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와 비정규 노동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와 비정규 노동
  • 부종일
  • 승인 2010.08.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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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대법원에서는 불법파견에 대해 중요한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은 2000년 이후 사내하도급의 불법파견논쟁의 중심에 있던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노조의 지리한 싸움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현대자동차 뿐만 아니라, 유사한 형태의 사내하청을 이용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들도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판결 직후 불법파견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파견과 도급과의 구분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불법파견의 논쟁’은 현실을 설명하는 형식적인 측면일 뿐이다.

‘불법과 합법의 구분 기준’에 관한 지난 10년간의 논쟁에서 보듯이, ‘기준’은 대단히 상대적인 것으로, 국가가 ‘개별기업’에게 허용하는 ‘불법의 정도’ 일 것이다. 혹은 공동체가 감수할 수 있을 ‘부당함’의 정도일 수도 있겠다. 현실적인 타협이기 때문이다.

같은 사업장 내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노동을 함에도 이러 저러한 이유로 차별적 임금과 처우를 받는 것을 합법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은, 상대적인 ‘기준’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떤 기준이 합의된다 해도 배제되는 편에서 나오는 불만은 정당하다.

사내하도급 문제가 불법파견에 대한 기업내부의 현상이라면, 고용서비스는 기업외부에서 어떤 과정으로 통해서 이러한 고용이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해주는 현상이다.

지난 7월 14일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고용서비스선진화방안은 우리나라의 공공고용서비스의 수준이 일천하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시키 위해 민간고용서비스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공공고용서비스의 민간위탁확대와 단가 현실화, 업체설립규제 완화와 대형화, 교육훈련·모집·소개·파견 등을 고용서비스의 일련의 과정으로 통합하려는 것이다.

이 구상의 현실성에 대한 쟁점은 논의로 하더라도, 여기에는 고용서비스를 수용하는 주체인 노동자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앞서 사내하도급-불법파견의 개별 사업장내의 현상이라면, 노동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하청노동자가, 파견노동자가 되는가에 대한 고찰은 바로 고용서비스라는 과정을 통해서이다.

민간직업소개소를 소개하는 노동자의 90%이상이 일용직이다. 합법적으로 2년을 고용할 수 있는 파견노동자의 60%가 6개월미만으로 고용된다.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수준으로 결정되며, 4대보험이나 퇴직금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직업소개와 파견을 현실에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생산량에 따른 고용의 탄력성의 정도에서 고용서비스산업의 전망이 있다.

사용업체 입장에서 고용의 외부화는 여러 가지 잇점이 있는 참기 어려운 유혹이며, 고용서비스업체는 이윤창출의 기회이다. 반면 노동자는 직접적인 이윤창출의 대상으로, 매매되는 상품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고용서비스업체의 이윤은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중간착취의 정도와 비례한다. 사용업체가 얻은 이윤은 차별적 처우와 고용의 탄력성에서 비롯되는 인건비절감에서 비롯된다. 노동자는 차별적 임금과 고용불안을 감내해야 한다.

고용서비스 선진화는 필요하다. 교육에서 취업까지의 일련의 고용서비스는 모든 국민에게 차별없이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고용서비스 선진화는 국가의 공적인 역할을 더욱 축소하고 민간업체에는 이윤의 기회를 확대하고,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더욱 확대·심화시키고, 사용업체의 사용자책임은 점점 축소시킨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고용서비스선진화방안은 우려스럽다. 노동력을 상품으로만 취급하여, 시장에 내맡기는 것은 필연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며, 노동시장의 역기능-시장실패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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