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미국 신통상정책의 배경과 전망'
삼성경제연구소 '미국 신통상정책의 배경과 전망'
  • 남창우
  • 승인 2007.06.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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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미국 신통상정책의 배경과 전망'

1. 신통상정책의 개요

의회와 행정부가 신통상정책에 합의

지난 5월 10일, 미 의회와 행정부는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에 대한 합의에 도달.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 대표 등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신통상정책 합의안을 발표. 신통상정책은 미국이 앞으로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반영되어야할 핵심요인으로 노동과 환경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 펠로시 의장은 미국 근로자와 환경을 희생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크나큰 전진(a giant step forward)”라고 언급. 부시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진행 중인 4건의 자유무역협정이 나갈 방향을 명확히 제공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ㆍ미국 제품의 판매 기회를 넓히는 것이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중요하며, 무역촉진권한(TPA)의 연장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ㆍ슈워브 대표는 “양당 합의에 의한 역사적 진전(a historic bipartisanbreakthrough)이라고 평가

신통상정책은 최초로 무역협정 상대국에게 노동ㆍ환경 등과 관련한 국제적 기준의 준수를 FTA 상대국에게 요구. 신통상정책 서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FTA의 협정문은 미국 무역정책을 근본적으로 선회시키는 이 정책에 따라 수정될 것”이라고 명시. 상원 재무위원장인 막스 보커스 의원(민주당)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ㆍ환경 기준을 강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 및 한국 등과의 FTA에 신통상정책을 반영할 것을 천명ㆍ합의문 제목은 “페루 및 파나마 FTA에 대한 변경(Peru and PanamaFTA Changes)"이지만 부속서한 및 주석에서 콜롬비아와 한국을 언급. 슈워브 대표도 성명에서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 및 한국과의 FTA 등 무역에 대한 양당 합의를 회복”하는 기회라고 발언.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측 협상대표는 신통상정책이 한미 FTA 합의문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밝힘

신통상정책의 주요 내용과 현황

신통상정책 합의문은 노동, 환경 등 7개 조항으로 구성. 기본노동기준, 환경과 지구온난화, 특허/지적재산권 및 의약에 대한 접근권, 정부조달, 항만안전, 투자, 근로자 지원과 교육 등 7개 조항으로 구성. 콜롬비아에 대한 부속서한과 한국에 대한 각주를 포함. 이 가운데 노동과 환경에 대한 조항이 핵심적 내용ㆍ2006년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아동노동, 고용차별, 환경문제 등에 대한 진전 없이는 어떤 FTA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표명. 펠로시 하원 의장은 신통상정책이 2006년 중간선거의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

노동과 환경 분야에서는 국제협약의 준수를 요구. 노동분야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5개 분야 핵심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미국은 일부 협약만 비준. 1998년 ILO의 근로자기본권선언에서 공식적으로 보편적인 중요성을 인정받은 5개 기준으로서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및 고용과 직업에 대한 차별 금지를 포함. 5개 노동기준에 해당하는 ILO의 주요 8개 협약 가운데 미국은 2개 협약만 비준한 반면,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는 8개 협약을 모두 비준한 상태. 다만, 미국은 협약의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

환경분야에서는 7개의 다자간 환경협약의 수용과 실행을 요구ㆍ7개 협약은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 협약 등을 포함

신통상정책은 노동과 환경 분야에도 일반분쟁절차를 적용할 것을 요구. 한미 FTA에서는 노동과 환경 분야에서의 의무불이행에 따른 피해 평가금액은 피제소국의 노동 및 환경 문제의 개선을 위해 사용하도록 규정. 하지만 신통상정책에서는 노동과 환경 문제도 다른 분야와 같은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도록 요구

2. 신통상정책 합의의 배경

통상정책에는 의회와 행정부의 견제와 협력이 작용

미 의회가 통상정책에 대한 최종 권한을 보유. 미 헌법은 의회에 관세를 포함한 세금의 부과 및 징수 권한과 함께 외국과의 통상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 한국은 외국과의 조약 체결. 비준권은 대통령이 보유하며, 국회는 통상조약 등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짐. 의회가 행정부에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 한 대통령은 외국과의 통상에 관한 새로운 법률을 제안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 헌법은 대통령에게 통상과 관련된 어떤 권한도 부여하지 않음. 대통령은 국제조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지만, 이는 의회의 조언과 동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므로 의회의 통상에 대한 규제 권한이 우선

