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법 찾는다①...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여라
비정규직 해법 찾는다①...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여라
  • 김연균
  • 승인 2011.10.17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많이 되고 ‘비정규직보호법’,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이 마련되었지만 실제 해결은 답답하기만 하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밑에는 기업 간 경쟁의 심화, 생산의 자동화와 고용 없는 성장 그리고 서비스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이행과 같은 쉽게 변화시킬 수 없는 거대한 경제구조의 흐름이 있다. 게다가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경직적 노사관계, 취약한 복지제도 등 독특한 문제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를 찾기가 어렵다.

본지는 기획 연재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 정규직 전환 비율 ‘17%’

비정규직 근로자 해마다 증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1706만명 중 정규직 근로자는 1129만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577만명이다. 비정규직의 비중은 전체의 33% 수준이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기대하며 직장에 다니고 있는 비정규직, 특히 한시적 근로자는 337만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20%에 달한다. 이 중 기간제 근로자는 246만명이다.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한줄기 희망 빛을 기다리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어려움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에 따르면 근속 1년6개월 이상된 계약기간 만료자는 6509명. 이중 정규직 전환 비율은 1717명(26.4%)에 불과했고 절반 가까운 3088명(47.4%)은 기한내 계약을 종료했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정규직 전환 비율이 17%에 그쳤고, 65%가 ‘계약종료’로 집계됐다. 월별 고용 환경 변화에 따라 들쑥날쑥한 편이지만 정규직 전환 규모나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증가율도 가파르다. 지난해와 비교해 정규직 근로자는 17만명(1.6%)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27만명(5%)이 늘었다. 기간제 근로자 246만명을 성별로 보면 여성(125만명)이 남성(121만명)보다 4만명 더 많아 여성 근로자들이 차별적 고용관행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이 핵심 과제

비정규직 증가…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진다

비정규직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반면 열악한 급여 조건과 물가 상승 등은 정규직 전환에 목을 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55만원으로 정규직 근로자(236만원)의 65%에 불과하다. 빈번한 야근이 이어져도 시간외 수당을 받는 사람은 36.2%에 그치는 등 근로복지 수혜율도 낮다. 4대 보험 중 국민연금 가입률은 64.4%, 건강보험은 74.1%, 고용보험은 70.7%로 나타나는 등 비정규직의 30%가량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무기간은 임금근로자 5년 1개월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년 2개월에 불과했다. 1년 미만인 근로자가 47.2%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상황은 불안정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공공요금 인상, 소비자 물가 상승이 예견된 가운데 비정규직 증가는 오히려 내수 경기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해 노동자의 소득이 줄어들면 결국은 노동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비정규직의 꾸준한 증가는 역으로 내수시장에서 구매력이 꾸준히 감소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1990년대 이후 청소나 경비 등 비숙련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늘고 있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4.5%에 불과했던 프랑스의 비정규직은 2009년 13.5%로 늘었고, 독일도 2009년과 2010년 신규 일자리의 75%가량이 비정규직이다.

고용정보원 한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와 관련해 “이들 나라에서는 우리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문제가 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제도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영국처럼 건설노동자까지 정규직이거나, 비정규직이 있어도 차별이 없는 이들 나라에서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여건이 다른 상황임을 고려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이고,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고통분담 없는 비정규직 해법은 없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제계는 경영권 침해, 과도한 부담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워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무려 26조7,000억원의 추가부담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를 기업만의 힘으로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가 강하고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 보니 한번 채용하면 인력감축이 보통 어렵지 않은데다 과다한 임금인상 요구로 몸살을 앓는 게 우리 현실이다. 기업들로서는 저비용에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규직의 ‘제몫 찾기’가 강해질수록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최우선 과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이며 여기에는 정규직들의 과다한 임금 인상요구 자제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


■ 청년인턴 등 정규직 전환 확산 필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대정부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청년인턴 포함)의 정규직 전환율이 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며 대국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내역’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ㆍ준정부기관 등 109개 공공기관들(기타 공공기관 제외)에서 근무하는 총 1만5542명(6월말 기준)의 비정규직 중 2.5%에 불과한 394명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특히 한국전력공사(234→0), 한국도로공사(182→15), 한국가스공사(121→1), 한국마사회(320→13), 국민연금공단(895→0), 도로교통공단(793→3) 등 주요 공공기관의 전환 실적이 부실했다.

모 공공기관에서 행정인턴을 한 한모씨(27)는 “막상 일을 하려고 출근을 하지만 복사, 커피 심부름 말고는 거의 하는 게 없었다”며 “주변에서도 곧 그만둘 것이니 전문적인 교육을 시켜주지 않는 거라고 공공연하게 말해 하는 일 없이 있다가 결국은 출근해서 다른 취업 준비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284개 공공기관에서 청년인턴을 약 1만명(전체정원의 4%)을 뽑기로 하고 정규직 신규 채용에서 전체 인원의 20%는 무조건 인턴 경험자 중에서 뽑기로 했다.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일반 기업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최근 국회는 기간제 근로자 157명을 심사를 거쳐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키로 하는 한편,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청소용역 근로자 165명도 국회사무처에서 직접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인천광역시 또한 본청(사업소 포함)과 각 구ㆍ군, 공사ㆍ공단, 출자ㆍ출연기관 등에 근무하는 외주 용역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 2,300명을 2012년부터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중소기업의 87.4%가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모 취업포털 조사결과에서 나타났다. 청년인턴제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층 취업난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진 까닭이다.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4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무려 87.4%가 현재 고용 중인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자 중 70.2%는 ‘청년인턴제가 신입사원 채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34.1%는 ‘하반기에도 청년인턴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혀 구직자 및 정규직 전환을 희망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희망의 손을 내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