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판매사원 도급 사용사 공략해야
할인점 판매사원 도급 사용사 공략해야
  • 김상준
  • 승인 2009.08.07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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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할인점이 납품업자에게 판촉활동을 위한 협력사원을 파견하도록 한 것이 불법이어서 인건비 등을 모두 물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앞으로는 납품업자들이 대형할인점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오던 판매사원의 파견을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이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행위를 하였을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아웃소싱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납품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인력을 공급했던 기업들의 경우 이와 유사한 소송이 확대되면 앞으로는 대형 할인점과 판촉사원 계약을 맺어야 하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은 대형할인점 A사에 황태포를 납품하면서 협력사원을 파견해온 오모 씨가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A사가 오씨에게 협력사원의 인건비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할인점에 대한 납품업자의 거래의존도가 높고 오 씨가 협력사원을 파견하는 형식이었지만 A사가 직접 면접을 보고 채용하고 근무시간과 급여 등을 결정한 사실, 오 씨가 협력사원에 대해 고용주로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 사실, 협력사원이 황태포 판매 이외의 업무도 담당한 사실 등을 보면 A사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오 씨에게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의 남용 행위로서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불공정 거래행위가 없었으면 오 씨가 지출하지 않았을 인건비 등의 비용이 오 씨의 손해"라며 "오 씨가 협력사원을 파견해 제품 매출을 확대하는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A사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오 씨는 1997년부터 A사와 납품계약을 맺고 황태포 등을 납품하면서 A사의 8~9개 영업점에 협력사원을 파견했고 채용 과정은 사실상 A사가 주도했지만, 인건비 등은 오 씨가 부담했다.

협력사원들은 A사 영업점에서 황태포를 판매하거나 시식용으로 제공하는 일을 주로 했지만 생선코너에서 근무하는 등 황태포 거래와 무관한 업무를 하자 오 씨는 A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이득을 얻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사가 파견사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채용과정에 깊이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오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항소심은 협력사원 1명이 황태포 판매와 무관한 일을 한 것만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의 일부만 인정했다.

또한 이번결과에 대해 백화점 입점업체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판매사원 수나 인테리어비, 조명비 등 백화점들이 관행적으로 입점업체에 요구했던 부분이 이 기회에 같이 바로잡아져야 한다는 이유다.

시중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A브랜드의 경우 4.5평 정도의 작은 매장이지만 판매사원은 모두 3명에 달한다. 백화점 측이 대 고객서비스 수준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입점 당시 계약서에 명시할 것을 요구한 결과다. 점심 식사 시간에도 접객 인원이 비면 안 된다는 측면은 이해하지만 매장 평수에 비해서는 과도한 인건비 지출이 불가피하다.

B브랜드도 7평 짜리 매장에 3명의 판매사원을 고용하고 있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백화점 쪽이 요구하는 매대 할인행사를 위해서도 2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며 인건비는 전액 브랜드가 부담한다. 월 매출 2,000만원대로 인건비와 백화점에 내는 30% 중반대의 매출수수료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입점업체들은 매장 크기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시중 유명 백화점들에게 판매사원 3명 이상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 고객서비스를 높여 판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지만 정작 인건비는 모두 입점업체들 부담이다.

A브랜드 임원은 "우리 상품 파는 사람이니 우리가 인건비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백화점의 주장이지만 판매가의 30%이상을 백화점에서 수수료로 떼어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건비도 적당한 수준에서 나눠지거나 판매인원 수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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