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
  • 이효상
  • 승인 2010.04.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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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특별히 비정규직근로자가 많은 것일까? 비정규직은 모두 차별 받고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격차는 모두 차별인가? 비정규직근로자는 존재가치가 없는 근로형태인가? 따라서 비정규직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일까? 비정규직근로 형태는 나쁜 것인가? 일본의 후생노동성 노동국 노동력조사(2009년 7월~9월)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405,050엔이며 파견근로자의 평균임금은 225,080엔으로 정규직 근로자 대비 55.57%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정규직 대비 파견근로자의 임금 비율 63%로 보다 낮은 수준이다.

2007년 7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노동위원회법’의 개정 법률이 시행 된지 2년이 지나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노동계 측은 개정 법률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이라고 하고, 사용자측은 비정규직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피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나타난 변화를 보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피해법이라는 평가가 더 많은 것 같다. 유럽의 임시직(Temporary worker), 미국의 한시적 근로자(Contingent worker) 그리고 우리나라의 비정규직근로자, 상용직, 임시직, 일용직 등 분류기준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 50%이상인데 다른 나라는 20%, 30% 수준이라는 식의 규모에 대한 오해는 없어져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처우 격차는 100대 63이지만 학력, 근속기간, 사업체규모, 직종 등 인적자본의 속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격차는 2.6% ~8.4% 수준이라든가(한국노동연구원), 생산성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 임금격차는 2.6~ 6.4%(노동부-사업체근로실태조사)라는 연구결과를 보면 처우 격차에 대한 인식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

격차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만족도나 자부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보다 실체가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가 비자발적인 동기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자발적 사유가 52.9%이고, 비자발적 사유가 47.1%이다. (통계청-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근로형태별) 결과)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근로자는 만족하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양극화로 부각시키기 보다는 다양화로 수용하면서, 대신 차별을 해소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정규직이 열등한 노동 계층이라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이 필요한 계층의 근로의욕을 꺾는 일은 없는지 살필 때다. ‘비정규직’이라는 호칭은 이미 정치사회적 편견이 가득한 용어가 된 것 같다. 전문계약직, 기간직, 캐스트, 스텝, 신 직무, 직무사원제 등 다양한 호칭으로 변경해 차별인식에서 벗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보화, 지식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직무가치가 급변하고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증가하고, 직무가치가 고정적이거나 떨어지는 업무 조차 증가하고 있다. 유기계약자, 단시간근로자, 간접고용자, 사업자성 근로자가 증가하는 추세는 이와 같은 직무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불가피한 부산물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존재해서는 안 될 고용형태인 것처럼 몰고 가면서 틀린 고용형태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경제논리나 흐름에 부합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다른 근로형태이지 틀린 근로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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