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프리터’, 취업 안 돼 울고, 고단해 또 울고
‘한국형 프리터’, 취업 안 돼 울고, 고단해 또 울고
  • 남창우
  • 승인 2006.12.0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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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청년실업률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가운데 취업적령기 아르바이트생 5명 중 3명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형 프리터’인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형 프리터 : 취업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하는 아르바이트族

※ 일본형 프리터 :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 자유롭게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하는 아르바이트族

대한민국 인사취업(HR)전문기업 인크루트(코스닥060300)(Incruit Corporation, www.incruit.com 대표 이광석)는 아르바이트 전문사이트 알바팅(www.albating.com)과 함께 취업적령기 아르바이트생 977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조사대상의 59.4%로 집계된 ‘한국형 프리터’의 대부분(82.1%)은 ‘울며 겨자먹기’ 로 시간제 또는 일당제 아르바이트로 고단한 생활을 하면서도 현재 정규 일자리를 찾아 구직활동을 하고 있었다.

반면 방향을 틀어 구직이 아닌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나머지 17.9%의 경우 ▶취업 아닌 다른 것(학업지속, 어학연수 등)을 준비 중(40.3%) ▶취업 안 돼, 구직을 포기(28.8%) ▶창업 준비 중(9.6%) 이라며 다른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형 프리터, 일 더해도 급여는 낮아

이들은 미취업의 고통뿐 아니라 ‘일본형 프리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조건도 감내하고 있었다. 둘 다 평균 1.3개의 아르바이트를 약 8.4개월 동안 해 왔으나, 한국형 프리터는 근무시간이 길고 쉬는 날도 적은데도, 월 보수는 낮았다.

일 근무시간은 한국형 프리터가 평균 8.2시간을 노동하는 것으로 집계돼 7.4시간의 일본형 프리터에 비해 10.8%가량 더 오래 일했다. 일주일 중 쉬는 날은 평균 1.8일로 2.2일인 일본형 프리터보다 18.2% 적었다.

반면 일본형 프리터는 월 평균 91만 3천원의 보수를 받아 79만 5천원에 불과한 한국형 프리터에 비해 14.8%나 높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한국형 프리터는 일본형 프리터에 비해 생활이 더 고단했다.

이것은 한국형 프리터가 소위 ‘맥잡(McJob)’과 같은 저임금 단순 노동을 주로 하는 반면, 일본형 프리터는 상대적으로 전문직종에서 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맥잡(McJob) : 영어권에서 임금이 낮고 전망도 없는 일자리를 가리켜 이르는 말. 맥도날드(McDonald) 직원들은 본사에서 만들어져 배달된 냉동식품을 기계에 넣기만 하는 등 단순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일을 한다는 데서 유래.

한국형 프리터, “한숨 밖에 안 나오네요”

한국형 프리터의 사연은 인크루트의 ‘왁자지껄’ 게시판에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한 인크루트 회원은 ‘한숨 밖에 안 나오네요’란 제목의 글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살고 있으며, 지금은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아르바이트 하고 있다”며 “너무 힘이 든다. 한숨밖에 안 나오는 이세상, 정말 살기 힘들 정도로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며 한국형 프리터의 아픈 속내를 드러냈다.

또 “정말 소원이 사람들 만날 때 그냥 이런저런 회사 다닌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만 하며 벌써 30세가 다 돼 가는데 너무 무섭다”란 한국형 프리터의 푸념에 한 회원은 댓글로 “나와 시간 낭비한 게 비슷하다. 아르바이트는 독”이란 글을 남겼다.

취업이 힘든 상황에서 당장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게 되고, 경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맥잡으로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경계하라는 뜻.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한국형 프리터는 구조적인 청년실업 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한창 일할 청년층이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은 사회문제가 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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