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은 파견법 적용 안돼”
“불법파견은 파견법 적용 안돼”
  • 강석균
  • 승인 2007.08.09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파견 판결 2제]


1. 현대차 협력업체 근로자들 복직소송 패소 = “불법파견은 파견법 적용 안돼”

서울행정법원

불법 파견 근로자의 경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적용이 안되며, 따라서 2년 이상 근무했다 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지 않는다는 행정소송 판결이 나왔다.

민사 소송에서는 동일한 사안에서 “불법 파견 근로자로 근무해 왔다 하더라도 합법적인 파견근로자와 마찬가지로 2년이 지나면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엇갈린 판결을 내놓은 바 있어 항소할 경우 고등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지난 15일, 안모씨 등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속으로 현대차 정규 직원들과 동일한 작업장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노조원 15명이 “실질적인 사용자인 현대차가 하청업체로 하여금 우리를 해고하게 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현대차가 안씨 등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본 중노위 판단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들이 독립적인 사업주체로 활동하면서 법인세 등을 납부하고, 별도의 취업규칙으로 근로자들을 채용하는 한편 인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덧붙여 작업장에는 반드시 사내 협력업체 대표 또는 현장관리인들이 상주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대차와 원고들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협력업체들이 원고들을 고용한 뒤 현대차의 지휘 및 명령을 받아 현대차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설사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종사한 자동차 조립 등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법령에서 근로자 파견사업이 허용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파견법의 모든 규정들은 적법한 근로자 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위법한 근로자 파견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원고들이 2년 이상 근무를 해서 현대차의 근로자가 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씨 등은 지난 2005년 2월 장기간 무단결근과 작업장소 무단 이탈 등이 사유로 해고됐으며, 이에 노동위에 “현대차가 노조활동을 혐오해 원고들을 해고하게 했다"며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했지만 “현대차는 안씨 등의 사용자가 아니다"는 이유




로 각하되자 소송을 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박기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현대차 협력업체에 입사한 뒤 현대차에서 일해 온 김모씨 등 4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불법 파견의 경우도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적용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2. 르네상스호텔 룸메이드 불법파견 인정 = 호텔에 ‘해고자 복직시까지 임금지급' 명령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법이 르네상스호텔의 룸메이드 업무 외주화 사례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르네상스서울호텔 룸메이드 해고자 11명이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지난 19일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2001년 호텔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뒤, RST(르네상스서비스팀)이라는 회사로 이적됐다가 지난 2005년 계약해지된 원고들에 대해 “RST가 르네상스호텔로부터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왔음이 인정된다"며 “이 경우는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 사례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불법파견의 경우도 근로자파견법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고용 후 2년이 경과했으므로 직접고용 의제가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원고들에게 르네상스호텔의 종업원 지위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르네상스호텔측에 원고들이 복직될 때까지 매월 130여만원의 금품을 지급할 것 △소송비용의 4/5를 피고(호텔)가 부담할 것을 명령했다. 불법파견을 인정해 해당 근로자들의 지위를 확인한 판례는 종종 있어왔으나, 복직 시까지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측 대리인인 이치선 변호사(법무법인 해우)는 “불법파견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원청이 진짜 도급은 준건지, 도급을 위장한 파견인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서울중앙지법이 유사 사건에 좋은 결과를 미칠 수 있는 좋은 판결을 내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해온 룸메이드노동자들은 지난 2001년 12월 31일부로 RST 소속으로 전환됐으며, 2002년 르네상스노조(위원장 이옥순)를 결성해 2004년 5월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냈다. 그러자 RST는 지난 2005년 12월31일부로 룸메이드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했고, 해고자들은 2년 가까이 호텔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