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종합대책’ 최종 협상 난항
‘비정규직 종합대책’ 최종 협상 난항
  • 김연균
  • 승인 2011.09.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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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원마련 부담…기업 강제 현실성 없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 종합대책’이 윤곽을 드러내며 9월 초 발표될 전망이지만 여당의 밑그림과 이견이 큰 것으로 나타나 향후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재계와 학계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종합대책에는 작업복ㆍ명절선물ㆍ식당ㆍ샤워장ㆍ통근버스 이용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없애고, 건강보험ㆍ국민연금ㆍ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근로자 부담금 중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재원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부와 달리 여당의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대책은 ▲종전까지 정규직만 받던 경영성과급과 명절 떡값을 비정규직에도 지급하도록 하고 ▲정규직의 50% 정도인 비정규직 임금을 80% 수준으로 올리고 ▲저소득 영세사업장 근로자에 대해 건강보험ㆍ국민연금ㆍ고용보험료의 근로자 부담분 절반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다. 사회보험료만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업에 부담시키는 방안이다.

또 ▲작업복ㆍ명절선물ㆍ식당ㆍ샤워장ㆍ주차장·통근버스 이용시 차별을 없애고 ▲이를 어긴 사용자는 처벌하며 ▲휴가도 정규직과 똑같은 일수(日數)를 주고 ▲기업 내 비정규직 차별 여부를 상시 감독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여기에 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체의 비정규직 채용 남발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은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고용형태 공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김성태 한나라당 비정규직 특위위원장은 “정부ㆍ여당의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의 고용 유연성(해고)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당 안에 대해 정부는 큰 틀에는 동의하면서도 돈이 많이 드는 방안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현재보다 30% 이상 올리도록 하는 것은 기업 부담이 너무 크고, 기업에 강제할 수도 없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577만명)의 월평균 임금은 135만6000원이므로 이를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236만8000원)의 80%(189만원)까지 끌어올리려면 기업들이 연간 37조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경영성과급과 명절 떡값을 비정규직에 주도록 의무화하고, 기업의 고용 형태를 공지하도록 하는 ‘고용형태 공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기업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일정액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 사업장 비정규직의 건강보험ㆍ국민연금ㆍ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근로자 부담금 중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기준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몇명 미만의 사업장 근로자가 혜택을 볼지, 보험료의 몇 %를 지원할지 등에 따라 예산이 최소 1,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이 들기 때문에 협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차별개선에 대한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고용시장 현실을 외면한 포퓰리즘적인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대책은 당론으로 채택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과 기업의 차별시정 등을 국가정책으로 결정하려는 것은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대책은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기업 내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기업들은 외주를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포퓰리즘에 매몰돼 기업경영 환경을 나쁘게 만든다면 결국은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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