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실효성 논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실효성 논란
  • 김연균
  • 승인 2011.08.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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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의무”, “원사업주 부담”…법적 구속력 없어
정부가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원ㆍ수급 사업주가 조치해야 할 내용을 담은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내용도 법에서 보장하는 근로자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제시한 것이어서 당사자인 노동계와 재계 모두가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급 사업주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해고할 때도 해고 사유와 시기를 사전에 서면으로 통지토록 했다.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추구한다는 차원이다.

또 수급 사업주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근로자의 임금은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토록 규정했다. 원사업주 측 책임으로 하도급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할 경우엔 수급 사업주와 연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정도 들어갔다.

도급대금을 결정할 때는 부당하게 단가를 깎지 않도록 하고, 도급대금에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 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도록 하는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조건도 명시했다.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이미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장사항’일 뿐이라는 데 있다.

고용부의 복안은 전문가 20∼30명으로 구성된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개선 서포터스’를 통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지도한다는 게 전부다.

지방 고용노동관서에 ‘불법 사내 하도급 신고센터’를 설치해 가이드라인 중 사회보험 가입이나 최저임금 지급 등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신고를 받아 처벌한다고 하지만, 이들 사안은 이미 현행법상으로도 처벌 대상인 것들이다.

오히려 사내 하도급 근로 행태를 정당화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고용부의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있으나마나한 법, 지키지 않았던 법을 반복한 무성의한 내용”이라면서 “오히려 사내 하도급 문제를 노사문제가 아닌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계약관계로 전제해줌으로써 원청업체에 면죄부만 준 ‘사용자 안내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고용문제 등에서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원 사업주의 책임이 담겨야 하는데 기존 노동법에 대한 당연한 의무만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도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원 사업주가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사용자인 수급업체처럼 임금보장부터 고용안정까지 일정 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사내 하도급 가이드라인 문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의제별 위원회인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가 지난 1월부터 총 14차례의 회의를 거쳐 노사의 의견을 청취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노사 의견을 첨부해 고용부에 이송, 고용부는 공익위원 안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 “사내하도급은 민사상 계약이기 때문에 노동관계 법률로 규율하는 것에는 논란이 있어 가이드라인 형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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