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보호법안’ 끝없는 논쟁
‘사내하도급 보호법안’ 끝없는 논쟁
  • 김연균
  • 승인 2011.12.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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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사용자에 직접고용 피할 빌미 제공”
사내하청 노동자 보호방안의 법제화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2월 7일 노동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사내하청 보호법안이 사각지대에 놓인 사내하청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철폐해야 할 사내하청을 도리어 양성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논란의 근원은 지난달 김성식 의원 등 25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의 골자는 원청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 간 차별금지와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요구권 부여 등이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보호 가이드라인’과 다를 바가 없는데, 가이드라인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만들어진 법률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사내하청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부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파견법은 2년 이상 근무한 파견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직접고용 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 하도급에 해당하는지는 법정에서 다툼이 있는 중요한 노동계 쟁점이다. 때문에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으면 오히려 사용자에게 직접고용의무를 피할 빌미를 준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이호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 국장은 “이 법안이 가리키는 사내하청 노동자 상당수가 현행법(파견법)상 원청의 직접고용의무가 있는 위장도급(불법파견) 노동자들”이라며 ‘이 법안은 원청이 직접고용하도록 한 현행법의 규제를 빠져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 현대차가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이에 현대차가 상고하는 등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법안은 오히려 판결보다 후퇴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청업체가 위장폐업을 해서 노동자를 해고할 경우 보호규정도 유명무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여부와 관련해 ‘하청업체가 교체될 경우 신·구 하청업체와 협의해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으나,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법제화를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차별시정, 복지후생보장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차별금지의 기준이 모호한 것도 논란이다. 법안은 사내하청 노동자와 원청의 사업 내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와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원청업체가 사업의 범위를 동일 공간이라고 주장할 경우 사업장만 분리하면 사내하청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아차 모닝은 ‘동희오토’라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100% 제작하고 있지만 기아차 공장과 별도의 공장에서 차를 제작하기 때문에 ‘사업 내’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고, 결국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불법파견과 적법한 도급의 경계를 분명히 구분하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과대학원 교수는 “현재 법원도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하는 상황에서 단지 ‘고용노력’의무만 담은 이 법은 폐쇄적”이라며 “고용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해 시장의 반응을 본 뒤 법제화를 논의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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