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처리 무산 따른 기업 대응방안은?
비정규직법 처리 무산 따른 기업 대응방안은?
  • 곽승현
  • 승인 2009.05.25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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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해고 증가…아웃소싱 전환 사례도


-사용사, 비정규직법 6월 국회 통과 ‘글쎄’



비정규직법 개정안 통과가 6월 국회에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비정규직 대책을 위한 야5당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각 당의 대표 의원들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는 정부 주장에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의 대표 위원들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사용사유를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부는 대량 해고를 우려해 현행 2년인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2007년 7월 노ㆍ사ㆍ정 합의로 만들어진 비정규직보호법은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용 만료 시점인 올 7월,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노동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각 계의 반대여론에 부딪치고 있다.

이와 같이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 특히 기간제 근로자 운영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기업들은 매년초 인사운영에 대한 방향을 수립하지만 올해의 경우 비정규직법 개정안 진행 추이를 지켜본 후 이에 맞는 비정규직 운영 계획을 재수립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4월 국회 이후 비정규직법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를 가정하에 기간제 근로자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그 동안 비정규직법 처리 여부를 지켜봤지만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유예 기간 두는 안이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사용기간 만료일이 다가오기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 처리에 대한 계획 수립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당수 대기업이 근무한지 2년이 된 비정규직을 내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912명을 비정규직으로 두고 있는 KT는 이미 상반기에 계약 만료된 226명과 재계약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대로 바로 계약 해지에 나설 예정이다.

SK그룹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2000여명과 1650여명의 비정규직 고용하고 있지만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

삼성, LG그룹 등도 특수한 사례가 아니면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분위기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성차 업계의 경우는 비정규직 해고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GM대우는 무급휴직 중이던 비정규직 근로자 900명에 대해 14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으며, 쌍용차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해 2400여 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기업들도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보다 재계약하지 않는 경우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운영 방침이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가닥 잡은 기업들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비정규직 담당하던 업무에 대한 대체인력 운영방안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의 아웃소싱 활용은 확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미 상당수 대기업은 비정규직이 수행하던 업무를 아예 도급 형태로 돌린 상태이기도 하다.

한 예로 기존에 콜센터를 파견으로 운영하던 L사는 올해 초 콜센터를 도급으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콜센터의 규모가 커지면서 도급 운영이 효율적이라는 내부 의견이 많았고 비정규직 문제에 사전에 대처키 위해 콜센터 도급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생산ㆍ제조분야에도 기존에 계약직 근로자로 운영하던 생산파트를 도급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B사는 계약직 인력으로 구성된 지방공장의 포장분야를 도급으로 전환, 전반적인 업계 경기 침체에 따른 비용절감과 더불어 비정규직 사용기간 만료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단체급식업계도 유사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아웃소싱을 활용하지 않는 O사의 경우 매년 증가하는 조리원들로 인해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 동안 계약직 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비정규직 사용기간에 대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인력에 대한 도급전환을 심도 있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L그룹 계열사는 기존에 사무보조 인력의 근무기간이 2년에 도래하자 공급받던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고 새로운 업체와 계약했다.

관계자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사용기간 연장이 올해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회사 사정상 이들을 직접 채용할 수 없는 만큼 현 거래업체와 계약 만료 시점에서 업체를 새롭게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직을 파견직으로 대처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본지가 작년 사무보조나 비서를 계약직으로 운영하던 사용사들을 대상으로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기존 계약직으로 운영하던 사무보조, 비서 등을 파견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근로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으로 기업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파견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운 업체와 거래하거나 현 거래업체로부터 새로운 파견인력을 공급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 수천 명을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아직 대량 해고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비정규직 이슈에 다소 둔감한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을 상당 부분 정리했고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당장 비정규직을 줄이는 작업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만큼 법 통과 여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해 6월 국회 비정규직법 통과 여부를 더 지켜본 후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8일 비정규직법 개정을 놓고 야당과 노동계가 법적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 “지킬 수 있는 법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8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동계에서는) 지킬 수 없는 법을 놓고 안정성에서 문제가 있는지 보자고 한다”며 “7월 이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월 이후부터 100만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면 해고된다는 점에서 고용 대란"이라며 “비정규직법은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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