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년 미만 근무자,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격 없애나?
영국, 2년 미만 근무자,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격 없애나?
  • 김연균
  • 승인 2011.05.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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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최소 근무기간(qualifying period)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에드워드 데이비 고용관계부 장관은 4월 4일자 퍼스널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격요건을 좀더 엄격하게 조정하는 한편 노사분쟁 조정을 요청할 경우 일정한 비용부담을 강제하는 방안을 놓고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사업장 단위 분쟁조정 시스템 개편방안과 관련, 영국노총(TUC)은 4월 19일 성명을 내고 최소 근무기간 연장은 차별 관련 소송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TUC는 최소 근무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 근로자들에게 부당해고에 관한 권리를 박탈하는 정부 계획안에 의해 청년층, 소수 민족, 여성, 파트타임 근로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TUC에 따르면, 24세 미만 청년층 5명 중 3명(59.2%), 파트타임 근로자의 3명 중 1명(32.5%), 그리고 소수 민족 근로자들 10명 중 3명(30%)이 한 직장에서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50만 명에 이르는 여성 파트타임 근로자들 역시 부당함을 호소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TUC는 주장했다.

TUC는 또한 “정부는 너무 많은 사건이 접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용심판소에 개별 노사분쟁 조정을 신청할 경우 일정한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이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비용부담 때문에 자신의 정당한 권리구제의 기회마저 빼앗기게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브랜든 바버 TUC 위원장은 “누구나 더 빠르고 효율적인 분쟁조정 시스템을 원하고 있는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근로자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취약 근로자들이 비용부담으로 인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은 분쟁조정제도 개선을 위한 최악의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TUC는 제도 개선의 핵심은 부당해고 등 개별 노사분쟁 사건이 곧바로 법원에 가기 전에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산업연맹(CBI) 역시 지난 주에 같은 내용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CBI 는 또한 고용심판소의 일람표(league tables)를 도입해 개별 심판관들에게 최상의 모범을 따르게 하고 좀 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드워드 데이비 고용관계부 장관은 “연간 제기되는 고용심판소 사건이 너무 많아 기업들이 새로 고용할 수 있는 여지를 가로막고 있다”며 “우리는 이 제도를 단순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핵심 방안이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비용을 부과해 너무 많은 사건이 제기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부당한 해고로 인정된 경우, 원직복직, 재고용, 금전보상 등 다양한 구제방법이 있으나, 사용자가 원직복귀나 재고용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이행강제수단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부당한 해고로 판단된 경우에도 복직이나 재고용되는 비율은 5% 미만에 머물고 있고, 2차적 구제로 금전보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 고용심판소(Employment Tribunals)
고용심판소는 우리나라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심판 기능과 유사하게 심판기능을 수행하되 부당해고를 포함한 70여개의 다른 유형의 개별 고용노동권과 관련된 노사분쟁 사항에 대해 심판하는 기구이다. 고용심판소에 신청된 모든 사건은 일단 조정중재기구(ACAS)로 보내져서 조정을 통해 노사간 자율합의를 시도한 뒤 실패한 사건만을 고용심판소가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여기에서 기각된 사건들은 고용항소심판소(Employment Appeal Tribunal)에 항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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