일반적으로 미국의 대통령과 행정부는 통상정책에 대해 의회보다는 자유주의적인 입장. 대통령은 의회보다는 자유무역을 선호. 개별 의원들이 지역구의 이익에 민감한 반면 대통령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므로 개별 집단의 이익에 비교적 덜 영향을 받음. 의원들은 정당의 이익보다 지역구민의 이익을 더 중시하여 투표성향도당의 의견보다는 선거구민의 여론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경향. 정당과 의원은 비교적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음. 예외적으로 2002년 무역촉진권한에 대한 투표와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음

실제로는 의회가 통상문제에 대한 권한의 일부를 행정부에 위임- 교역의 범위가 확대되고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의회가 직접 통상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이에 따라 의회는 신속처리권한이나 무역촉진권한 등을 통해 통상정책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이에 대한 감시역할을 수행.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역촉진권한 등을 통해 협상권이나 규제권을 위임한 경우에는 통상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

1980년대 이후 노동과 환경 이슈가 의회에서 주요 통상이슈로 부각

1980년대까지 통상정책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협력체제 하에서 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전개. 양당 구도 하에서도 통상정책은 주요한 당파적 이슈가 아니었음ㆍ정계 및 재계의 지도계층에는 시장개방과 교역확대에 대한 합의가 존재. 1970년대 및 1980년대의 통상관련 입법은 주요 위원회 내부에서 양당 협력으로 추진되었으며, 양당의 온건파에 의해 법안이 통과.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이해집단이 제한적이었을 뿐 아니라, 이슈는 개방여부에만 국한. 주로 섬유, 신발, 철강 등 소수 산업이 보호무역을 주장ㆍ이들은 단순히 수입제한 또는 금지를 주장했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자’로 분류되어 당시의 자유주의적 분위기 하에서 수세적 입장에 처함

1980년대 이후 통상정책을 둘러싼 경제적ㆍ정치적 환경이 변화. 양당의 중도온건파가 약화되고 정치적 성향이 양극화되면서 통상정책 수립 과정에서 양당의 협력체제가 약화. 의회의 양극화가 일반 국민의 양극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선거구조정과 교통 발달에 따른 의원의 지역구 중시 경향 강화 등에 기인. 통상정책의 이슈도 개방 여부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을 반영. 민주당은 노동과 환경 등 사회적 이슈를 통상정책과 연계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이에 대해 보다 소극적인 입장. 미국 경제의 약화도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도 감소 요인으로 작용ㆍ1980년대의 심각한 경상수지 적자와 미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보호주의적 분위기가 강화

1980년대 이후 통상에 노동문제를 연계하기 시작. 1984년 일반특혜관세제도를 개편하여 소극적 제재를 개시ㆍ노동기준 준수를 미국이 부여하는 무역상 특혜나 지원정책 수혜자격의하나로 규정. 1988년 무역ㆍ경쟁력 관련 종합법에서는 적극적 제재로 전환ㆍ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준의 체계적 부정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지정하여 보복적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는 추가협상에서 노동과 환경 조항에 대한 부속협정에 합의. 부시 행정부에서 타결된 NAFTA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은 환경, 노동기준 및 수입급증 위협에 대한 대응 등이 부적합하다고 주장. 이에 대한 추가협상을 전제로 NAFTA를 승인했으며, 추가협상은 협정문본문에는 반영하지 않고 부속협정 형태로 합의

미국 국민은 대부분 자유무역을 찬성하면서도 노동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 대부분의 미국 국민은 국제무역에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무역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 자유무역이 고용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대한 보완을 전제로 자유무역을 지지. 무역협정에 노동 및 환경기준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3. 전망과 시사점

신통상정책 합의로 무역촉진권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증가

신속처리권한 또는 무역촉진권한은 1970년대 이후 연장과 부활을 반복. 지금과 같은 형태의 무역촉진권한은 1974년 통상법에 따라 발효된 이후20여 년간 유지되다가 우루과이라운드를 마지막으로 1994년 소멸. 노동 및 환경 문제의 통상 연계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 및 양당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신속처리권한 연장에 실패. 2002년 무역법에 의해 부여된 현재의 무역촉진권한의 핵심 내용은 과거신속처리권한과 동일. 의회는 대통령이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수정 없이 可否만을 결정

