1997년 항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항만노조의 노무공급 독점권을 전격적으로 폐지하고 민간 하역회사에 의한 상용화를 도입했다.

이 국가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로 특별법을 제정해 상용화를 추진했으며 개혁과정에서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상용화를 도입한 국가들은 물류비 절감 등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항만노무공급체제 개편을 실행한 선진국들은 항만생산성이 향상되고 물류비용이 절감되는 등 개편으로 인한 혜택을 향유하고 있다.

상용화 이후 영국 52%, 호주 50%, 뉴질랜드 33%의 인력절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항만시설 확충과 장비 현대화로 생산성이 증대되어 선박의 항내 체류시간이 최소 14%(대만)에서 최대 100%(호주)까지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 상용화에 따른 기대효과는 = 항운노조원은 일용직 근로자에서 항만물류기업의 정규직원이 되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게 되고, 그로인해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유급휴가 혜택 등 법적·사회적·경제적 지위가 향상된다.

항만물류기업에게는 인력관리 등 부두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확대되어 물류비가 절감되고, 장비현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항만생산성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우리항만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향상돼 외국선사의 신규유치는 물론 다국적 물류기업의 투자유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상용화 체제가 정착되면, 우선 항만하역에 투입되는 인력이 약 30~40%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항만물류기업은 물론 해운기업 및 화주의 물류비용 절감으로 연결된다.

부산·인천항의 경우 30%의 인력이 감소되면 연간 약 351억원의 물류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선박의 항만 내 체류시간을 크게 줄여 해운기업, 화주 등 항만이용자에게 큰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처럼 선박의 항내 체류시간이 약 14% 감소된다고 가정한다면 부산·인천항은 연간 약 271억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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