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정규직화 판결, 기업 인력활용 위축
잇단 정규직화 판결, 기업 인력활용 위축
  • 곽승현
  • 승인 2008.08.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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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미포조선 법원 ‘정규직’ 판결 파장
'최근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근로자간 ‘근로자 지휘확인 소송'에서 하청업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고 불법파견 및 위장도급을 견제하는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정규직 전환과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장기 파업을 벌여 온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이 코스콤과, 현대미포조선 직접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현대미포조선과 직접고용 관계에 있다고 판결한 것이 그것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최승욱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코스콤 협력업체인 증전엔지니어링과 에프디엘정보통신 근로자 66명이 코스콤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직접고용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증전엔지니어링과 에프디엘정보통신은 코스콤 사우회가 출자해서 만든 용역하청 중개업체로, 코스콤은 지난해 4월 증전엔지니어링 등 15개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뒤, 대신정보기술 등 새 도급업체 5곳과 계약을 맺었다. 이에 고용 승계된 305명 가운데 90여명은 “도급업체 교체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며 노조를 결성하고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두 회사에서 용역을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견근로자인지 도급근로자인지였다. 코스콤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도급근로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비정규직원들은 자신들이 코스콤의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위장도급이고 불법파견이라는 주장했다. 더불어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이 모두 코스콤의 직원들이고 급여와 4대 보험 역시 코스콤에서 지급했다는 점으로 파견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만든 위장 도급회사라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코스콤 채용ㆍ인사평정ㆍ급여 결정에 대한 관여나 업무 지시, 근태관리, 교육시행 등을 고려할 때 이들 근로조건 전반을 지휘ㆍ감독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이 도급계약은 위장도급에 해당한다"고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달 11일, 현대미포조선이 직접 사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 노동자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




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직접고용으로 판단한 것으로 대법원 판결 취지를 이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김은하 교선실장은 “오늘 판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스콤의 노동자인 것이 다시 확인됐다”며 코스콤에 “이제 전원 정규직 직접고용을 위한 투쟁을 할 것이지만 가능한한 대화로 풀어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임을 표명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후임 선출을 지연하면서 연임을 염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연태 사장에 대해도 개인파산문제가 해결되고 노사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만 가지고 있다면 연임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코스콤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1차 판결이란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코스콤은 이들 노동자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하고, 비정규직 차별 책임 등도 안게 된다. 노동자들이 낸 체불임금 지급 청구소송, 회사 쪽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현대미포조선 노동조합과 현대미포조선 측은 모두 임단협 문제로 이번 판결에 대한 대책수립을 보류한 상황이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현재 조합은 임단협에 전력을 기울인 다음, 이번 판결에 대한 내부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 노사인력팀 김기태 팀장은 “이번 판결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두 회사의 위장도급에 대한 옳은 판결”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노동계가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모든 도급이 마치 위장도급인 것처럼 확대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경총 법제팀 김영완 팀장은 기업들의 인력 활용에 대한 압박이 가중됐음을 강조하고,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관련 법안을 재확인하고 인력조직을 재검토하는 등의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재계에게서 인력활용에 대한 위축으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인력활용에 대한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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