무역촉진권한의 부활이 가능했던 것은 무역조정지원(TAA24))의 확대를 통해 국내 노동환경 악화 가능성에 대한 대응방안이 제시되었기 때문. 부시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 부활 노력은 민주당의 반발로 지연. 민주당은 무역촉진권한에 의해 노동과 환경 문제가 악화될 것을 우려. 일부 공화당 의원도 무역구제조치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여 반대. 절충을 거쳐 무역조정지원을 보완한 상ㆍ하원 협의회 합의안에 의해2002년 무역법이 통과되어 무역촉진권한이 부활. 2002년 TAA는 과거보다 내용 및 범위가 크게 확대. 무역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거나 전직중인 노동자, 2차적 실업에 직면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건강보험료의 65%를 면제ㆍ실업보험의 지급기한 제한을 철폐하고, 50세 이상의 경우에는 2년 동안1만 달러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함. 새로운 신속처리권한을 이용해 부시 행정부는 여러 건의 FTA를 체결. 싱가포르(2004), 칠레(2004), 호주(2004), 모로코(2004), 바레인(2005),DR-CAFTA(2005), 오만(2006) 등과의 FTA가 발효ㆍ페루, 파나마, 콜롬비아, 한국과의 FTA 협상도 타결.

신통상정책 합의로 무역촉진권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증가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상존. 양당의 지도부와 정부가 중요한 통상관련 의제인 노동과 환경 문제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함으로써 무역촉진권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증가

부시 행정부도 통상의제에 노동과 환경 이슈 포함을 꺼려 왔으나, 무역촉진권한 연장을 위해 민주당에게 양보.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신통상정책 합의에 대한 반발기류가 존재. 지난 해 중간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의원 등 최근 무역협정이 미국 내의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의원이 증가. 노동조합 및 환경운동가들도 신통상정책의 내용이 미흡하다고 비판. 해외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도 상대국의 노동 및 환경 기준 강화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제조업과는 달리 생산기반을 해외로 이전한 기업은 진출국의 노동 및 환경 기준 강화로 비용이 증가. 마이크로소프트, GE, 미 상공회의소 등은 최근 근로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중국의 노동법안28)에 반대입장을 표명

한미 FTA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

신통상정책은 미국의 통상정책이 국내의 노동 및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을 교역 상대국에 전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 신통상정책은 노동 및 환경기준이 낮은 국가에 대해 국제적 기준 준수를 요구함으로써 교역이 국내 노동과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려는 의도. 무역조정지원은 이와는 달리 자유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국 내 피해를 미국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 따라서 협상 상대국의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높음. 개발도상국들이 높은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준수하려면 생산비 상승이 불가피하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저하

노동과 환경 문제가 한미 FTA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음. 한미 FTA 협정문의 노동 장은 1998년 ILO의 근로자기본권선언의 원칙과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의 보호 및 보장을 위한 노력의무를 명시. 협정문에서의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은 미국의 신통상정책에서 제시한 핵심 노동기준과 일치. 특히 ILO의 핵심협약 가운데 양국이 모두 가입한 아동노동금지협약은‘노동협력’ 절에서 별도로 언급. 환경 분야에서는 다자간환경협정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문구를 포함. 한국은 이번에 미국이 신통상정책에서 제시한 7개 다자간환경협정은 모두 가입한 상태- 그 밖에 지적재산권 등에 대해서는 한미 FTA 협정문의 내용은 미국의신통상정책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

한국은 신통상정책과 관련된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 신통상정책과 관련한 미국측의 요구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 5월 29일부터 6월 6일까지 미국에서 열린 한·미 FTA 협정문 법률 검토 회의에서도 추가협의에 대한 논의는 없었음. 미국은 신통상정책을 적용할 국가들에 대해 국가별로 어떤 요구를 할지를 아직 검토 중인 단계. 미국의 추가협상 제의가 있을 경우 협상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면 비준에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 한미 FTA 협상의 실질직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 한미 FTA 협상에서 다소 미진했던 분야에 대해 미국의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로 활용. 호주, 싱가포르 등에 허용된 전문직 비자쿼터 할당이나 의약품에 대한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분야에서 추가적인 협상이 가능할 전망...박현수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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