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6개월 결산
비정규직법 시행 6개월 결산
  • 나원재
  • 승인 2007.12.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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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문제 장기화될 조짐
지난 7월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후 6개월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법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간의 입장 차이가 지속되고 있어 비정규직법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또한 내년 7월 이후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받게 돼 올해 300인 이상 기업의 법 적용으로 나타난 문제점이 중소기업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돼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비정규직법 대응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00인 이상 기업의 비정규직법 적용으로 기업이 가장 크게 우려한 부분은 바로 ‘차별시정’이다.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의 차별 문제를 놓고 정규직 근로자와의 차별의 간격을 얼마만큼 좁혀나갈 것인지가 관건인데 이에 대해 기업은 파견 근로자의 기간제 근로자 전환 및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그리고 이에 대한 무기계약직과 직군 분리가 주요한 대응 방안으로 대두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파견의 도급 전환도 점차 기업의 입장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업의 비정규직법 대응을 놓고 KTX와 이랜드, 코스콤 사태는 노동계와 정부간의 치열한 신경전으로 일파만파 커지는 계기가 됐으며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주요 사례가 됨으로서 법의 향후 행보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이어져온 KTX 여승무원 사태의 경우,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3자 공익협의체 구성’도 물 건너갈 상황이다. 당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엄길용 전 철도노조 위원장, 이철 철도공사 사장, 이상수 노동부장관 등은 노·사·정이 2명씩 추천한 6명의 공익위원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KTX 여승무원 사태의 해법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협의체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철도공사 측은 “KTX 여승무원들이 협의체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측은 “사측에서 공익위원 선임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응을 하고 있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유통 매장인 홈에버와 뉴코아 등의 계산원 업무를 외주화 하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며 계열사인 홈에버 3천5백여 명, 뉴코아 4백70여 명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용역계약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충돌이 빚어졌고 결국 이랜드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 1천여 명을 집단 해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랜드 그룹의 노조는 “사측이 비정규직법에 명시되어 있는 2년 초과 사용 시 무기 계약한다는 조항과 정규직·비정규직 혼재 업무의 차별 시정 조항을 회피하고자 한 것” 반발하며 지난 6월 말 파업과 함께 매장 점거 투쟁에 들어갔다. 이랜드 파업 사태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현재 이랜드 그룹은 노사간의 대화로 어느 정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법 시행과 관련해 기업의




의 인건비 등 운영비의 부담과 근로자의 일자리 보장이라는 노사간의 이견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한편, 코스콤 사태는 비정규직법 시행과 관련 가장 최근의 사례로서 불법파견을 담고 있다.

즉, 코스콤 측이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불법 파견 시비를 없애기 위해 50여 개 파견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지난 5월 대신정보기술 등 5개 도급 업체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민법상 도급으로 위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있다. 코스콤 노조 측은 “파견 노동자일 경우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한 계약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코스콤 사측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새로운 도급 업체와 계약했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의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모두 불법 파견과 위장 도급을 신속하게 해결할 것을 사측에 통보했다. 노동부도 지난 10월 사측을 불법 파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사측에 노사분규 해결 권고 공문도 보냈다. 증권산업노조도 10월 말 서울 남부지검에 이종규 코스콤 사장 등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이다.

92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가입한 코스콤 비정규지부 황영수 지부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사측에 계속해서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스콤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처럼 비정규직 문제가 도처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노동계는 하루빨리 비정규직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법의 시행 6개월 후 재개정이 된다면 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현재의 상황은 일시적인 혼란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정규직법 시행 6개월은 정부와 근로자 및 기업 간의 입장 차이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법으로 제한받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나름대로 법에 맞는 경영으로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사례가 앞으로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오는 2008년 7월부터 경영상의 이유로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곳이 늘어나겠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중소기업은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11월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861만명(54.2%)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김유선 소장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기간제 보호법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이 기간제근로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거나, 기간제 계약을 해지하고 필요한 인력을 단기근로로 활용하고 있는 등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으로 대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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